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기술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눈에 띕니다. 오늘은 AI 도구의 무분별한 활용이 오히려 개발 문화를 훼손하고, 엔지니어들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번아웃에 시달리는 시니어 엔지니어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겪고 있는 번아웃은 단순한 업무 과부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정말로 지쳐하는 이유는 의미 없는 코드 리뷰에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한 시니어 개발자의 경험담을 보면 이 심각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그는 최근 회사 타운홀에서 주니어 엔지니어들이 새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하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자신이 개발한 기능의 목적이나 작동 방식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 시니어 매니저가 이들의 성과를 자랑하며 “이것은 Claude가 작성한 4천 줄짜리 코드입니다”라고 당당히 발표했고, 박수갈채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AI가 멘토링 문화를 파괴하는 방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은 멘토링 문화입니다. 시니어 개발자들이 주니어들에게 제공하는 피드백과 조언은 단순한 업무 지시가 아닌, 성장을 위한 귀중한 학습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요? 시니어 개발자가 코드 리뷰를 통해 제공한 피드백이 학습의 기회로 활용되는 대신, 주니어 개발자들은 이를 단순히 AI에게 보낼 다음 프롬프트로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한 개발자가 기존 기능 개선을 위해 최근 해당 코드를 수정한 주니어 엔지니어에게 컨텍스트를 요청했습니다. GitHub 커밋 URL을 보내며 변경 사항에 대해 질문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명백히 LLM에 질문을 입력한 후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꼈다는 “묘한 위화감과 불편함”은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닙니다. 이는 진정한 소통과 학습이 사라지는 순간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었던 것입니다.
코드 품질 저하와 리뷰 지옥
AI가 생성한 코드의 품질 문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개발자의 증언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여러 명의 엔지니어가 LLM이 자동 생성한 코드를 검토하고 병합하려는 시간 낭비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AI가 만든 “엉성한 코드”를 반복적으로 리뷰하느라 소진된 경험을 토로하는 개발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코드를 리뷰하고 수정을 요청하면, 곧바로 또 다른 AI 생성 코드로 응답한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진정한 코드 품질 개선이나 학습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ChatGPT 월 구독료 20달러를 지불하고, 그 결과물을 여러 명의 엔지니어가 한 달 동안 리뷰해야 한다면, 과연 어디서 비용 절감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AI 없이 살아보기: 한 개발자의 실험
흥미롭게도, 최근 AI 도구 사용을 중단한 한 개발자의 경험담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Claude Pro 구독을 6개월간 유지했지만 점차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구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대신 몇 번의 인터넷 검색과 Stack Overflow, 공식 문서를 읽는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한 결과, LLM이 내놓는 결과보다 자신의 판단이 정확성과 신뢰성 면에서 훨씬 우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AI 도구에 의존할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 역량이 퇴화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AI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상
현재 AI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보면 더욱 암울한 현실이 드러납니다.
전형적인 AI 스타트업 과정:
- “AI” 기술을 기존 영역에 적용하며 효율성을 내세워 신생 기업 등장
- 벤처 캐피털로부터 투자 유치 성공
- OpenAI 등 AI 서비스 제공 기업에게 사용료 지불
- AI 스타트업 자체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라짐
이 과정 자체는 기존 VC 생태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사인 OpenAI조차 아직 실질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속 불가능한 기술의 본질
생성형 AI 기술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는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며 대량 확장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전력 소모와 환경적 부작용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이 부활하거나 우주의 열사가 충분히 지연되어 모든 인류가 억만장자가 되기를 기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직시할 때 생성형 AI 사업은 일종의 환상일 뿐입니다. 이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현상과 다름없는 집단적 착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문화 복원을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본질은 동료와 멘토 덕분에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입니다. 직접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분야 문화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투자와 노력이 곧바로 “최신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복사되는 현실에서 과연 인간 개발자를 키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주니어 엔지니어 대신 모델만 학습시키는 것이 나을까요?
그런 세상은 정말로 매우 암울한 비전입니다.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때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 도구가 정말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AI 도구 없이 하루, 일주일, 한 달을 살아보세요. 그 과정에서 여러분은 자신의 진짜 역량과 AI 의존성의 실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catskull.net, “What the hell is going on right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