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필수’라던 2021년 전망은 5년 뒤 어떻게 됐나

ESG 투자, ‘필수’라던 2021년 전망은 5년 뒤 어떻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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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분위기는 분명했다.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ESG를 외쳤고, 전 세계 운용자산의 절반이 ESG를 평가 요소로 끌어들였다. 2030년이면 운용자산의 95%가 ESG 기준을 따를 거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ESG 투자의 풍경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ESG 투자가 필수에서 역풍으로, 다시 균형점을 찾는 흐름을 담은 개념 이미지
ESG 투자가 필수에서 역풍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다시 균형점을 찾고 있다.

이 글은 2021년에 그려진 ESG의 장밋빛 미래를 2026년 데이터로 다시 채점한다. 무엇이 과장이었고, 무엇이 진짜로 자리를 잡았는지 가려보려는 거다. 라벨의 유행과 본질의 생존은 다른 문제니까.

ESG가 뭐였는지부터 다시

기본부터 짚자.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과 이익 같은 재무 숫자만 보지 말고, 탄소 배출과 노동 기준, 이사회 구성 같은 비재무 요소도 함께 보자는 틀이다. 주주만이 아니라 임직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이해관계자로 보고 투명하게 운영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라 회계처럼 표준화돼 있지 않다. 같은 기업을 두고 평가기관마다 점수가 갈리는 이유다. 2021년 당시 국내에서도 100대 기업 ESG 점수가 공개됐지만, 그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늘 논쟁거리였다. 이 측정의 모호함이 5년 뒤 역풍의 씨앗이 된다.

‘필수’라던 전망, 5년 뒤의 현실

2021년 전망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ESG 자산이 계속 불어난다, 그리고 규제가 ESG를 강제한다. 둘 다 절반만 맞았다.

자금 흐름부터 보자.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지속가능 펀드는 약 840억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2018년 추적을 시작한 이래 첫 연간 순유출이다. 2024년만 해도 380억 달러가 들어왔는데 흐름이 뒤집힌 거다. 그뿐 아니다. 2024년 이후 전체 펀드의 28%에 해당하는 약 1,500개 펀드가 이름을 바꿨고, 대부분 “ESG”나 “지속가능”이라는 단어를 슬쩍 떼어냈다.

이 반전의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미국에서는 ESG를 정치적 편향으로 보는 반(反)ESG 정서가 거세졌고, 일부 주는 ESG를 내세운 운용사와의 거래를 제한하기도 했다. 뱅가드는 ESG 관련 소송 합의로 약 2,950만 달러를 물기로 했다. 한쪽에선 “수익보다 가치를 앞세웠다”는 비판이, 다른 쪽에선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양쪽에서 두들겨 맞으니 운용사들이 입을 닫는 게 당연했다.

운용사들의 태도는 더 극적이다. 2021년 ESG의 상징이던 블랙록은 환경·사회 주주제안 지지율을 2021년 40% 이상에서 2025년 2% 아래로 떨어뜨렸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는 넷제로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NZAM)에서 줄줄이 빠졌고, 이 모임은 2025년 1월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큰손들이 ESG를 무시할 수 없다”던 2021년의 문장이 무색해진 셈이다.

규제는 강제됐지만, 다시 풀렸다

두 번째 예측, 규제 강제는 어땠나. 방향은 맞았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2021년 기사가 짚은 EU의 ESG 공시 의무화는 실제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으로 제도화됐다. 여기까지는 예측대로다.

그런데 2025년 들어 EU는 방향을 틀었다. 규제 부담이 기업 경쟁력을 누른다는 비판이 커지자, 유럽연합 이사회는 2026년 2월 이른바 '옴니버스' 간소화 패키지를 확정했다. 핵심은 공시 의무 대상을 대폭 줄인 것이다. 적용 기준이 직원 250명에서 1,000명으로 올라가면서, 보고 의무 기업이 약 90% 줄었다. “올해부터 공시가 의무화된다”던 2021년의 선언이 5년 만에 “대상을 다시 좁힌다”로 바뀐 거다.

여기서 투자자가 새길 대목이 있다. 규제는 정치의 함수다. 거품기에 강하게 밀어붙인 규제도 경기와 정치 지형이 바뀌면 후퇴한다. 비슷한 진폭을 투기적 시장의 근시안에서도 본 적이 있다. 유행을 규제로 못 박는 순간이 사실은 정점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

그렇다면 ESG는 한때의 거품이었나. 그렇게 단정하면 또 다른 실수다. 사라진 건 ‘ESG’라는 라벨과 과열된 마케팅이지, 그 안의 실질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기후 리스크가 기업의 실제 비용이라는 인식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탄소 규제, 공급망 인권, 데이터 보호 같은 항목은 이름표를 떼도 여전히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준다. 펀드가 ‘ESG’를 이름에서 지운다고 해서 그 운용역이 기후 리스크를 안 보는 게 아니다. 요란한 구호 대신 리스크 관리의 한 축으로 조용히 스며든 것에 가깝다.

구체적인 예가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이나 시멘트처럼 탄소를 많이 쓰는 수입품에 사실상 탄소 비용을 매긴다. ESG라는 단어를 쓰든 안 쓰든,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은 그만큼 수출 비용이 올라간다. 공급망 실사 규제도 마찬가지다. 협력업체의 인권 문제가 곧 원청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된다. 이런 항목들은 ‘착한 기업’을 가리는 도덕 점수가 아니라, 미래 현금흐름을 깎아먹는 실재하는 비용이다. 결국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법이 강조하듯, 중요한 건 라벨이 아니라 그 라벨이 가리키는 실제 현금흐름과 리스크다.

ESG 투자를 읽는 법, 5년 뒤의 교훈

2021년 ESG 전망을 5년 뒤에 채점하면 패턴이 또렷하다. “필수”라는 단정은 과했고, 95% 같은 숫자는 낙관 쪽으로 휘었으며, 규제 강제는 정치에 밀려 되돌아왔다. 하지만 비재무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핵심은 살아남았다. 유행은 꺼졌지만 본질은 남은 거다.

투자자가 가져갈 체크리스트는 이렇다.

  • ESG 라벨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사거나,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팔지 않는다. 라벨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
  • ESG 점수는 평가기관마다 다르다. 한 기관 점수를 절대값으로 믿지 말고 방법론을 확인한다.
  • “모두가 필수라고 외칠 때”가 종종 정점이다. 군중의 확신은 역설적 신호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거품의 관점에서 더 보고 싶다면 주식시장 거품이 혁신을 촉진하는가와, 최고점 이후의 신중함을 다룬 사상 최고치 이후의 투자가 같은 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관심 기업 하나를 골라, ESG 점수 대신 “이 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5년 뒤 비용으로 돌아올까”를 직접 적어보자. 탄소 규제에 노출됐는지, 공급망에 인권 리스크가 있는지, 지배구조가 주주 이익과 어긋나는지. 점수 한 줄보다 이 질문들이 훨씬 많은 걸 알려준다. 이런 리서치 메모를 카드뉴스나 요약 이미지로 정리하고 싶다면 All My Universe Gen Studio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한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

ESG는 필수에서 역풍으로, 다시 균형점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결국 질문은 이거다. 당신은 ESG라는 단어를 보는가, 아니면 그 단어가 가리키는 진짜 리스크를 보는가.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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