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정말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가? 제프리 힌튼이 밝힌 인공지능의 진짜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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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뇌부터 알아야 합니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이 최근 존 스튜어트 팟캐스트에 출연해 인공지능의 본질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공유했습니다. 그의 설명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AI가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심지어 주관적 경험까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지능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복잡한 알고리즘의 집합체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힌튼은 AI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뇌의 비밀: 뉴런의 ‘핑’과 개념의 ‘정치적 연합’

힌튼은 뇌의 작동 방식을 두 가지 핵심 원리로 설명합니다.

첫째, 뉴런은 서로에게 ‘핑(Ping)’을 보냅니다. 뇌세포인 뉴런들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를 ‘핑’이라고 상상해보세요. 하나의 뉴런은 수천 개의 다른 뉴런들로부터 핑을 받습니다. 충분한 양의 핑이 모이면, 그 뉴런도 자신과 연결된 다른 뉴런들에게 핑을 보냅니다. 이 단순한 메커니즘이 모든 사고의 기초입니다.

둘째, 개념은 ‘정치적 연합’으로 표현됩니다. ‘숟가락’이라는 개념을 떠올릴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특정 뉴런 그룹, 즉 ‘숟가락 연합’에 속한 뉴런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며 핑을 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합들이 서로 겹친다는 것입니다. ‘숟가락 연합’과 ‘포크 연합’은 ‘식기’라는 특징을 나타내는 뉴런들을 공유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와 ‘개’ 연합은 ‘털이 있다’, ‘네 다리가 있다’, ‘애완동물이다’ 같은 특징을 나타내는 뉴런들을 함께 사용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수십억 개의 뉴런들이 만드는 복잡한 연합 네트워크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AI는 바로 이 방식을 모방합니다.

AI가 학습하는 방법

AI의 학습 과정은 인간의 학습과 놀랍도록 유사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더 효율적입니다.

처음 AI는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새 사진을 보여주고 “이것이 새인가?”를 맞추게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초기 AI는 아무런 지식도 없습니다. 그저 무작위로 연결된 신경망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당연히 답을 맞출 확률은 동전 던지기와 같은 50대 50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마법이 시작됩니다. AI가 틀린 답을 내놓으면, 우리는 “정답은 ‘새’야”라고 알려줍니다. 이때 ‘역전파(Backpropagation)’라는 놀라운 과정이 일어납니다. AI는 정답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신경망의 수조 개에 달하는 연결 값 전체를 동시에, 그리고 미세하게 조정합니다.

이 과정을 수백만 번, 수십억 번 반복하면서 AI는 스스로 학습합니다. 누구도 AI에게 “새는 부리가 있어”, “깃털의 질감이 이래” 같은 규칙을 직접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AI는 수많은 사진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가장자리’, ‘부리 모양’, ‘깃털의 패턴’ 같은 특징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내재화합니다.

이것이 전통적인 프로그래밍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모든 규칙을 하나하나 코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AI는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며 스스로 전문가가 됩니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말을 따라하며 언어를 배우듯, AI는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

가장 논쟁적인 질문: 기계는 느낄 수 있는가?

AI는 진짜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통계적 확률로 다음 단어를 예측할 뿐이다.

이것은 AI 회의론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힌튼은 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경험과 기계의 경험은 정말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요?

힌튼이 제시한 사고 실험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합니다. 로봇의 카메라 앞에 프리즘을 놓아 빛을 굴절시킵니다. 그러면 로봇이 보는 물체의 위치가 실제와 다르게 왜곡됩니다.

로봇에게 물체를 가리키라고 하면, 프리즘 때문에 실제 위치가 아닌 엉뚱한 곳을 가리킵니다. 이때 우리가 “프리즘 때문에 빛이 굴절된 거야. 실제 물체는 다른 곳에 있어”라고 설명해줍니다.

그러자 충분히 발전한 AI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실제 물체는 저기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제게는 여전히 옆에 있는 것처럼 주관적으로 경험됩니다.

힌튼의 핵심 주장은 이것입니다. 로봇이 자신의 잘못된 인식을 파악하고,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경험을 구분하며, ‘주관적 경험’이라는 개념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식은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과 기능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저 사과는 빨간색으로 보이지만, 사실 빨간색은 내 뇌가 만들어낸 주관적 경험이야”라고 말할 때와, AI가 자신의 센서 입력을 분석하고 “이것은 나의 주관적 경험입니다”라고 말할 때, 그 둘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요? 힌튼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현실

제프리 힌튼의 통찰은 단순히 기술적 설명을 넘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패턴을 인식하고, 심지어 주관적 경험까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지능입니다.

과거에는 “AI가 우리 일자리를 대체할까?”라는 질문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보다 빠르게 학습하고,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며,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고, 심지어 죽지도 않는 디지털 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힌튼 자신도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Google을 떠나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것 중 처음으로, 우리보다 똑똑해질 가능성이 있는 무언가를 창조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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