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망, ARK가 본 인텔의 몰락은 맞았을까

데이터센터 전망, ARK가 본 인텔의 몰락은 맞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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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ARK 인베스트는 또 하나의 도발적인 예측을 내놨다. 수십 년간 데이터센터를 지배해 온 인텔이 곧 왕좌에서 내려온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를 ARM과 RISC-V, 그리고 GPU가 차지한다고 봤다. 당시엔 반신반의했던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그 데이터센터 전망을 다시 펼쳐 보면 절반은 정확히 맞고 절반은 예측을 한참 뛰어넘었다. 예측과 현실을 나란히 놓고 맞춰 보자.

서버 랙과 GPU·CPU 칩, 전력 효율 게이지를 그린 데이터센터 일러스트, 데이터센터 전망 이미지
서버 랙과 GPU·CPU 칩, 전력 효율 게이지를 그린 데이터센터 일러스트

ARK가 2021년에 본 데이터센터 전망

ARK는 데이터센터를 “컴퓨팅의 발전소”라 불렀다. 그리고 그 발전소의 엔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싸고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은 프로세서가, 한때 프로세서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인텔을 밀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RK의 핵심 예측은 두 갈래였다. 첫째, 클라우드에서는 ARM과 RISC-V, GPU가 새 강자로 떠올라 2030년까지 연 45% 성장으로 190억 달러 규모가 된다. 둘째, 데이터센터의 지배적 프로세서는 GPU 가속기가 되어 연 21% 성장으로 410억 달러에 이른다. 더 나아가 ARM과 RISC-V를 합치면 2020년 0%였던 서버 시장 점유율이 2030년 71%까지 치솟는다고 봤다.

예측 1: 인텔의 추락은 현실이 됐다

ARK는 “인텔, 시간이 멈추다”라는 제목으로 인텔을 냉정하게 짚었다. 10nm 공정을 4년이나 미루는 사이 TSMC와 AMD에 시장을 내줬고, 한 세대 앞선 TSMC는 이미 5nm를 양산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 예측은 안타깝게도 정확했다. 그 뒤로도 인텔의 공정 경쟁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TSMC는 격차를 더 벌렸다. 한때 반도체의 상징이던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에서 밀리고 데이터센터 점유율을 잃는 모습은, ARK가 그린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따라갔다. 거대 기업도 한 박자만 늦으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기술 흐름이 투자 판도를 어떻게 뒤집는지는 성장 투자를 위한 완전 가이드에서 더 깊이 다룬다.

예측 2: ARM의 부상, 방향은 맞고 속도는 더뎠다

ARK는 ARM이 모바일 생태계의 규모를 등에 업고 데이터센터를 흔든다고 봤다. 애플 개발자 3명 중 1명이 2년 안에 맥을 ARM으로 바꾸고, AWS의 그래비톤 2가 인텔 대비 비용당 48% 높은 성능을 낸다는 근거를 들었다.

방향은 정확했다. 애플은 2020년부터 자체 ARM 칩으로 맥을 전부 갈아탔고, 인텔 맥 시대는 실제로 끝났다. 클라우드에서도 AWS 그래비톤에 이어 구글 액시온, 마이크로소프트 코발트, 엔비디아 그레이스까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줄줄이 자체 ARM 칩을 내놨다. 다만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다. ARK는 2030년 ARM과 RISC-V가 서버 시장의 71%를 차지한다고 봤지만, 2025년 기준 ARM의 서버 CPU 점유율은 15~23% 수준이다. 2020년의 5%에서 분명히 올라섰지만, 71%라는 목표까지는 갈 길이 멀다. 큰 흐름은 맞아도 타이밍은 늘 예측보다 보수적으로 흐른다.

ARK가 함께 점찍은 RISC-V도 비슷하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라는 매력 덕에 저전력 기기와 특수 워크로드에서 입지를 넓혔지만, 서버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기엔 아직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았다. 표준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거꾸로 빠른 통일을 더디게 만드는 역설이 작동한 셈이다. 방향은 살아 있되, 속도는 ARM보다도 한 박자 느리다.

예측 3: GPU 가속기, ARK마저 과소평가했다

ARK가 가장 크게 빗나간 지점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정확하게 방향을 맞힌 GPU였다. ARK는 GPU 가속기가 AI와 분석, 신약 개발 같은 가장 까다로운 작업을 도맡으며 데이터센터를 지배하고, 2030년 410억 달러 규모가 된다고 봤다.

방향은 완벽했다. 그런데 규모는 예측을 한참 넘어섰다. TechInsights의 2025년 분석을 보면, AI 프로세서와 가속기 시장은 2030년 약 4,570억 달러, 그중 GPU만 3,4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RK가 본 410억 달러의 8배를 훌쩍 넘는 숫자다. 생성형 AI 폭발로 엔비디아 GPU 수요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ARK조차 GPU의 위력을 과소평가한 셈이 됐다.

예측을 넘어선 변수: AI ASIC와 전력

ARK가 미처 크게 다루지 못한 변수도 있다. 바로 기업들이 직접 만드는 AI 전용 칩, ASIC이다. 구글의 TPU, AWS의 트레이니움,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아, 메타의 MTIA까지, 거대 기업들은 GPU 의존을 줄이려 자체 가속기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조사에서도 AI ASIC은 가장 빠르게 크는 프로세서 범주로 꼽힌다.

또 하나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가 폭증하면서 전력 소비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이제 칩을 고르는 기준에 ‘와트당 성능’이 핵심으로 들어왔다. 마켓츠앤마켓츠의 AI 데이터센터 전망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5년 약 3,442억 달러에서 2032년 2조 달러를 넘어, 연평균 27%대 성장이 예상된다. 데이터센터가 컴퓨팅의 발전소라던 ARK의 비유는, 이제 말 그대로 전력 문제와 직결되는 현실이 됐다.

흥미로운 건, 이 전력 병목이 다시 칩 경쟁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빠른 칩이 아니라,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연산을 뽑아내는 칩이 승자가 된다. ARM이 데이터센터에서 끈질기게 입지를 넓히는 것도 결국 이 전력 효율 때문이다. ARK가 2021년에 짚은 ‘더 전력 효율적인 프로세서’라는 한 문장이, 5년이 지나 가장 뜨거운 경쟁의 중심이 된 셈이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자리마저 전력 공급이 가능한 곳을 따라 정해지는 시대가 됐다.

5년 뒤에 읽는 데이터센터 전망의 교훈

ARK의 데이터센터 전망을 다시 보면,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큰 방향(인텔의 쇠퇴, ARM의 부상, GPU의 지배)은 놀랍도록 정확했지만, 세부 숫자와 속도는 빗나갔다는 것이다. ARM은 예상보다 느렸고, GPU는 예상보다 훨씬 컸으며, AI ASIC이라는 새 변수까지 등장했다.

이건 지난 딥러닝 편에서 본 교훈과 정확히 겹친다. 좋은 전망은 미래를 콕 집어 맞히는 예언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는 나침반이다. 투자든 커리어든, 방향을 믿되 구체적 타이밍에 모든 걸 걸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화려한 전망 뒤에 숨은 함정을 경계하는 법은 버핏이 절대 건드리지 않는 투자 함정이 거듭 일러 준다.

다시 2021년의 그 예측으로 돌아가 보자. ARM 71%라는 숫자가 맞고 틀리고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그때 “데이터센터의 주인이 바뀐다”는 방향을 읽고 준비한 사람과 흘려보낸 사람의 5년 뒤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앞의 AI ASIC과 전력 경쟁도, 5년 뒤 누군가에겐 똑같은 갈림길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ARK Invest, "Big Idea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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