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인지 아닌지, 숫자 하나로 가려낼 수 있을까.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무너지지 않을 회사인지는 가늠할 수 있다. 그 열쇠가 재무안전성이다. 그리고 재무안전성을 읽는 가장 좋은 출발점은 자기자본이다. 회사가 자기 돈으로 얼마나 단단하게 서 있는지를 보면, 위기에 버틸 체력이 보인다.

자기자본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재무안전성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은 재무상태표의 자본총계와 같은 말이다. 네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진다.
- 자본금 – 주주가 납입한 최소한의 출자 자본
- 자본잉여금 – 주식을 액면가보다 비싸게 발행해 생긴 차익 등
- 이익잉여금 – 영업으로 번 순이익 중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쌓아 둔 돈
- 기타자본 – 자기주식 취득 등 전체 자본에서 빼는 항목
자회사를 거느린 회사라면 연결재무제표가 기준이 되고, 여기서 자기자본은 지배기업 소유주지분과 비지배지분으로 나뉜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 실제 사례로 보자.
사례로 보는 삼성전자의 자기자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서 삼성전자의 연결 재무상태표(2022년 6월 30일 기준)를 열면 자본 구성이 이렇다.
| 항목 | 금액 (백만 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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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기업 소유주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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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8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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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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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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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발행초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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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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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잉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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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21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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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배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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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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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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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90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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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총계는 약 327조 9,066억 원이다. 그런데 주주 입장에서 진짜 내 몫에 가까운 건 비지배지분을 뺀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약 318조 8,306억 원이다. 연결 재무제표를 볼 땐 이 구분을 꼭 챙겨야 한다. (수치는 2022년 반기 기준이라 최신 값은 DART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좋은 자기자본의 첫 신호: 이익잉여금
자기자본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자본총계가 매년 커지고 있는가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이익잉여금이다.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은 주주가 직접 넣은 돈이지만,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스스로 벌어 쌓은 돈이다.
회사는 왜 번 돈을 다 배당하지 않고 일부를 쌓아 둘까. 계속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 돈을 전부 나눠 주면 당장은 좋아도, 경쟁에서 밀려 결국 주주에게도 손해다. 그래서 좋은 회사는 이익잉여금이 매년 늘어난다. 회사가 사업 자금이 필요할 때 빚이나 증자 대신 이 잉여금을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시간이 돈을 불리는 복리의 원리는 워런 버핏의 인내심 투자 철학에서 더 깊이 확인할 수 있다.
위험 신호: 잦은 유상증자
반대로 조심해야 할 신호가 있다. 바로 잦은 유상증자다. 증자는 주식을 더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일인데,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로 나뉜다.
무상증자는 주식 수를 늘려 유동성을 키우기에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다르다. 주주가 다시 돈을 내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구조라,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주가에도 부정적이다. 특히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잦은 유상증자는 적신호다.
가장 경계할 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자주 하는 회사다. 이건 대개 다음을 뜻한다.
-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다
- 증자에 참여할 자금력이 없다
-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이 어렵다
즉,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재무안전성이 약한 회사의 전형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다. 이런 위험 신호를 놓쳐 손실을 보는 사례는 돈을 갉아먹는 7가지 투자 실수에서도 다룬다.
비율로 보는 안정성: 부채비율과 단기 지표
자기자본비율은 재무안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다. 자산을 부채와 자기자본으로 똑같이 조달했다면 둘 다 50%다. 부채가 자기자본보다 많아지면 부채비율이 50%를 넘어선다. 보통은 부채비율(부채÷자본)을 100% 아래로 유지하는 회사를 안정적이라고 본다.
여기에 단기 안정성 지표를 더하면 그림이 또렷해진다. 기업 재무비율 지표에서 함께 보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1년 안에 갚을 빚을 감당할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지를 보여준다. 재고를 뺀 당좌비율은 더 보수적인 단기 체력 지표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이자 부담을 견디는 힘인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지므로, 두 지표는 함께 읽어야 한다. 다만 성장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산업이라면 부채비율이 조금 높아도 큰 문제는 아니다.
ROE와 부채의 균형
부채 없이 자기자본만으로 경영하면 안전하지만 자본이익률(ROE)이 낮아진다. 그래서 적당한 부채로 ROE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균형이다. 주주는 ROE가 높길 바라고, 그 눈치를 보는 경영자는 부채를 과하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ROE를 위해 빚을 늘리는 건 장기적으로 나쁜 선택이다. 불황이 닥치면 그 부채가 회사를 벼랑으로 민다.
ROE를 높이는 가장 건강한 방법은 따로 있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것이다. 이걸 가장 잘하는 회사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다. 버핏은 ROE를 주주가치 판단의 핵심으로 봤고,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회사가 복리의 마법을 부린다고 했다. 반대로 ROE가 낮아진 회사라면, 낮은 수익률 사업에 재투자하기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편이 낫다고 봤다. 회사를 고를 때 어떤 함정을 피해야 하는지는 버핏이 절대 건드리지 않는 11가지 투자 함정에 잘 정리돼 있다.
우선주와 자본 조달의 선택
자본 조달에는 정답이 없다. 자기자본 조달 비용이 타인자본보다 비싸기 때문에, 사업 전망이 밝고 이익률이 높다면 부채로 자금을 끌어와 더 큰 이익을 내고 갚는 편이 유리할 때도 있다. 이자보다 더 벌 수 있다면 적당한 부채는 좋은 전략이 된다.
우선주도 알아 두면 좋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받고, 청산 시 잔여재산 분배에서도 앞선다. 회사 입장에선 상환 의무가 없어 주식의 성격을 갖지만, 배당을 꼬박 줘야 하니 부채의 성격도 띤다. 다만 그 배당은 부채 이자와 달리 비용으로 공제되지 않아 절세 효과가 없다는 점은 따져 봐야 한다.
재무안전성 체크리스트 7가지
마지막으로, 한 회사의 재무안전성은 다음 일곱 질문으로 점검할 수 있다.
- 자본총계가 매년 커지고 있는가
- 유상증자를 자주 실시하는 회사인가
-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은 적당한가
- 적당한 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는가
- 자본의 조달 방법은 무엇인가
- 우선주를 발행한 회사인가
- 투자자본수익률(ROI)이 꾸준히 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회사의 체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앞서 본 재무상태표 보는 법이 회사의 뼈대를 보는 일이라면, 재무안전성 점검은 그 뼈대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두드려 보는 일이다. 오늘 관심 가는 회사 하나를 골라 DART에서 자기자본의 흐름부터 확인해 보자. 그 한 번의 점검이 무너질 회사와 버틸 회사를 갈라 준다.
참고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