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앱을 만들었는데 다운로드는 한 자릿수다. 익숙한 풍경이다.
코드는 다 짰다. 디자인도 매끈하다. 그런데 마케팅 채널을 열면 막힌다. 페이스북 광고 ROAS는 마이너스고, 인플루언서 견적은 한 줄에 수백만 원이다. 그러는 동안 어디서도 본 적 없는 23살 개발자가 틱톡 영상 한 편으로 1억 5천만 뷰를 찍는다. 이쯤 되면 광고비를 더 쓸 게 아니라, 창업자 바이럴 마케팅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사람들은 가십을 좋아하고, 편을 가르는 걸 좋아해요.
다니엘 권(Daniel Kwon)이 자기 X 계정에 직접 남긴 말이다(Daniel Kwon, X). 그는 21살에 첫 백만 달러를 만들었고, 23살까지 ‘AI 글쓰기 우회 툴 Conch’, ‘피트니스 앱’, ‘성경 공부 앱 Shepherd’ 세 개를 6개월 만에 전부 엑싯해 약 180만 달러(22억 원)를 챙겼다. 카테고리는 다 다른데 공식은 같았다.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은 채로, 창업자 본인이 카메라 앞에 서서 만든 것뿐이었다.

2026년 마케팅 판이 바뀐 진짜 이유
먼저 숫자를 보자.
- 2026년 TikTok 평균 참여율은 3.70%, 인스타그램은 0.48%, 페이스북 0.15%, X 0.12%다(Sprout Social, 2026)
- 시청자의 71%가 첫 몇 초 안에 영상을 계속 볼지 결정한다
- 30초 미만 영상의 평균 완주율은 72%, 60초 이상은 38%로 떨어진다
알고리즘이 보상하는 신호는 좋아요가 아니라 공유와 재시청이다. 같은 시기 어도비는 “2026 마케팅을 정의하는 4가지 창의 트렌드” 리포트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미공개 과정 콘텐츠가 완성된 결과물보다 더 높은 참여를 만든다”고 정리했다(Adobe, 2026).
판이 이렇게 흔들리니, 광고 예산을 더 쓰는 전략은 점점 비효율로 바뀐다. 다니엘이 6개월에 3개 앱을 털고 나간 비결은 이 흐름 위에 정확히 올라탄 것이다.
공식 1: ‘스크래피 콘텐츠’로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
다니엘이 첫 앱 Conch에서 만든 한 영상이 1억 5천만 뷰를 찍었다. 비결은 단순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ChatGPT 쓰지 마!”라고 소리치는 실제 영상 클립 + 자기 앱 시연 영상. 끝이다. 컬러 그레이딩도, 자막 모션도, 전문 편집자도 없었다. 일부러 스냅챗 앱으로 직접 찍은 저화질 영상을 썼다.
화질이 낮을수록 현실적인 느낌이 나요. 사람들은 세련된 광고보다 진짜 같은 콘텐츠에 반응합니다.
이게 ‘스크래피(Scrappy)’ 전략이다. 의도적으로 거칠게, 의도적으로 미완성처럼 만든다. Z세대 피드 위에서 화질 좋은 광고는 오히려 광고 표시처럼 읽힌다. 친구가 보낸 스냅 같은 영상이 알고리즘과 사람 양쪽을 동시에 속인다.
스크래피의 진짜 의미는 ‘진정성의 신호’다
이 전략을 그저 “대충 찍자”로 받아들이면 망한다. 스크래피의 핵심은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다니엘은 영상 하나를 올리기 전에 수십 개의 후크를 테스트했다. 거칠어 보이는 영상도 실제로는 첫 1.5초 안에 모든 정보를 압축해 넣은 결과물이다.
Cluely의 21살 창업자 로이 리(Roy Lee)도 같은 줄을 잡았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hi i’m roy i’m 21 / this was very expensive / pls buy my thing / cluely.com”만 쓴 옥외 광고를 10만 달러에 걸었다(TechCrunch, 2025). 디자인이 빈 게 아니라, 비워둔 만큼 사람들이 채워서 이야기하게 만든 거다.
공식 2: ‘Us vs Them’ 구도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다니엘 마케팅의 두 번째 패턴은 더 노골적이다. 편 가르기.
- Conch: 학생 vs 학교 → 불필요한 과제에 시달리는 학생 편을 든다
- Shepherd: 우리(양 캐릭터, 신앙) vs 듀오링고(올빼미, AI 우선) → 듀오링고가 AI 기능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떴을 때 즉시 올라탔다
Shepherd는 7개 영상으로 2주 만에 2천만 뷰, 10만 다운로드, MRR 7만 5천 달러를 찍었다. 같은 기간 앱 자체도 AI로 2주 만에 만들었다. 메시지는 단순했다. *”듀오링고는 AI가 우선이고, 우리는 하나님이 우선입니다.”* 한 문장으로 진영을 나눈 것이다.
편 가르기는 사용자를 모욕하면 안 된다
이 전략에서 자주 나오는 실수가 있다. 상대편 사용자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다니엘은 학교를 비판했지만 학생을 비웃지 않았다. 듀오링고를 겨냥했지만 듀오링고 사용자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적은 시스템·기능·관성이지, 사람이 아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콘텐츠는 한 번 터지고 끝난다. 당신의 텍스트를 독자들이 외면하는 10가지 이유에서 다룬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글”의 함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편을 가르되, 우리 편을 더 자주 칭찬해야 관계가 이어진다.
공식 3: 창업자가 가장 큰 인플루언서가 된다
다니엘이 가장 많이 강조한 한 줄은 이거다.
창업자로서 스스로를 노출하는 게 무섭다면, 앱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격적으로 들리지만,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베인앤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창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의 총주주수익률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2.1배 높다. 마케팅 컨설팅사 Relato는 2026년 콘텐츠 리드를 위한 가이드에서 “창업자 페이스가 곧 가장 신뢰받는 채널이 됐다”고 정리했다(Relato, 2026).
이유는 단순하다. 창업자만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자기 제품 만들 때 무엇을 망설였고, 무엇이 무서웠고, 어떤 새벽에 코드를 다시 갈아엎었는지를 1인칭으로 말하는 것. 마케터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톤이다. Z세대는 그 톤을 정확히 분간한다.
얼굴을 못 드러내는 창업자를 위한 절충안
물론 모든 창업자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 땐 두 가지를 권한다.
- 캐릭터 대리인: Shepherd의 양 캐릭터처럼 브랜드 마스코트가 창업자의 어조를 대신 전달
- 음성 우선: 얼굴 없이 화면 녹화 + 본인 목소리만으로도 진정성은 충분히 전달된다
핵심은 얼굴이 아니라 창업자의 1인칭 시점이 콘텐츠 어딘가에 살아있는가다.
공식 4: ‘프랑켄슈타인 전략’으로 5개의 히트 포맷을 먼저 찾는다
다니엘이 광고비를 안 쓴 진짜 이유는 인색해서가 아니다. 무엇이 통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광고비를 쓰는 게 가장 비싸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신 그가 쓴 게 ‘프랑켄슈타인 전략’이다.
- 이미 바이럴된 영상의 도입부 클립을 모은다 (Shepherd의 경우 “Bible reading”으로 검색해 조회수 높은 영상의 첫 3초)
- 거기에 자기 제품 시연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 후크의 변주를 50~100개 단위로 테스트한다
- 5개 이상의 히트 포맷이 나온 뒤에야 광고비를 검증된 포맷에만 태운다
이건 콜드 스타트를 위한 꼼수예요. 하지만 최소 5개의 히트 포맷을 발견할 때까지는 유료 광고를 건드리지 마세요.
다니엘의 표현이다. 한국 1인 개발자에게 가장 비싼 비용은 광고비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시간을 태우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전략은 그 시간 비용을 압축한다.
‘무엇이 통했는가’를 데이터로 정의하기
5개의 히트 포맷이라는 기준은 막연하지 않다. 다음 네 가지가 모두 평균을 크게 넘은 영상만 ‘히트’로 친다.
- 첫 3초 시청 유지율
- 완주율
- 저장(Save) 비율
- 공유(Share) 비율
좋아요와 댓글은 후순위다. TikTok 알고리즘이 2026년 들어 공유와 재시청에 더 큰 가중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5 메타 광고 전략 가이드에서 짚은 “광고가 콘텐츠를 흉내내는 시대”의 흐름과도 정확히 같은 방향이다.
공식 5: 광고비보다 ‘콘텐츠 마켓 핏’을 먼저 찾는다
PMF(Product Market Fit)는 이제 필수 단어가 됐다. 다니엘은 한 단계 더 들어간다. CMF(Content Market Fit)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창업자라면, 콘텐츠 마켓 핏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냥 제품에 대해 올리는 거예요.
PMF는 “제품이 시장에 맞는가”를 묻는다. CMF는 “내 제품을 설명하는 콘텐츠 포맷이 시장의 피드와 맞는가”를 묻는다. PMF가 있어도 CMF가 없으면 제품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니엘이 Conch에서 유료 광고를 테스트했을 때 마진이 안 나왔던 이유도 여기 있다. 광고는 클릭당 비용을 지불하지만, CMF가 잡힌 콘텐츠는 클릭당 비용이 0에 수렴한다. 6개월에 3개 앱을 엑싯한 진짜 차이는 이 비용 구조에서 나왔다.
한국 시장에서의 CMF 실험 채널
한국 1인 개발자라면 CMF 실험 채널을 좀 다르게 잡아야 한다.
- 숏폼 1순위: 인스타 릴스 → 유튜브 쇼츠 → 틱톡 (사용자 베이스 순)
- 롱폼 보완: 네이버 블로그 1편 → 인스타 슬라이드 카드뉴스 5장 → 쇼츠 3편으로 분해
- 커뮤니티 잠입: 디시·아카라이브·오픈카톡방 등 “광고 적대적” 채널에 직접 참여 (제품을 팔지 말고 문제를 같이 푼다)
광고비 1천만 원을 쓰기 전에, 위 세 채널에서 다섯 개의 히트 포맷을 먼저 만들자. 못 만들면 1천만 원은 그냥 사라진다.
이 5가지 공식을 오늘 적용하는 한 가지
읽고 끝나면 어제와 같다. 오늘 1시간만 빼서 다음을 해보자.
- 자기 제품을 30초 안에 1인칭으로 설명하는 영상 한 편을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편집 금지)
- 우리 제품이 누구의 적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우리는 ___에 지친 ___을 위해 만들었다”)
- 이미 바이럴된 영상 3개의 도입부 첫 3초를 캡처해 둔다
- 그중 하나의 도입부 + 1번에서 찍은 영상의 핵심 5초를 합쳐 게시한다
- 24시간 후 공유·완주율만 본다 (좋아요는 무시)
이 흐름을 5번 반복하면 나만의 첫 히트 포맷 후보가 생긴다. 다니엘이 22억을 만든 출발점이 정확히 여기였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안 팔리는 이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자. 좋은 제품인데 안 팔리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풀고 있는 문제가 잘못 정의됐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푸는 방식의 어조가 시장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전자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문제 정의의 함정에서 다룬 함정이고, 후자가 바로 오늘 다룬 CMF의 영역이다.
다니엘이 만든 세 앱은 어느 것도 기술적으로 혁신적이지 않았다. AI 탐지 우회 툴, 피트니스 앱, 성경 공부 앱. 이미 시장에 같은 카테고리 앱이 수십 개씩 있었다. 그가 다른 점은 단 하나, 만든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이다.
좋아요만 모이는 시대는 끝났다. 사람을 모으는 시대가 시작됐다. 같은 흐름을 다른 각도에서 풀어낸 SNS 팔로워 전환 전략도 함께 읽어보면 창업자 바이럴 마케팅 전략의 그림이 더 또렷해진다.
오늘 만든 제품이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다음 사용자는 광고가 아니라 당신의 얼굴을 보고 들어온다.
참고 자료
- Daniel Kwon, “This is how I made my first million ($1M) at 21”
- Sprout Social, “How the TikTok Algorithm Works in 2026”
- Adobe, “The four creative trends that will define marketing in 2026”
- TechCrunch, “Cluely’s Roy Lee on the rage-bait strategy for startup marketing”
- Relato, “Founder-led marketing: A guide for content leads in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