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 1981년 주주 서한에서 남긴 한 문장이 있습니다.
아예 할 가치가 없는 일은 잘 할 가치도 없다.
겨우 열여섯 글자에 불과한 이 말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투자자와 기업가들에게 핵심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 간단한 원칙 속에 어떤 깊은 통찰이 숨어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버핏 철학의 탄생 배경: 혼돈의 시대에서 찾은 명확함
1981년은 미국 경제가 극심한 변동성을 겪던 시기였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온갖 사업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혼란 속에서 버핏은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려운 섬유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작은 약속”에 시간과 자본을 낭비하는 대신 “크고 전략적으로 타당한” 기회만을 추구한 것입니다.
실질 vs 형식: 버핏이 거부한 기업 문화
흥미롭게도 버핏의 이 원칙은 당시 일반적인 기업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1980년대 기업들은 성장률 증대나 외관상의 이익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런 접근법이 오히려 기대 이하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확신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확장이나 겉보기 좋은 수익 구조를 위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동안, 버핏은 오직 실질적 경제적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태도를 통해 장기적 가치 창출의 기반을 다졌던 것입니다.
이런 철학은 가이코(GEICO) 보험회사에 대한 투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버핏은 가이코의 일시적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의 본질적 가치와 장기적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버크셔 해서웨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현대적 해석: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대의 집중력
버핏의 1981년 원칙은 오늘날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선택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창업 아이템부터 투자 상품, 심지어 개인의 커리어 선택까지 무수한 옵션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상황에서 버핏의 메시지가 빛을 발합니다.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는 욕심보다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시간 관리부터 기업의 자원 배분까지 모든 의사결정 영역에 적용됩니다.
최근 테크 업계의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애플은 수백 가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소수의 핵심 제품군에만 집중함으로써 각 제품의 완성도를 극대화했습니다. 반면 여러 사업 영역에 동시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들이 자원 분산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투자 전략에서의 실천: 확신 있는 베팅의 힘
투자 영역에서 버핏의 원칙은 더욱 구체적으로 적용됩니다. 그는 “분산투자는 무지에 대한 보호장치”라고 말하며, 충분히 이해하고 확신하는 소수의 우량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런 접근법은 일반적인 포트폴리오 이론과는 상반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 분산을 위해 수십 개의 종목에 투자하는 반면, 버핏은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같은 소수의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집중 투자 전략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계 최대 투자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개인적 성장에의 적용: 깊이 vs 넓이의 선택
버핏의 철학은 개인의 성장 전략에도 깊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현대 사회는 멀티태스킹과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탁월함은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전문성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부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보다 하나의 핵심 역량을 깊이 있게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버핏 자신도 투자라는 한 분야에 평생을 집중함으로써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실패하는 기업들의 공통점: 선택과 집중의 부재
반대로 실패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버핏 원칙의 중요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많은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보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쫓아 무분별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다가 실패했습니다.
특히 닷컴 버블 시기에 전통 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본업까지 잃은 사례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인터넷 시대에 뒤처질 수 없다”는 조급함에 자신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 자원을 투입했고,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미래 전망: 불확실성 시대의 확실한 원칙
급변하는 현재 상황에서 버핏의 1981년 원칙은 여전히 유효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 혁명, 기후 변화,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시대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에만 집중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이런 원칙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핵심 가치 제안을 명확히 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아예 할 가치가 없는 일은 잘 할 가치도 없다”는 말은 단순한 투자 원칙을 넘어 인생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버핏처럼 확신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의 힘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Barchart, “If Something’s Not Worth Doing at All, It’s Not Worth Doing Well”: Warren Buffett’s Critical Advice For Focusing on Suc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