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오랫동안 목표했던 것을 이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생각보다 공허하고 허탈한 기분이 드는 순간 말입니다. 승진을 했는데도, 목표 연봉을 달성했는데도, 왜인지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 이것은 단순히 ‘더 높은 목표’가 필요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경영학의 구루 스티븐 코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다리가 올바른 벽에 기대어 있지 않으면, 우리가 내딛는 모든 발걸음은 우리를 더 빨리 잘못된 곳으로 이끌 뿐입니다.
드라마 ‘더 오피스’ 영국판의 한 장면은 이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오르고 싶은 사다리의 바닥에 있는 것이 오르고 싶지 않은 사다리의 중간보다 낫다”는 대사처럼, 우리는 종종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사다리를 열심히 오르며 인생의 상당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남의 사다리’를 오르는가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의 출처에 있습니다. 성공, 안정, 인정, 편안함… 이런 목표들은 과연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모님이, 사회가,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일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도구적 가치(instrumental value)와 궁극적 가치(ultimate value)로 구분합니다. 도구적 가치는 말 그대로 ‘목적을 위한 수단’입니다. 성취, 독립, 성공, 안정감 같은 것들이죠. 반면 궁극적 가치는 그 자체가 목적인 것들입니다. 평화, 성장, 사랑, 지혜, 자유처럼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혼동합니다. 연봉이 높은 직장(도구적 가치)을 원하는 진짜 이유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함(궁극적 가치)인데, 어느새 연봉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리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면 ‘왜 살아야 하는지’를 정의하기도 전에 ‘삶의 방식’만 쫓게 됩니다.
외재적 가치의 함정
가치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 있습니다. 바로 외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의 구분입니다.
외재적 가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존합니다. 멋진 차, 높은 직함, 명품 가방… 이런 것들은 누군가 알아봐줘야 의미가 있습니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고, 동창회에서 부러움을 사고, 명함을 내밀었을 때 상대방의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외재적 가치는 끝이 없다는 점입니다. 항상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가 있고, 비교는 끝이 없습니다. 승진을 해도 더 높은 자리가 있고, 좋은 차를 사도 더 비싼 차가 있습니다. 이런 경주에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습니다.
반면 내재적 가치는 자기 강화적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인정받지 못해도 여전히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새벽에 혼자 러닝을 하는 것, 가족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이런 것들은 SNS에 올리지 않아도, 누구에게 자랑하지 않아도 충만함을 줍니다.
올바른 사다리를 찾는 3가지 질문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만의 올바른 사다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첫째, “이것을 아무도 모른다면 여전히 할까?”
- 만약 여러분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SNS에도 올릴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면, 여전히 그것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면, 그것은 외재적 가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둘째, “이것이 진짜 목적인가, 아니면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인가?”
-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한 단계 더 깊이 물어보세요. “돈을 벌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답이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라면, 진짜 목표는 ‘자유’와 ‘경험’입니다. 그렇다면 꼭 많은 돈을 벌어야만 그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 셋째, “이것을 선택한 것이 나인가, 다른 누군가인가?”
- 솔직하게 자문해보세요. 이 목표는 정말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인가요? 아니면 부모님의 기대, 사회의 압력,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인가요?
내재적 가치로의 전환, 어떻게 시작할까
내재적 가치에 집중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세요.
- 일주일에 한 번, ‘의미 있는 시간’ 블록 만들기
- 스케줄에 ‘아무도 모르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세요. 그림 그리기, 악기 연습, 깊은 독서, 명상… 무엇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SNS에 올리지 말고, 누구에게도 자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 목표 점검 루틴 만들기
- 매달 마지막 주,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들을 적어보고 각각에 대해 “이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가?”를 물어보세요. 놀랍게도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목표를 습관적으로 추구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 비교를 멈추는 연습
-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볼 때, 즉각적으로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저 사람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은 어떻게 다른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의 사다리는 어디에 기대어 있나요?
결국 인생은 ‘어떤 사다리를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벽에 사다리를 기대느냐’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빨리 올라도 잘못된 벽에 기대어 있다면, 정상에 도착했을 때 후회만 남을 뿐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오르고 있는 사다리를 한번 돌아보세요. 그것은 정말 여러분이 선택한 사다리인가요? 그리고 그 사다리가 기대어 있는 벽은 여러분이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인가요?
때로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르고 싶은 사다리의 바닥에 있는 것이, 오르고 싶지 않은 사다리의 중간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여러분의 내재적 가치를 찾아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시작해보세요.
참고 자료: Derek Hagen, “Climbing the right ladder: Choosing what really matte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