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AI 모델들이 수백만 토큰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긴 문서를 처리할 때 진짜 성능은 벤치마크 점수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최근 크로마(Chroma)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알던 LLM의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벤치마크의 함정: NIAH 테스트가 놓친 것들
현재 업계 표준으로 사용되는 Needle in a Haystack(NIAH) 테스트는 마치 도서관에서 특정 책 제목 하나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여러 문서를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복잡한 맥락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죠.
연구진이 18개의 최신 LLM 모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Anthropic Claude, OpenAI GPT-4.1/4o/3.5, Gemini, Qwen 등 우리가 신뢰하던 모델들이 입력 길이가 늘어날수록 예측할 수 없는 성능 저하를 보인 것입니다.
성능 저하의 네 가지 패턴
질문-정답 유사도의 역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질문과 정답의 의미적 유사도를 조절했습니다. 놀랍게도 질문과 정답이 의미적으로 가까울수록 긴 입력에서 오답률이 급상승했습니다. 이는 마치 친숙한 내용일수록 더 헷갈리는 인간의 인지 편향과 유사한 현상입니다.
방해문의 치명적 영향
두 번째 실험에서는 방해문(디스트랙터)을 추가했을 때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단 하나의 방해문만 추가해도 정답률이 즉시 떨어졌고, 4개 이상의 방해문이 있으면 모델별로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모델별 대응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Claude 계열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정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GPT 계열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틀린 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무에서 이런 차이점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죠.
논리적 구조의 예상치 못한 함정
세 번째 실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논리적 흐름을 유지한 원본 문서보다 문장이 무작위로 섞인 문서에서 오히려 검색 성능이 더 좋게 나온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직관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마치 정돈된 책장보다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책 더미에서 원하는 책을 더 쉽게 찾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LLM이 구조적 맥락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단순 반복도 어려워지는 현실
네 번째 실험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인 단어 반복 복사였습니다. 그런데 2,500~5,000단어 이후부터는 특정 모델들이 복사를 거부하거나 엉뚱한 텍스트를 생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사-붙여넣기만큼 간단한 작업도 긴 입력에서는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실무 적용에서의 시사점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
이 연구 결과는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히 모든 관련 문서를 LLM에 던져주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보의 배열, 구조, 관련성 등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 핵심 역량이 되어야 합니다.
집중 입력 vs 전체 입력
LongMemEval 벤치마크를 활용한 추가 실험에서는 집중 입력(정답과 직접 관련된 부분만)이 전체 입력보다 훨씬 높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더 많은 정보가 항상 좋다”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입니다.
모델별 특성 이해하기
각 모델이 보이는 서로 다른 반응 패턴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Claude는 불확실할 때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고, GPT는 확신에 찬 오답을 생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AI 성능 평가의 새로운 기준 필요
현재의 벤치마크 시스템으로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성능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습니다. 더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컨텍스트 윈도우 확장의 한계 인식
수백만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를 자랑하는 마케팅 메시지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성능 저하 패턴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길이만큼 중요한 것은 정보의 품질과 배열입니다.
이번 연구는 LLM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더 효과적인 활용 방법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러분의 업무에서 긴 문서를 처리할 때, 이런 특성들을 고려하여 전략을 세운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LLM과 함께 일하는 미래에서는 기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어떻게 실무에 적용하고 계신가요?
참고 자료: Chroma Technical Report, “Context Rot: How Increasing Input Tokens Impacts LLM Perfor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