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다른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는 나오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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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금융 시장에서 또 다른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가 등장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는 단순히 운이나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투자 시장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정보의 민주화가 가져온 역설

과거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초기 투자 시절을 “장님들 사이의 외눈박이 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비유는 당시 투자 시장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엄청났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일부 엘리트 투자자들만이 기업의 실적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고, 국제 금융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여러분도 스마트폰 하나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증시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기업 공시는 몇 초 만에 확인 가능합니다. 인터넷과 핀테크의 발달로 정보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누구나 동일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정보를 활용한 초과 수익 창출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과거 소로스와 버핏이 활용할 수 있었던 ‘정보 격차’라는 무기는 이제 무뎌졌습니다. 수만 명의 퀀트 전문가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동원해 시장의 모든 비효율성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전통적인 가치 투자 전략만으로는 시장을 이기기 힘든 구조가 된 것입니다.

투자 시장에서도 압도적 성과는 사라졌다

하버드 대학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을까?

그의 답은 놀라웠습니다. 타자들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투수를 포함한 전체 선수들의 실력이 고르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논리는 투자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197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전문 투자자들만이 시장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투자 결정을 내렸고, 실력 편차가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만 명의 CFA 자격증 보유자들이 있고, 전 세계 명문대에서 금융공학 박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모든 투자자들의 평균 실력이 향상되면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과거처럼 시장의 명백한 오류를 발견해 큰 수익을 올리는 기회는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미세한 차이, 0.1%의 우위를 놓고 수천 명의 천재들이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기술 발전의 양날의 검

오늘날 투자자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도구들을 사용합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수백만 건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고, 자연어 처리 기술은 뉴스와 SNS에서 시장 심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고빈도 거래(HFT) 시스템은 밀리초 단위로 거래를 실행합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며칠, 몇 주가 걸렸던 시장의 가격 조정이 이제는 몇 초 만에 이루어집니다. 소로스와 버핏이 활용했던 ‘비효율적 시장’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초과 수익을 낼 기회는 줄어드는 것입니다.

거대 자본의 저주

워런 버핏 자신도 인정했듯이, 소액으로 투자할 때와 수천억 달러를 운용할 때는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버핏은 “만약 내가 100만 달러만 운용한다면 연 50%의 수익률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제 자산 규모가 너무 커서 연 20%의 수익률을 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는 마치 탱크와 스포츠카의 차이와 같습니다. 거대한 자본은 막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동성이 떨어집니다. 작은 자본은 빠르게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진입과 탈출을 반복할 수 있지만, 거대 자본은 그럴 수 없습니다. 대형 펀드가 특정 종목을 매수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매도하려 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시장 충격 비용(market impact cost)’이 발생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투자를 포기해야 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과거의 영웅들을 무작정 따라하는 대신, 현재 시장 구조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액 투자자들은 거대 자본이 접근하기 어려운 틈새 시장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캡 주식, 신흥 시장의 숨은 보석, 또는 새로운 테마에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버핏과 소로스가 가졌던 원칙—장기적 관점, 리스크 관리, 인내심—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중요한 것은 맹목적인 모방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방식과 원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변했지만, 훌륭한 투자의 본질—기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투자 전략을 가지고 계신가요? 과거의 전설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의 시장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우위를 찾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길입니다.

참고 자료: Market Watch, “Why we’ll never see another Warren Buffett or George Soros e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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