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전망, ARK가 2021년에 그린 가상세계는 지금 어디쯤일까

메타버스 전망, ARK가 2021년에 그린 가상세계는 지금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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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 세상은 가상세계 이야기로 들끓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꿨고, 다들 곧 헤드셋을 쓰고 출근하는 시대가 온다고 했다. ARK 인베스트도 그해 ‘Big Ideas 2021’ 보고서에서 가상세계를 핵심 투자 테마로 꼽았다. 그런데 5년이 지났다. 그때 그렸던 메타버스 전망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맞은 것도, 한참 빗나간 것도 있다. 하나씩 맞춰보자.

ARK가 2021년에 그린 그림

당시 ARK의 정의는 이랬다. 가상세계는 비디오 게임, 증강현실, 가상현실로 구성된, 누구나 언제든 접속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환경이다. 지금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결국 정보가 오가며 하나로 합쳐져 ‘메타버스’가 된다. 숫자도 과감했다. 가상세계 관련 매출이 약 1,800억 달러에서 매년 17%씩 자라 2025년 3,9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전망이었다.

ARK 인베스트가 제시한 2021년 가상세계와 메타버스 전망 차트
ARK 인베스트가 제시한 2021년 가상세계와 메타버스 전망 차트

게임 시장은 2020년 1,750억 달러에서 2025년 3,650억 달러로 매년 16% 성장하고, AR·VR 시장은 2020년 30억 달러에서 2025년 280억 달러로 매년 59%씩 폭증한다고 봤다. 야심 찬 그림이었다. 문제는 현실이 그 그림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게임 시장: 절반에 그친 성장

가장 크게 빗나간 건 게임 시장 규모다. ARK는 2025년 글로벌 게임 시장을 3,650억 달러로 봤다. 그런데 게임 시장 조사기관 Newzoo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실제 규모는 약 1,890억 달러였다. 전망치의 절반 수준이다. 팬데믹 특수가 끝나자 성장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폭발적 확장 대신 완만한 성숙기에 들어선 것이다.

메타버스 매출이 2025년 3,900억 달러에 이른다던 가상세계 전망은 더 멀어졌다. 애초에 ‘메타버스 매출’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시장에서 또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통합된 가상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벌어졌을까. 두 가지가 겹쳤다. 첫째, 팬데믹이 끝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다. 강제로 당겨졌던 수요가 빠진 것이다. 둘째, 금리 인상이 성장주 전반을 짓눌렀다. 미래 매출을 끌어와 평가받던 테마일수록 충격이 컸다. 가상세계는 정확히 그런 테마였다. 결국 성장은 멈춘 게 아니라, ARK가 그린 곡선보다 훨씬 완만해졌을 뿐이다.

메타버스 거품과 900억 달러짜리 청구서

2021년의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들어 금리가 오르고 빅테크 주가가 흔들리자, 메타버스는 가장 먼저 식은 주제가 됐다. 그 빈자리는 2023년부터 생성형 AI가 차지했다. 모두가 헤드셋 대신 챗봇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장 비싼 수업료를 치른 건 메타다. GamesBeat 보도에 따르면 메타의 리얼리티랩스 부문은 2025년 한 해에만 192억 달러 적자를 냈고, 7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약 900억 달러에 달했다. 사명까지 바꾼 베팅치고는 혹독한 청구서다. ARK가 그린 장밋빛 곡선과 현실의 적자 곡선은 정반대로 갈렸다.

VR과 AR의 현실: 비전 프로의 부진, 퀘스트의 분투

ARK는 2025년 AR·VR 시장이 280억 달러에 이른다고 봤다. 실제 VR·AR·MR 시장은 2025년 약 204억 달러로 집계됐다. 규모만 보면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매년 59% 성장한다던 가속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 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VR 게임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가상현실 헤드셋과 AR 시장의 메타버스 전망을 정리한 ARK 차트
가상현실 헤드셋과 AR 시장의 메타버스 전망을 정리한 ARK 차트

기기 쪽 성적표는 더 노골적이다. 애플은 2024년 비전 프로를 내놨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출시 첫해 약 39만 대가 출하된 뒤 수요가 꺾였고,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5년 4분기 신규 출하를 4만 5천 대 수준으로 봤다. 가격, 무게, 그리고 쓸 만한 앱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전부 어두운 건 아니다. 메타 퀘스트 4는 2025년 10월 출시 뒤 넉 달 만에 800만 대 넘게 팔렸다. 삼성도 2025년 말 349달러짜리 헤드셋으로 시장에 다시 들어왔다. 대중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라는 신호다. ARK가 말한 “스마트폰 채택 곡선”까지는 아직 멀지만, 가격이 내려오면서 문턱은 분명히 낮아지고 있다.

그래도 ARK가 맞힌 것

전부 틀린 건 아니다.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 쪽 전망은 꽤 정확했다. ARK는 게임 매출에서 아이템 구매(인앱 결제) 비중이 커지고, 경제 권력이 개발자에서 게이머로 옮겨간다고 봤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2025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덩어리는 모바일 게임으로, 1,030억 달러가 넘었다. 부분 유료화와 인앱 결제는 이제 업계 표준이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한 ARK 인베스트의 메타버스 전망 차트
게임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한 ARK 인베스트의 메타버스 전망 차트

게임이 집과 직장 사이의 ‘제3의 공간’이 된다던 진단도 살아남았다.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사람들이 모이고 노는 플랫폼이 됐다. 방향은 맞았다. 다만 속도와 규모를 과하게 잡았을 뿐이다.

2026년 메타버스 전망, 가상세계는 어디로 가나

지금의 가상세계는 2021년의 상상과 다른 길을 걷는다. 헤드셋을 쓴 풀몰입 메타버스 대신, AI가 콘텐츠를 만들고 가상 공간을 채우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거대한 단일 메타버스 하나가 아니라, 게임·소셜·창작 플랫폼이 각자 진화하며 부분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죽은 줄 알았던 가상세계가 AI를 만나 다시 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 공간을 손으로 일일이 짓던 시절엔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제 AI가 캐릭터, 배경,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만드는 문턱이 내려가면 쓰는 사람도 늘어난다. ARK가 말한 ‘누구나 접속하는 시뮬레이션 환경’은, 헤드셋이 아니라 AI 생성 도구를 통해 먼저 현실이 되는 중인지도 모른다.

기술 흐름이 어떻게 갈아타는지는 a16z가 전망한 2024년 기술 아이디어에서도 읽힌다. 같은 ARK 시리즈의 다른 테마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궁금하다면 ARK Big Ideas 2021: 비트코인이나 ARK Big Ideas 2021: 자동화도 같이 보면 비교가 된다. 미래를 숫자로 예측한 자료를 읽을 때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는 투자 실수를 줄이는 기본기에서 다룬 원칙과도 통한다.

방향은 맞아도 속도는 틀린다

ARK의 2021년 메타버스 전망을 지금 와서 보면 교훈이 하나 남는다. 큰 방향(게임의 플랫폼화, 인앱 경제, AR·VR의 부상)은 대체로 맞았지만, 속도와 규모는 크게 빗나갔다. 미래를 그린 곡선은 늘 현실보다 가파르다. 그래서 이런 보고서는 ‘언제 얼마’를 맞히는 점쟁이가 아니라, ‘어디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으로 읽는 게 맞다. 다음에 또 누군가 장밋빛 곡선을 내밀거든, 방향만 빌리고 숫자는 반쯤 접어두자. 그 정도 거리감이 결국 나를 지켜준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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