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피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투자하면서 “그때 팔았더라면”, “그때 샀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은퇴한 투자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후회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누군가는 “너무 일찍 팔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기회가 있었는데 사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 돈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후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후회 회피(regret aversion)’라고 부르는데, 이는 언젠가 우리 스스로를 재고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선택을 피하려는 본능적인 경향을 말합니다.
특히 은퇴 후에는 이러한 심리적 압박이 더욱 강해집니다. 모든 결정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놓친 기회가 더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25년 넘게 투자를 해온 한 투자자의 경험담을 통해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후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진짜 투자의 지혜라는 점입니다.
승자 주식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후회
25년간 보유한 어도비(Adobe) 주식은 1,500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거의 90,000달러로 불려놓았습니다. 60배가 넘는 수익률이었죠. 2021년 말, 어도비 주가는 주당 700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인생을 바꿀 만한 수익을 실현할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팔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너무 일찍 판 것이 후회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다시 두 배로 오르면 어쩌지? 그 기회를 놓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그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주가가 불가피하게 하락하자 장부상 이익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어도비 주가는 이후 337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지난 12개월간 30%나 하락했습니다.
후회스러운 것은 주가 하락 자체가 아닙니다. 주식은 항상 오르락내리락하니까요. 진짜 후회는 적절한 순간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규율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수익 중인 주식을 보유하는 기쁨에 도취되어, 후회를 피하려다 오히려 더 큰 후회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암호화폐 겨울의 기회를 놓친 후회
정반대의 후회도 있습니다. 2023년 1월, 비트코인은 약 16,5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이더리움도 크게 인기를 잃었죠. 암호화폐 파산과 사기 뉴스가 연일 쏟아지던 ‘암호화폐의 겨울’이 한창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가 진짜 기회였습니다. 2025년 중반, 비트코인은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무려 6배나 상승했습니다. 이더리움도 급등했죠.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매수한 사람들은 상당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크라켄, 제미니,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 등에 소액만 투자했을 뿐, 더 이상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후회 회피가 발목을 잡았던 겁니다. 잘못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고, “너무 일찍” 매수했다는 어리석음을 느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망설였고, 결국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은퇴자들이 특히 후회에 취약한 이유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조심스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시장이 침체에서 회복하는 데 30년이 걸린다면, 젊은 투자자들과 달리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후회는 노년에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위험 부담이 큽니다. 모든 결정이 라이프스타일, 건강 관리, 또는 유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껴집니다. 젊었을 때처럼 “다음 기회에”라고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 둘째, 재시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젊은 투자자들은 손실 후 수십 년 동안 수익을 만회할 수 있지만, 은퇴자들은 그런 시간적 여유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셋째, 기억 편향이 작용합니다. 우리는 후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실제 상황보다 더 가혹하게 스스로를 판단하며 되풀이합니다.
- 넷째, 동료 비교가 심해집니다. 이웃이 “최고가에 빠져나왔다”거나 “비트코인을 2만 달러에 샀다”는 말을 들으면, 놓쳤다는 생각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위험한 것은 이런 후회 회피가 우리를 극단으로 몰아간다는 점입니다. 마비되어 지나치게 보수적이 되거나, 과잉 반응하며 이익을 쫓게 되는 것이죠.
후회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5가지 교훈
그렇다면 특히 은퇴 후 오차 범위가 좁게 느껴질 때, 후회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한 투자자의 25년간의 투자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부분적인 행동을 취하세요
- 모든 것을 투자하거나 모든 것을 잃을 필요는 없습니다. 집중 투자한 포지션의 일부를 매도하거나, 저평가된 자산의 일부를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어도비 주식의 경우 절반만 팔았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 2. 미리 규칙을 정하세요
- 차분한 마음으로 “주가가 두 배로 오르면 절반을 판다”, “50% 하락하면 손절한다”와 같은 규칙을 미리 정해두세요. 그렇게 하면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3. 포지션이 아닌 포트폴리오를 생각하세요
- 후회는 일반적으로 단일 거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재정적 안정은 다양하고 균형 잡히고 목표에 맞춰진 전체적인 계획에 달려 있습니다. 한 종목의 성패에 집착하지 마세요.
- 4. 후회를 너무 오래 품지 마세요
- 자신을 용서하세요. 교훈을 얻고 재정비하세요. 낭비된 에너지는 누적되지 않지만, 현명한 투자와 경험은 누적됩니다. 과거에 머물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 5. 위험 감수 능력을 이해하세요
- 부채와 지출을 관리하면 계산되고 적절한 투자 위험을 편안하게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투자를 넘어선 삶의 후회
사실 후회 회피는 투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여러 영역에서도 나타납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꿈꿔왔던 여행을 미루는 것,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가족과 더 가까이 사는 것을 망설이는 것,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새로운 취미나 모임을 피하는 것—이 모든 것이 후회 회피의 형태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선택이 두려워 굳어버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삶 자체가 하나의 포트폴리오라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은 성공하고, 어떤 선택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참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리셋 버튼을 누를 용기
은퇴를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후회는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돈, 일, 관계 등에서 다르게 했어야 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을 놓쳤나요? 2020년에 코스트코를 주당 300달러에 샀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시나요? 아니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같은 “매그니피센트 7″을 샀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시나요?
이런 후회들을 인정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으세요. 그리고 리셋 버튼을 누르세요.
인생은 끊임없이 변하고, 시장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감수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전하게 행동하고, 어떤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합니다. 어떤 경우든 후회는 게임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후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를 처리하고, 재정비하고,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은퇴 후의 매일매일은 선택하고, 행동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니까요.
참고 자료: MarketWatch, “These are my biggest investing regrets — and how I’m hitting reset in retir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