버핏 주주서한 다시 읽기: 2021년 예고가 2026년 현실이 됐다

버핏 주주서한 다시 읽기: 2021년 예고가 2026년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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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편지를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 그때는 안 보이던 게 보인다. 2021년 워런 버핏이 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이 딱 그렇다. 5년이 지난 지금 버핏 주주서한을 다시 펼치면, 당시엔 그냥 점잖은 연례 보고로 읽혔던 문장들이 사실은 꽤 정확한 예고였다는 걸 알게 된다.

가치투자와 장기 복리를 상징하는 버핏 주주서한 콘셉트 이미지
버핏의 투자 방식은 가치투자와 장기 복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투자 방식이다.

이 글은 2021년 편지의 핵심을 다시 짚으면서, 그 안의 약속과 경고가 2026년에 어떤 모습이 됐는지 같이 따라가 본다. 버핏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금이야말로, 그가 남긴 운영 철학을 점검하기 좋은 시점이다.

버핏 주주서한의 핵심, 숫자보다 유보이익

2021년 편지에서 버핏은 2020년 실적부터 풀었다. 회계 기준으로 세후 425억 달러. 영업이익 219억 달러에 실현·미실현 자본이익이 얹혔고, 자회사 감가상각 손실 110억 달러가 빠졌다. 버핏은 이 GAAP 순이익 숫자를 그리 신뢰하지 말라고 했다. 분기마다 출렁이는 미실현 평가손익이 본질을 가린다는 거다.

대신 그가 보라고 한 건 유보이익이었다. 버크셔가 지분만 가진 기업들이 배당하지 않고 쌓아둔 이익은 장부에 안 잡힌다. 하지만 그 돈은 사업 확장, 인수,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으로 쓰이며 결국 버크셔 주식의 미래 가치를 키운다. 버핏은 미국 기업을 번영시킨 건 바로 이 유보이익이라고 못 박았다. 화려한 분기 실적이 아니라, 조용히 재투자되는 돈이 복리의 엔진이라는 얘기다.

가장 큰 실수를 스스로 적은 사람

인상적인 건 자기 실수를 먼저 꺼낸 대목이었다. 110억 달러 손실의 뿌리는 2016년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인수였다. 버핏은 그 회사에 너무 많은 돈을 냈다고 인정했다. 항공우주 수요가 정상일 때의 수익력을 지나치게 낙관했고, 코로나로 항공 산업이 주저앉자 그 낙관이 오판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버핏은 회사 자체가 나빴던 게 아니라 자기가 비싸게 산 게 문제였다고 선을 그었다. 좋은 기업과 좋은 가격은 다른 문제다. 이 솔직함이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법에서 강조하는 태도와 정확히 겹친다.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빅4, 그리고 5년 뒤 달라진 것

버핏은 버크셔 가치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네 기둥을 꼽았다. 보험 플로트, 애플 지분, BNSF 철도, 그리고 BHE 에너지. 여기서 2026년의 변화가 가장 극적이다.

애플이 그렇다. 2021년 편지에서 애플은 보험에 버금가는 보석 같은 자산이었다. 그런데 버크셔는 2024년부터 애플을 대거 덜어내기 시작했다. 한때 9억 주가 넘던 보유량을 2025년 말 2억 3천만 주대까지 줄였다. 그렇게 마련한 실탄의 일부는 알파벳 같은 AI 시대 기업으로 향했다. “보석은 영원하다”가 아니라 “가격이 가치를 넘으면 보석도 판다”는 원칙이 그대로 작동한 셈이다.

네 기둥의 맨 앞에 선 보험은 여전히 버크셔의 심장이다. 가이코와 재보험 사업이 거둬들이는 보험료는 보험금으로 나가기 전까지 버크셔가 굴릴 수 있는 자금, 이른바 플로트가 된다. 버핏은 이 플로트를 “남의 돈을 비용 없이, 때로는 마이너스 비용으로 빌려 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공짜에 가까운 자금이 애플 같은 지분 투자와 기업 인수의 실탄이 됐다. 보험으로 자금을 모으고, 그 자금으로 우량 기업을 사고, 그 기업이 다시 현금을 토해내는 구조. 버크셔라는 복리 기계의 설계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BNSF와 BHE는 편지 속 모습 그대로다. BNSF는 28개 주에 2만 3천 마일 철로를 깔고도 버크셔에 418억 달러를 배당했다. BHE는 배당 대신 2006년부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서부 전력망에 180억 달러를 붓고 있다. 재생에너지 입지가 외딴 곳이라 송전망을 새로 깔아야 한다는 그 장기 베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짧게 보면 답답하지만, 길게 보면 사회 인프라가 된다.

2021년에 적힌 후계자 이름

이번에 다시 읽으며 가장 소름 돋은 건 후계 구도였다. 버핏은 2021년에 이미 그레그 아벨을 후계자로 공개했다. 당시엔 “언젠가의 일”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왔다. 2025년 5월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은퇴를 알렸고, 아벨은 2026년 1월 1일 CEO로 취임했다. 버핏은 이사회 의장으로만 남았다. 55년의 직접 경영이 막을 내린 거다.

은퇴 발표가 나온 2025년 봄부터 시장은 “버핏 없는 버크셔”를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지를 다시 보면 답은 이미 거기 있었다. 버핏은 늘 시스템과 문화를 물려주려 했지, 자기 카리스마에 회사를 묶어두려 하지 않았다. 후계는 깜짝 발표가 아니라 5년에 걸친 예고된 이양이었다.

현금 381억이 말하는 미국 순풍

2021년 편지의 마지막 정서는 미국에 대한 신뢰, 이른바 “아메리칸 테일윈드”였다. 5년 뒤 그 신뢰는 역설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버크셔의 현금성 자산이 사상 최대인 3,810억 달러 안팎까지 쌓였다는 점이다. 살 만한 싼 기업이 없으면 무리하지 않고 현금을 들고 기다린다. 이건 비관이 아니라 규율이다.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인내, 사상 최고치 이후의 투자에서 짚은 “탐욕보다 두려움”의 태도와 같은 결이다.

결국 2021년 버핏 주주서한이 5년 뒤에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분기 숫자가 아니라 유보이익을 보고, 좋은 기업과 좋은 가격을 구분하고, 후계와 현금까지 길게 설계하라는 것. 거품의 시기에 이 원칙이 왜 더 중요한지는 2020-2022 시장이 남긴 교훈하워드 막스의 방어적 투자에서도 반복해서 확인된다.

오늘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투자 노트를 쓴다면, 분기마다 평가손익에 일희일비하는 칸 옆에 “이 기업이 유보이익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칸을 하나 더 만들어보자. 배당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재투자되는 돈의 방향을 추적하면, 단기 주가와 무관한 진짜 체력이 보인다. 이런 장기 관점의 리서치 메모를 카드뉴스나 요약 이미지로 정리하고 싶다면 All My Universe Gen Studio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한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더. 편지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숫자를 외우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의 논리를 읽는 일이다. 버핏이 왜 애플을 사랑하다가도 덜어냈는지, 왜 BHE의 수십 년짜리 송전망에 돈을 묻었는지, 그 판단의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내 포트폴리오의 빈틈도 보인다. 좋은 편지는 정답지가 아니라 사고의 도구다.

버핏은 떠났고 아벨이 왔다. 하지만 2021년 편지에 적힌 원칙은 아직 자리를 지킨다. 질문은 이거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다음 분기를 위해 설계됐는가, 아니면 다음 10년을 위해 설계됐는가.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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