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LTCM이 붕괴하면서 공동 창립자 빅터 하가니는 재산의 80% 이상을 몇 달 만에 잃었습니다.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수익성 높은 채권 차익거래 전략을 개척하고,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공동 창립했던 그가 겪은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실패를 통해 투자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고, 저비용 인덱스 투자와 규칙 기반 자산 배분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사라진 억만장자들이 말하는 것
하가니가 2023년 공동 집필한 “The Missing Billionaires(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는 흥미로운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1900년 미국의 4천 명 백만장자 중 한 가구가 500만 달러를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적정 수준으로 지출했다면, 오늘날 약 16가구의 억만장자를 낳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는 700명의 억만장자만 존재하며, 그 중 누구도 기존 자산에서 부를 창출하지 못했습니다. 수만 명의 억만장자가 ‘사라진’ 셈입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투자자조차 장기적으로 올바른 재무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부유한 가구들은 여전히 집중적이고 수수료가 높으며 세금 효율성이 낮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부유하게 만든 몇 개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고비용 대체 투자에 매달리면서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고 잘못된 지출 패턴을 따릅니다.
투자에서 가장 간과되는 질문: 얼마나?
하가니는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핵심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투자는 두 가지 결정으로 구성됩니다.
- 첫째, 포트폴리오에 무엇을 포함할지 결정하는 것.
- 둘째, 그중 얼마나 포함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무엇”에 대한 질문에는 무수한 분석과 조언이 쏟아집니다. 어떤 주식이 오르고 내릴지, 무엇이 좋은 투자인지에 대한 논의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정작 “얼마나”라는 규모 결정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놀라운 일입니다. 미국 외 주식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해도 자산의 1%만 투자한다면 잘못된 규모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의 장기 기대수익률 변화와 무관한 60/40 포트폴리오 같은 전통적 자산 배분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합니다. 규모 결정은 경쟁적 게임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이익이 다른 이의 손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훨씬 쉬운 문제입니다. 정확히 맞출 필요도 없고, 대략적인 규모만 정하면 됩니다.
규모 결정을 위한 실용적 프레임워크
투자 규모를 결정할 때는 수익률과 위험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위험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유할수록 기대수익률은 높아지지만 위험도 증가하며, 위험 비용은 선형이 아니라 점점 빠른 속도로 증가합니다.
밥 머튼이 1969년 발표한 머튼 비율은 가장 간단한 경험 법칙입니다. 위험 자산의 규모는 예상 초과수익률을 수익률 표준편차의 제곱으로 나눈 값과 같으며, 개인의 위험 회피 수준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경험적 추론이지만, 투자자들이 규모를 고려할 때 간단하고 규칙 기반의 프레임워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금융 교육의 공백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금융 교육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금융 과정을 수강했더라도 시장 포트폴리오와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 같은 현대 금융의 기본 개념만 배웠을 뿐,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습니다.
하가니조차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지만 개인 금융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그가 LTCM 파산으로 저축의 80% 이상을 잃은 것은 금융에 능숙한 사람도 크게 하락할 수 있는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 후 10년간의 깊은 반성이 그를 새로운 투자 철학으로 이끌었습니다.
동적 인덱스 투자라는 해법
2006년경 하가니는 가족 자산을 저비용의 광범위한 시가총액 가중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고정 비율에 집착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1989년 일본 주식이 세계 주식시장의 45%를 차지했지만,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생활한 그는 당시 주식 비중의 절반을 일본 주식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단순하고 규칙 기반의 투자 방식을 원했습니다. 시장의 예상 초과수익률이 낮을 때는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이 낮을 때는 비중을 늘리는 방식.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동적 인덱스 투자”입니다.
엘름 웰스에서는 간단한 지표로 예상 수익률과 위험을 도출합니다. 시장을 미국, 선진 아시아, 유럽, 신흥시장으로 나누고, 각 버킷 내에서 조정된 이익수익률에서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을 빼서 기대 초과수익률을 계산합니다. 위험 측정은 모멘텀을 대리 지표로 사용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기대 초과수익률이 높으면 자산 배분을 늘리고, 위험이 높으면 줄입니다.
현재 엘름의 ELM Market Navigator ETF는 미국 주식 30%, 미국 외 주식 45%, 미국 국채 25%로 배분되어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높은 PER 배수는 장기 기대수익률이 국채보다 1.5% 정도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낮은 변동성이 소폭 저비중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미국 외 주식은 4.5%의 매력적인 위험 프리미엄과 낮은 변동성으로 상당한 과비중을 정당화합니다.
알파가 아닌 합리적 배분을 추구하다
많은 자문사들이 시장을 이기는 “알파”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하가니의 접근법은 다릅니다. 엘름 웰스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최대한 다각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며, 세금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글로벌 자산 가격에 편안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2011년 설립된 엘름 웰스는 현재 20억 달러 이상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살로몬 브라더스와 LTCM의 열정과 창의성이 넘쳤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철학입니다. 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지만, 정작 개인 금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하가니의 고백입니다.
여전히 반복되는 두 가지 문제
하가니는 현재 투자 환경에서 고무적인 변화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덱스 투자의 성장, 401(k) 같은 세금 유예 퇴직 계좌의 확산, 매우 낮은 거래량 등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우려스러운 현상도 여전합니다.
첫째, 개인 투자자들의 광란적이고 고도로 투기적인 활동입니다. 수수료 제로와 소셜미디어 성장, 코로나19로 갑자기 늘어난 시간이 이를 가속화했습니다.
둘째, 기관 측면의 문제입니다. 대학 기금들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매우 높은 수수료에 집중되고 유동성이 낮은 대체 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동성 낮은 자산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의 진정한 변동성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사모 자산이 매일 시장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착각합니다. 변동성의 환상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된 것입니다.
규모 결정이라는 단순한 진실
빅터 하가니의 이야기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간과되는 질문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무엇”이 아니라 “얼마나”입니다.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자산을 얼마나 보유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는 재산의 80%를 잃는 뼈아픈 경험을 통해 이 진실을 깨달았고, 저비용 인덱스 투자와 규칙 기반 동적 배분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해법을 찾았습니다. 시장을 이기려는 욕심 대신 합리적 배분을, 복잡한 전략 대신 간단한 규칙을, 고비용 대체 투자 대신 저비용 인덱스를 선택한 그의 여정은 모든 투자자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투자는 경쟁 게임이 아닙니다. 정확히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대략적인 규모만 올바르게 정한다면, 장기적으로 재산을 지키고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라진 억만장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값진 교훈입니다.
참고 자료: Barron’s, “How One Investor Came Back After Losing a Fort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