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LTCM 사건에서 배운 핵심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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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금융 위기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건은 금융사에 길이 남을 교훈을 남겼습니다. 이 사건에서 워런 버핏이 얻은 통찰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천재들의 집단이 어떻게 파산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LTCM 구제금융 과정에서의 버핏의 역할

1998년 9월, 워런 버핏은 LTCM 구제금융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매우 긴박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긴급 전화를 받은 버핑은 손녀의 생일 파티와 빌 게이츠와의 알래스카 여행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대응에 나섰습니다.

흥미롭게도 버핏은 알래스카의 외딴 협곡에서 위성전화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선장이 “곰과 고래를 볼 수 있는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을 때, 버핏은 “위성 연결이 잘 되는 곳으로 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포춘지에는 올드 페이스풀호를 등지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버핏의 모습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수요일 아침, 몬태나 주 보즈먼에서 버핏은 뉴욕 연준의 빌 맥도너와 통화하며 최종 입찰을 제출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30억 달러, AIG 7억 달러, 골드만삭스 3억 달러로 총 40억 달러 규모의 구제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다른 은행들의 컨소시엄이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천재들의 집단이 실패한 이유

LTCM의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인재들이었습니다. 존 메리웨더, 에릭 로젠펠드, 래리 힐렌브랜드, 그렉 호킨스, 빅터 하가니, 노벨상 수상자 머튼 숄즈 등 16명의 평균 IQ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최고 기업의 임직원들과 견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16명 모두 합쳐서 350-400년간 동일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남성복을 팔다가 갑자기 증권업에 뛰어든 아마추어들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진짜 전문가들이었던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자신의 거의 모든 순자산을 회사에 투자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수억 달러의 자기 돈을 걸고 있었으니, 그 누구보다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그들이 결국 파산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멍청한 짓을 하는가

워런 버핏은 이 사건을 통해 “똑똑한 사람들이 왜 멍청한 짓을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파트너는 농담 삼아 “그건 자전적이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버핏이 지적한 핵심 문제는 바로 불필요한 위험 감수였습니다. LTCM의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고 필요한 것을 위험에 빠뜨려서,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벌려고 했습니다. 이는 IQ와 상관없이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버핏은 이를 러시안 룰렛에 비유했습니다.

백만 개의 탄창이 들어있는 총에 총알이 하나 들어있다고 하고, 관자놀이에 대고 한 번 당기는 데 얼마를 받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저는 당기지 않을 것입니다. 원하는 액수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단점만 명확합니다.

“한 번만 부자가 되면 된다”는 철학

월터 거트먼의 책 제목 “You Only Have to Get Rich Once(한 번만 부자가 되면 된다)”는 버핏의 투자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연초에 1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레버리지 없이 10% 수익을 내면 연말에 1억 1천만 달러를, 레버리지를 써서 20% 수익을 내되 100번 중 99번만 성공한다면 1억 2천만 달러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억 1천만 달러와 1억 2천만 달러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을까요? 버핏은 “전혀 차이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가족에게도, 삶의 질에도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심지어 기사를 쓰는 사람이 오타를 내서 120이 110으로 잘못 보도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실패했을 때의 대가는 돈을 모두 잃는 것뿐만 아니라 수치심, 모욕감, 그리고 돈을 잃은 친구들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까지 포함됩니다.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정식입니다.

수학적 모델의 한계와 과신의 위험

LTCM 사람들이 버핏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습니다. “6 시그마 이벤트는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아니면 7 시그마 이벤트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들은 틀렸습니다.

버핏은 역사가 미래의 금융 사건 발생 확률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수학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주식의 베타가 위험을 측정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버핏의 관점에서 베타는 주식의 실제 위험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시그마 역시 파산할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합니다.

이는 현대 금융학의 정량적 모델들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줍니다. 복잡한 수학적 모델도 시장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과 극단적 사건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교훈

버핏은 이 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른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헨리 카우프만의 말을 인용하며 버핏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산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모든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현재에도 유효한 투자 원칙

LTCM 사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험 관리의 우선순위: 수익률보다는 원금 보존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미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됩니다.
  • 레버리지의 위험성: 아무리 성공 확률이 높더라도, 레버리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 수학적 모델의 한계 인식: 정량적 분석은 중요하지만, 모델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과신은 금물입니다. 시장에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 겸손한 자세 유지: 아무리 전문성이 높고 경험이 풍부해도, 시장 앞에서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과신은 파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LTCM 사건은 단순히 과거의 일화가 아닙니다. 현재에도 유사한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워런 버핏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과 위험 관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사건입니다.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Buffett’s Lessons from Long Term Capital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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