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LLM)이 몇 분 만에 논문을 써주는 시대입니다. 과연 우리는 여전히 직접 글을 써야 할까요? 네이처(Nature)에서 발표한 “Writing is Thinking” 연구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글쓰기의 본질: 사고의 정제 과정
글쓰기가 우리 뇌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손으로 글을 써본 게 언제인가요? 연구에 따르면 손글씨는 단순한 기록 수단이 아닙니다. 손글씨는 뇌의 광범위한 연결성을 활성화하며, 학습과 기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혼란스럽고 비선형적인 사고를 구조적이고 의도적인 방식으로 정리하도록 강제합니다. 수년간의 연구, 데이터, 분석을 실제 이야기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핵심 메시지와 연구의 영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과학적 글쓰기: 연구 방법의 핵심
과학적 글쓰기는 단순히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관례가 아닙니다. 연구 방법 자체의 핵심이며, 구조적이고 의도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주요 메시지를 도출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LLM의 한계: 효율성과 진정성 사이의 딜레마
책임성의 부재: 누구의 생각인가?
LLM이 논문을 작성할 수 있지만, LLM은 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책임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글쓰기가 사고라면, LLM이 쓴 논문은 연구자가 아닌 모델의 ‘생각’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 연구의 무결성과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환각 현상: 거짓 정보의 위험성
현재 LLM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환각 현상’입니다. LLM이 그럴듯하지만 완전히 거짓인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LLM이 생성한 인용문이나 참고문헌이 허구일 수 있어, 모든 내용을 꼼꼼히 검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처음부터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편집하려면 그 논리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복잡한 작업입니다.
LLM의 효과적 활용법: 도구로서의 가치
글쓰기 보조 도구로서의 LLM
그렇다고 LLM이 완전히 무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절히 활용하면 강력한 글쓰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언어적 지원
- 가독성 향상과 문법 교정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구자들에게 유용)
- 다양한 설명 방식 제시
- 작가의 슬럼프 극복 지원
창의적 지원
- 다양한 과학 문헌 검색 및 요약
-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과 불릿 포인트 제공
- seemingly 무관한 주제 간 연결 발견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촉발
인간 고유의 영역: 창의적 내러티브 구축
반성과 경험의 중요성
글쓰기 전체를 LLM에 위임하는 것은 연구 분야에 대한 반성과 창의적 내러티브 구축의 기회를 잃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연구자가 수년간 진행한 암 치료 연구를 LLM에게 논문으로 작성하도록 맡겼다고 가정해봅시다. LLM은 데이터와 결과를 정리해 그럴듯한 논문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연구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예상치 못한 발견,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은 담아낼 수 없습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성의 기술
연구 내용을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학술 논문을 넘어 필수적인 인간 능력입니다. 이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의미 있는 패턴으로 조직화하고, 독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고차원적 사고 능력입니다.
미래 전망: 인간과 AI의 협력 모델
과학 데이터베이스 특화 모델의 가능성
일부 LLM의 문제는 과학 데이터베이스로만 학습된 모델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효율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균형 잡힌 접근법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LLM을 강력한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서, 핵심적인 사고와 창작 과정은 인간이 주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효율성과 진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
사고의 도구로서 글쓰기의 지속적 가치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글쓰기가 사고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연구와 아이디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여러분 자신입니다.
LLM 시대에도 우리가 직접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글쓰기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하고, 성찰하며, 창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여러분만의 고유한 사고와 통찰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나가실 건가요?
참고 자료: Nature, “Writing is 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