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리더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시하고 감독하는 전통적 리더십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자며 직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했던 모습은 단순한 화제거리가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 패러다임의 상징적 장면입니다.
전통적 경영 방식의 한계: ‘하던 대로’의 위험성
예측 불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의 도래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과거와 완전히 다릅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예측을 불허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신 기술들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전쟁, 기후 변화, 환율 변동, 기술 경쟁 등 복합적 위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기업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대는 후발주자들에게 더욱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 관행의 현주소
영국 통계청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자국 기업들의 경영 관행 평가에서 1점 만점에 0.57점이라는 초라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업을 잇는 중소기업, 규제가 느슨한 산업, 지역 기반 전통 기업일수록 구태의연한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불투명한 인사평가와 감에 의존한 의사결정이 만연해 있으며, 이로 인해 선진 기업과 후진 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50%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계 중심 경영의 구조적 문제점
정보 전달의 지연과 왜곡
전통적인 상의하달식 경영 구조에서는 현장의 생생한 정보가 의사결정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고객의 미묘한 반응 변화, 기술자들의 현실적 고민, 현장에서 느끼는 미세한 변화의 신호들은 슬라이드나 보고서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정보가 계층 사다리를 오르고 지시가 내려오는 동안, 시장은 이미 두 바퀴 이상 변화해버립니다. 리더는 그렇게 현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현실과 결정 사이의 간극은 돌이킬 수 없는 골로 변해갑니다.
창의성과 자율성의 억압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이런 구조가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한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소중한 통찰은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상층부에서는 안전한 결정만 반복하게 됩니다.
복잡한 보고 절차와 까다로운 승인 과정은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고, 결국 조직 전체가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관성에 빠져들게 됩니다. MIT 슬론 스쿨의 연구는 이런 위계 중심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테크기업가형 리더십의 등장
현장 중심의 리더십 철학
새로운 시대의 리더는 현장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단순히 공장에서 잠을 잔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X에서 로켓 공학을 독학하고, 테슬라에서 생산 설계에 직접 관여했습니다. 트위터 인수 후에는 엔지니어들 옆에 앉아 소프트웨어 코드를 하나하나 분석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콘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검토했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고객 메일에 밤새 답장을 보냈습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역시 기술과 제품 전략을 동시에 챙기며, 숫자뿐만 아니라 기술의 흐름을 읽고 그 안의 숨은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기술 이해의 필수성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이런 변화의 핵심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CEO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사회에 기술 인재가 한 명도 없다면, 그 회사는 기술 기업이라 불려선 안 됩니다.
이제 모든 기업이 기술 기업입니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전통 산업이든 기술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리더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국 기업의 변화 사례들
실무진과 함께하는 리더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 포털 기업의 CEO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연구소를 정기적으로 찾아 엔지니어들과 기술 논의를 나눕니다. 첨단 제조업체의 수장은 AI와 데이터 관련 교육을 스스로 받으며 매주 현장을 방문합니다.
금융 기업에서는 임원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작했고, 철강 기업의 CEO는 스마트 팩토리를 직접 설계하며 엔지니어들과 데이터를 함께 분석합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표는 앱 개발과 사용자 경험을 직접 관리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공통점: 기술 안으로 들어가는 리더십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기술을 위에서 지켜보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보고서 몇 장, 슬라이드 몇 장으로 경영을 이해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나 때는 이 정도면 됐지’라는 과거의 기억으로는 현재의 도전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AI든, 빅데이터든, 자동화든, 리더가 먼저 배우고, 먼저 써보고, 먼저 실패해보며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은 기업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기술을 이해하고 현장을 아는 리더만이 이 혼란을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의 핵심 요소들
학습하는 리더십
테크기업가형 리더는 무엇보다 학습하는 리더입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리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해보고 체험하는 실용적 학습을 의미합니다.
현장 밀착형 의사결정
데이터와 보고서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감각과 통찰이 더욱 중요합니다. 고객의 미묘한 반응 변화, 직원들의 업무 패턴 변화, 시장의 미세한 신호들은 현장에 있어야만 포착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인간의 조화
기술을 이해한다고 해서 인간적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기술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져야 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위한 실천 방안
개인 차원의 변화
리더 개인은 먼저 자신의 기술 역량을 점검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끄는 분야의 핵심 기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직접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교육을 받거나, 전문가들과 함께 학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조직 차원의 변화
조직 구조도 변화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계층을 줄이고, 현장과 의사결정자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정보 전달 체계를 개선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빠르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화적 변화
무엇보다 조직 문화가 변화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문화, 계층에 관계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존중받는 문화,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테크기업가형 리더십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을 이해하고, 현장을 아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멀찍이서 보고받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부딪히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리더만이 불확실한 미래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여러분의 조직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