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투자할지: 전 재산 80%를 잃고 깨달은 투자의 진실

얼마나 투자할지: 전 재산 80%를 잃고 깨달은 투자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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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투자 조언은 ‘무엇을 살지’에 매달린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지금 뭐가 좋은 투자인지. 그런데 정작 수익을 가르는 건 다른 질문이다. 얼마나 투자할지. 같은 종목을 골랐어도 자산의 1%를 넣느냐 30%를 넣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단순한 진실을 전 재산의 80%를 날리고서야 깨달은 사람이 있다.

금화와 하락 차트가 균형을 이룬 저울, 얼마나 투자할지 규모 결정을 상징하는 이미지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투자할지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이다.

빅터 하가니. 1998년 월스트리트 전설의 헤지펀드 LTCM(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이 무너지면서 공동 창립자였던 그는 몇 달 만에 재산의 80% 이상을 잃었다.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채권 차익거래를 개척한 천재였는데도 그랬다. 연방준비제도 역사 자료에 따르면 LTCM은 막대한 차입으로 베팅을 키웠고, 1998년 러시아 디폴트가 터지자 그 레버리지가 손실을 폭발시켰다. 결국 연준이 35억 달러 구제 패키지를 주선해야 했을 만큼 시스템을 흔든 붕괴였다.

사라진 억만장자들이 던지는 질문

하가니가 2023년 공동 집필한 책 『The Missing Billionaires(사라진 억만장자들)』는 흥미로운 사실에서 출발한다. 1900년 미국엔 백만장자가 4천 명 있었다. 그중 한 가구가 500만 달러를 미국 주식에 넣고 적당히 쓰며 굴렸다면, 오늘날 16가구의 억만장자 후손이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식으로 기존 자산에서 부를 키워 억만장자가 된 집안은 사실상 없다. 수만 명의 억만장자가 ‘사라진’ 셈이다. Elm Wealth가 정리한 이 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장기적으로 올바른 재무 결정을 내리기란 지독하게 어렵다는 것.

왜 사라졌을까. 부유한 집안일수록 자기를 부자로 만들어 준 몇 개 종목에 집중하거나, 수수료 비싼 대체 투자에 매달린다. 위험을 제대로 못 잡고, 지출도 어긋난다. 결국 돈이 많다는 게 현명함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무엇이 아니라 얼마나 투자할지가 문제다

하가니가 짚는 핵심은 단순하다. 투자는 두 가지 결정으로 이뤄진다. 첫째, 무엇을 담을지. 둘째, 그걸 얼마나 담을지.

‘무엇’에는 분석과 조언이 넘쳐난다. 그런데 ‘얼마나’라는 규모 결정 앞에서는 대부분 백지다. 이상한 일이다. 해외 주식이 좋다고 판단해놓고 자산의 1%만 넣는다면, 그건 사실상 틀린 결정이니까. 많은 사람이 기대수익률 변화와 무관하게 60/40 같은 고정 배분에 기대는 것도 같은 문제다.

다행히 규모 결정은 누굴 이겨야 하는 게임이 아니다. 정확히 맞힐 필요도 없다. 대략의 크기만 제대로 잡으면 된다. Morningstar의 하가니 인터뷰에서도 그는 “매력적인 투자를 찾는 것보다 비중을 제대로 정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전 던지기 실험이 보여준 것

말은 쉽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말 규모를 못 정한다. 하가니 팀이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앞면이 60% 확률로 나오는, 그러니까 이길 확률이 높은 동전을 준다. 25달러를 들고 30분간 베팅해 최대 250달러까지 벌 수 있는 게임이었다.

조건이 이렇게 유리한데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참가자의 3분의 1이 시작보다 적은 돈으로 끝났고, 28%는 아예 파산했다. 이유는 하나다. ‘얼마를 걸지’를 못 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크게 걸어 한 방에 날리고, 어떤 사람은 너무 작게 걸어 유리한 기회를 못 살렸다. 종목을 잘 골라도 규모에서 무너지면 끝이라는 걸 보여준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길 확률이 분명히 높은데도 사람들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좋은 패를 쥐고도 베팅 크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결과는 똑같이 나빠진다. 실전 투자도 다르지 않다. 좋은 종목을 찾는 데 쏟는 시간의 절반이라도 ‘얼마나 담을지’에 쓴다면, 대부분의 큰 실수는 애초에 피할 수 있다.

규모를 정하는 간단한 원칙

그럼 어떻게 정할까. 수익률과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 위험 자산을 많이 담을수록 기대수익은 오르지만 위험도 커지고, 그 위험 비용은 선형이 아니라 점점 빠르게 불어난다.

가장 간단한 경험칙은 밥 머튼이 1969년 내놓은 ‘머튼 비율’이다. 위험 자산의 비중은 기대 초과수익률을 변동성(표준편차)의 제곱으로 나누고, 다시 내 위험 회피 성향으로 나눈 값이다. 복잡한 공식처럼 보여도 메시지는 단순하다. 기대수익이 두 배가 되면 비중을 늘리고, 변동성이 커지면 비중을 줄여라. 규칙 기반으로 대략의 크기를 잡으라는 것. 시장을 이기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태도는 모건 하우절의 99% 원칙과도 통한다.

동적 인덱스라는 해법

하가니는 LTCM 이후 10년을 반성으로 보냈다. 그리고 2006년경, 가족 자산을 저비용 시가총액 가중 인덱스 펀드에 넣기로 했다. 다만 고정 비율은 싫었다. 1989년 일본 주식이 전 세계 증시의 45%를 차지했는데, 그렇다고 주식의 절반을 일본에 채우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래서 나온 게 ‘동적 인덱스 투자’다. 기대 초과수익이 낮으면 비중을 줄이고, 위험이 낮으면 늘린다. 그가 세운 Elm Wealth는 시장을 미국·선진 아시아·유럽·신흥시장으로 나누고, 조정 이익수익률에서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을 빼 기대 초과수익을 구한다. 2011년 세운 이 회사는 지금 20억 달러 넘는 자산을 굴린다. 핵심은 ‘알파’ 사냥이 아니다. 최대한 분산하고, 비용을 줄이고, 세금 효율을 높여 합리적으로 담는 것. 저비용·분산의 힘은 성장주를 이기는 배당주의 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반복되는 두 가지 함정

하가니는 지금 시장에서 두 가지를 걱정한다. 하나는 개인의 광적인 투기다. 수수료 제로, 소셜미디어, 팬데믹으로 늘어난 시간이 이를 부추겼다. 다른 하나는 기관의 착시다. 대학 기금들이 자산의 절반 이상을 비싸고 유동성 낮은 대체 자산에 넣는데, 매일 시가가 안 찍힌다는 이유로 위험이 작다고 착각한다. ‘변동성이 안 보이니 안전하다’는 환상이다.

이 두 함정 모두 결국 규모 결정의 실패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마구 섞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찰리 멍거의 경고가 잘 보여준다. 거품의 패턴까지 함께 보고 싶다면 시장 거품의 교훈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결국 ‘얼마나’가 자산을 지킨다

빅터 하가니의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무엇을 사느냐만큼, 얼마나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그는 재산의 80%를 잃고서야 이걸 배웠고, 저비용 인덱스와 규칙 기반 배분이라는 단순한 해법으로 돌아왔다.

투자는 경쟁 게임이 아니다. 정확히 맞힐 필요도 없다. 대략의 규모만 제대로 정하면, 시간이 내 편이 된다. 사라진 억만장자들이 남긴 가장 값진 교훈이 바로 이거다. 다음에 종목을 고르기 전에 먼저 물어보자. 나는 이걸 ‘얼마나’ 담을 것인가.

참고 자료: Barron’s, “How One Investor Came Back After Losing a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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