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플레어 창업자가 말하는 인터넷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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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지속된 인터넷 경제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몇 번이나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링크를 클릭해 답을 찾으셨나요? 이제 그런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 창업자 매튜 프린스와 미셸 자틀린이 최근 발표한 연례 서한은 우리가 인터넷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지난 15년 동안 인터넷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습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검색 엔진에 발견되고, 그렇게 발생한 트래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 광고든 구독이든 상품 판매든, 모든 것의 중심에는 ‘트래픽’이라는 화폐가 있었습니다.

트래픽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하지만 이 트래픽 중심 보상 체계는 인터넷을 왜곡시켰습니다. 클릭베이트 제목, 분노를 유발하는 레이지베이트 콘텐츠, 스팸으로 가득 찬 콘텐츠 농장들이 번성했습니다. 왜일까요? 트래픽이 가치의 불완전한 대리 지표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들은 독자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반응을 최대화하는 헤드라인을 작성하는 것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것이 최대 트래픽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이런 구조 속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는 오히려 불리했습니다.

검색에서 답변으로: AI가 가져온 지각변동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인터넷의 발견 시스템이 ‘검색 엔진’에서 ‘답변 엔진’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ChatGPT, Claude 같은 AI 서비스는 보물 지도 대신 직접 답을 제공합니다. 구글조차 이제 ’10개의 파란 링크’ 대신 ‘AI 오버뷰’를 먼저 보여줍니다.

SF 영화를 떠올려보세요. 영화 속 똑똑한 로봇 캐릭터가 질문에 “여기 클릭해볼 만한 링크들이 있어요”라고 답하던가요? 아닙니다. 그들은 직접 답을 제공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입니다.

이 변화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와 소셜 애플리케이션의 트래픽은 아직 크게 줄지 않았지만, 미디어 회사들은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언론사뿐 아니라 투자은행의 리서치 그룹, 주요 컨설팅 회사들까지 사람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찾는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콘텐츠 구독 모델의 종말?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AI 에이전트가 20개 뉴스 매체를 요약해준다고 상상해보세요. 실제로 그 사이트들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AI 에이전트는 광고를 클릭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다른 사용자의 구독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집계할 수 있다면, 굳이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를 개인적으로 구독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는 콘텐츠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인간 트래픽의 감소는 오늘날 인터넷을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 창업자들은 이를 “인터넷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표현합니다.

콘텐츠는 AI의 연료다

하지만 희망의 근거도 있습니다. 콘텐츠는 모든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연료입니다. AI 기업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콘텐츠 생태계가 죽으면 자신들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요.

실제로 클라우드플레어는 고객들이 AI 크롤링 컨트롤 서비스를 활용해 AI 기업과 콘텐츠 라이선스 거래를 맺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좋은 조건을 받는 콘텐츠 제공자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레이지베이트 헤드라인 작가들이 아닙니다. 정치에 대한 n번째 논평을 쓰는 뉴스 조직도 아닙니다. 대신 Reddit 같은 독특한 커뮤니티, 창의적이고 지역 특색이 담긴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곳들입니다.

스위스 치즈 모델: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의 청사진

클라우드플레어 창업자들은 LLM을 스위스 치즈에 비유합니다. 모든 LLM을 합치면 인류 지식의 수학적 표현이 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꽤 훌륭합니다. 그리고 치즈에는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이 바로 인류 지식의 공백입니다.

미래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이렇습니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레이지베이트를 보상하는 대신, 치즈의 구멍을 채우는 콘텐츠 창작자에게 보상하는 것입니다. AI 기업이 징수하는 구독료와 광고 수익의 일부가 집단적 지식을 가장 풍부하게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간단한 스케치로 상상해보면 이렇습니다: AI 기업의 월간 활성 사용자당 일정 금액이 공동 풀에 모이고, 이것이 치즈의 구멍을 가장 잘 채우는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배분됩니다.

AI 기업은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한 주제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대의 구독자들이 항상 찾는 주제인데 충분한 콘텐츠가 없다면 말이죠. AI 기업들이 사용하는 프루닝 알고리즘 자체가 어떤 콘텐츠가 돈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합니다.

네이버 웹툰의 교훈

이 지점에서 네이버 웹툰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웹툰은 원래 트래픽 유도를 위한 무료 콘텐츠였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크게 관심 없는 사업이었죠.

하지만 독점 콘텐츠, 뛰어난 접근성, 연령별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무기로 성장하며 ‘만화’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네이버는 작가와의 계약을 통한 원고료, 미리보기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유료화, 드라마·영화로의 확장 지원을 통해 생태계 전체를 성장시켰습니다.

LLM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GPU와 인재 확보 예산이 안정화되면, AI 에이전트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 될까요? 바로 독점 콘텐츠입니다. 가장 많은 독점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이 승자가 될 것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역할: 공정한 경기장 만들기

클라우드플레어는 자신들의 역할을 명확히 합니다. 현상 유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의 촉매가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공정한 경기장’입니다. 크고 작은 많은 AI 기업들과 크고 작은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레거시 검색 엔진에 비해 불리한 것은 안 됩니다. 하나는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하나는 무료로 가져간다면 불공정하니까요.

하지만 올바른 해법은 아무도 지불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신규든 기존 기업이든, 생태계로부터 혜택을 받는 모든 이가 상대적 규모에 따라 기여해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새로운 인터넷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오늘날 불가능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플레어 창업자들은 이를 “당연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주요 AI 기업들과 나눈 대화는 거의 모두 생태계에 환원하고 콘텐츠 창작자에게 보상할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최대 퍼블리셔들은 AI 기업들과 훨씬 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인터넷의 화폐가 트래픽에서 정답 기여도로 바뀌는 전환점. 이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클릭베이트 헤드라인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진정한 가치, 독특한 통찰, 지역의 특색을 담은 콘텐츠가 보상받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가 15년간 이룬 성과는 인상적이지만, 그들의 미션인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드는 것을 돕는 것”을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우리 모두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콘텐츠로 인터넷의 빈 공간을 채우고 싶으신가요?

참고 자료: Matthew Prince & Michelle Zatlyn, “Cloudflare’s 2025 Annual Founders’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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