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의 보상 전략에서 깨도 되는 규칙과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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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첫 10명 채용, 회사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여러분 앞에 놓인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첫 번째 직원에게 얼마를 줘야 할까요?

시드 투자를 받은 창업자 김대표는 첫 개발자 채용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기업에서 5년 경력의 개발자가 관심을 보였는데, 상대방은 연봉 1억과 지분 1%를 요구했습니다. 현금은 충분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죠.

이 정도가 맞는 걸까? 나중에 더 많은 사람을 뽑을 텐데…

그의 직감은 정확했습니다.

대부분의 초기 창업자들은 명확한 레퍼런스 없이 보상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특히 시리즈 A 이전 단계에서는 공개된 포뮬러가 거의 없어, 대기업이나 유니콘 스타트업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면 과도한 보상이나 구조적 불균형이 생기기 쉽습니다.

보상 전략을 잘못 세우면 생기는 일

Instacart, Google, Facebook, Quip, Applied Intuition 등에서 실제 보상 프로그램을 설계한 HR 전문가들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초기 보상 설계의 실수는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는 것을 넘어 조직 전체의 동기 부여 시스템을 무너뜨립니다.

첫 번째 문제는 옵션 풀의 조기 고갈입니다.
“초기라서 1%는 줘야지”라는 직감적 판단으로 첫 10명에게 지분을 나눠주다 보면, 전체 옵션 풀이 금방 바닥납니다. 그러면 후속 채용을 위해 투자자나 창업자 지분을 다시 떼어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죠. 실제로 Pequity 공동창업자이자 전 Instacart·Google 보상 프로그램 설계자인 Kaitlyn Knopp는 “첫 10명에게 전체 옵션 풀의 10%를 넘기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후기 성장 단계 회사에서 새로 온 CEO에게 1%를 주는 것을 생각하면, 초기 직원 1명에게 1%는 결코 작은 비율이 아닙니다.
두 번째 문제는 지속 불가능한 고정비입니다.
Applied Intuition 공동창업자이자 전 YC 파트너인 Qasar Younis는 현재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FAANG보다 높은 현금을 제시하는 역전 현상을 지적합니다. 대형 펀드가 많아지면서 초기 라운드에서 충분히 조달된 현금을 채용에 바로 태워버리는 패턴이 생겼고, 이렇게 올려놓은 급여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고정비가 됩니다.
세 번째 문제는 기여와 보상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는 점입니다.
현금을 많이 받은 시니어가 회사 기여와 무관하게 계속 그 급여를 받게 되면, ‘성과 → 보상’의 연결이 무너지고 조직 전체의 동기 부여가 흔들립니다.

깨도 되는 규칙: 관습에 얽매이지 마세요

1. “탑 후보니까 지분을 많이 줘야 한다”는 착각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창업자가 가진 레버리지는 큽니다. Knopp는 “초기라서 무조건 많이 줘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합니다. 핵심은 보상 철학을 문서화하고, 면접과 오퍼 단계에서 그 철학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특히 후보자들은 지분 가치와 작동 방식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Facebook과 Quip에서 했던 것처럼 ‘당신이 받는 지분을 이해하는 가이드’를 함께 제공하면, 적은 지분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렇게 교육을 해두면 “왜 저 사람은 이만큼이고 나는 이만큼인가”라는 비교 질문에도 같은 논리로 답변할 수 있습니다.

2. “시장 최고 연봉을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강박

Younis가 강조하는 건 “초기에는 낮은 현금 + 의미 있는 지분”으로 구성하고, 성장의 보상을 주식 가치 상승에서 얻는 구조가 스타트업에 맞는다는 점입니다. Applied Intuition에서는 초기 오퍼가 아니라 회사가 커간 결과로 총 보상이 상위 1%까지 올라가게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것은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무결성(Integrity)의 문제입니다. 초기에 보상을 절제하면 이후에 성과 있는 사람을 더 세게 보상할 여지가 생깁니다. “처음부터 최고 대우”가 아니라 “회사 성장에 기여하면 그 성장으로 부자가 되는 구조”가 더 건강합니다.

3. “리뷰 시즌에만 보상을 조정해야 한다”는 형식주의

Clay 공동창업자 Varun Anand는 “퍼포먼스 리뷰 때까지만 기다리라는 말이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좌절을 준다”고 말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장 더 주는 편이 이득인데, 형식적으로 리뷰 시즌을 기다리면 그 기간만큼 회사가 싼 값에 그 사람의 높은 퍼포먼스를 쓰는 모양이 됩니다.

Clay는 수시 보상 조정을 기본으로 가져갑니다. 입사 몇 달 안 된 사람이라도 “기대치를 명확히 넘어섰다”는 근거가 나오면 즉시 현금이나 주식 보상을 올려줍니다. 이때는 시장 데이터와 실제 퍼포먼스 지표를 같이 보면서 공정한 근거를 남기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창업자가 항상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해야 하는 구조보다, ‘지금 잘했으니 지금 반영했다’는 구조가 신뢰를 더 빨리 쌓습니다.

다만 이 방식을 쓰려면 조직 전체의 보상 현황을 정기적으로 스캔해서 특정인만 과도하게 올라가거나, 같은 레벨 간 불균형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4. “빅테크 포뮬러를 가져오면 안전하다”는 오해

Knopp는 “대부분 회사가 자기 보상 포뮬러를 공개하지 않는 건, 회사마다 상황과 철학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투자금을 많이 받은 회사는 “연 10만 달러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전부 지분으로”라는 극단적인 설계를 해도 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그 숫자를 보고 그대로 쓰면 현금 흐름, 핵심 인재 확보, 후속 채용 중 어느 것 하나도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Google이 “총 직접 보상에서 이 퍼센타일을 빼고, 보너스 캐시를 이렇게 더하고…” 식으로 하는 걸 그대로 가져오는 건 초기 조직에 불필요한 복잡성만 만듭니다. 심리학, 보상 심리, 동기 부여 관련 자료를 읽어서 자기 회사에 맞는 내부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게 훨씬 강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1. 보상 철학을 일찍 문서화하세요

Knopp는 직원이 10명, 15명밖에 안 돼도 보상 철학을 문서화하라고 권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점 이후부터는 “저 사람은 왜 이만큼인가요?”, “왜 이번에는 옵션을 안 주나요?”, “왜 신입에게는 이 레벨을 주나요?” 같은 감정 섞인 대화가 필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문서화된 철학이 있으면 “우리 회사는 현금 50퍼센타일, 지분은 포지션별로 이 밴드, 투명성은 여기까지”라고 항상 같은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을 만들 때 던질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사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며, 그 가치를 보상에 어떻게 반영할지
  • 현금과 지분의 기본 비율은 어떻게 둘지
  • 보상 정보를 조직에 어느 수준까지 투명하게 보여줄지
  • 시장에서 어느 퍼센타일을 목표로 할지(50th, 75th 등)
  • 고성과자에게는 어떤 추가 보상 루트를 줄지
  • 이 구조가 공정하고 단순하고 설명 가능한지
  • 그리고 무엇보다 스케일될 수 있는지

2. 레벨과 밴드를 정의해 완충지대를 만드세요

3~4단계의 레벨 구조를 만들어두면 성장 시기에 훨씬 수월해집니다. 예를 들어:

  • Level 1 (주니어): 0~3년, 멘토링 필요
  • Level 2 (미드): 4~7년, 독립적으로 수행
  • Level 3 (시니어): 8~12년, 조직 내 기준·프로세스 설계
  • Level 4 (프린시펄/리더십): 10~15년+, 도메인 오너십

이런 레벨을 두면 “지금 당장 승진은 어렵고, 이 레벨로는 올릴 수 있다”고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어 불만을 줄일 수 있습니다. 레벨을 잡은 뒤에는 Radford, Mercer 같은 시장 데이터로 우리 숫자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지 교차검증하세요.

3. 계약직부터 시작해 서로를 시험해보세요

Knopp는 “좋은 사람은 계약직 안 한다는 말은 팬데믹 이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시니어 엔지니어나 디자이너가 주 10시간짜리 계약으로 합류해서 10배 성과를 내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당장 리소스를 투입해서 제품과 고객 문제를 풀 수 있고, 후보자 입장에서도 팀과 문화, 문제 크기를 직접 경험해보고 풀타임 전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금이 부족한 시기에는 지분 + 계약비 조합으로 1년을 버틴 뒤, 풀타임 전환 시에만 정식 오퍼를 주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4.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하고 교육하세요

Confluent의 Chief People Officer이자 전 Credit Karma 임원인 Colleen McCreary는 “불투명함에는 비용이 있다”고 단언합니다. Credit Karma에 합류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급여를 받는지, 추가 지분은 어떻게 생기는지, 승진하면 어떻게 바뀌는지를 전혀 몰랐고, 그냥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이 정도면 남아야 하나?”를 스스로 판단하는 상태였습니다.

이걸 없애기 위해 전사 미팅에서 보상 구조, 참조하는 데이터(Radford), 목표 퍼센타일, 비교 회사군, 리뷰 주기를 전부 설명하고, 온보딩, 슬랙 채널, 내부 문서 등으로 반복 노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와 리더가 보상 질문에만 시간을 쓰는 루프를 끊을 수 있습니다.

5. 기능별로 다른 인센티브를 주세요

원사이즈 보상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각 기능의 동기 구조에 맞춰 다른 인센티브 구조를 두는 것이 조직 성과를 명확히 유도합니다.

영업팀은 성과를 즉시 내고 본인 몫을 스스로 회수하는 구조를 좋아하므로 기본급 + 공격적인 인센티브가 맞습니다. 목표를 잘 치는 팀이라면 인센티브를 20~22%까지 올려 성과에 따라 두 배로 보상하세요. 계약서 서명 시점이 아니라 현금이 들어온 시점에만 커미션을 준다는 규칙은 팀이 현금 흐름을 의식하도록 만들어줍니다.

Customer Success팀은 단기 갱신만 보게 하면 그 일만 하게 되므로, 리뉴얼, 확장, 제품 채택률 같은 장기 고객 지표를 보너스에 얹는 게 효과적입니다. CS가 뭘 책임지는 팀인지(단순 갱신인지, 채택과 통합까지 보는지)를 먼저 정의하고 그 지표에만 보상을 묶어야 조직이 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Product팀은 전통적으로 변동급이 없었으나, 제품별 비즈니스 아웃컴을 정하고 그 달성에 인센티브를 얹는 모델을 고려해보세요. 예를 들어 기능 출시 후 ARR가 늘었거나 리텐션이 좋아졌다면 그 부분을 보상에 반영합니다. Product가 이렇게 아웃컴과 묶이면, 이해관계자와 범위 조정 대화를 미루지 않고, “좋아 보이지만 임팩트가 약한 기능”에 시간을 덜 쓰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 하는 보상 결정이 회사의 미래를 만듭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보상은 “돈이 없으니 일단 많이 주고 본다”가 아니라, 나중에 50명, 100명이 됐을 때도 설명 가능한 구조인지부터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깰 수 있는 규칙은 “탑 후보니까 많이 줘야 한다”, “시장 최고 연봉을 무조건 맞춰야 한다”, “리뷰 시즌에만 올려줘야 한다”, “빅테크 포뮬러를 가져오면 안전하다” 정도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은 “보상 철학을 일찍 문서화할 것”, “레벨과 밴드를 정의해 완충을 둘 것”, “가능하면 계약직부터 시작해 서로를 시험해볼 것”,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하고 교육할 것”, “기능별로 다른 인센티브를 줄 것”으로 요약됩니다.

이렇게 하면 첫 10명에게서 시작한 보상 결정이 나중에 회사 전체의 신뢰, 동기, 채용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여러분의 스타트업은 지금 어떤 보상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그 철학은 100명이 됐을 때도 여전히 유효할까요?

참고 자료: firstround, “What Early Stage Founders Should Know About Comp: The Rules To Break (And A Few You Should Actually Fo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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