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손실을 겪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자책감에 빠져 “내가 왜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라고 후회하거나, 아니면 “시장이 비정상적이었어” 같은 핑계를 찾고 계시지는 않나요?
월스트리트 저널의 투자 전문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이런 우리의 본능적 반응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투자 손실,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그의 이 조언 뒤에는 투자 심리학의 깊이 있는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투자 실패 앞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본능
투자에서 실패를 경험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됩니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을 바꾸는 것과 그럴 필요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후자를 선택합니다. 왜일까요? 바로 인지 부조화 때문입니다. “내가 이 주식을 산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라고 믿었는데, 주가가 75% 폭락한 현실과 마주하면 엄청난 심리적 갈등이 생기는 거죠.
예전에는 주식 중개인이나 펀드 매니저를 탓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 핸드폰이 중개인이고, 인덱스 펀드가 내 매니저인 시대입니다. 결국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죠.
존 허스만의 처절한 고백이 주는 교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허스만 스트레터지 그로쓰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허스만의 사례가 생생한 교훈을 줍니다.
허스만 펀드는 2022년에 10% 수익률로 S&P 500을 18%나 앞질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보면? S&P 500이 연평균 14.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이 펀드는 연평균 4.7%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10,000달러가 39,000달러로 불어나는 동안, 허스만 펀드에 투자한 같은 금액은 6,200달러로 쪼그라든 거죠.
주된 원인은? 허스만이 줄곧 주식 시장의 고평가를 확신하며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풋 옵션 매수와 콜 옵션 매도를 통해 시장 하락으로 수익을 얻으려 했지만, 그런 하락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프로의 자세: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그런데 허스만의 반응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굴욕을 참아내며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저는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폈던 양적완화 기간 동안 너무 약세적인 전망을 가졌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제로가 되자, 그런 한계는 무용지물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대응이 해로워졌습니다. **제가 틀렸던 것이죠. 누구 탓도 아닙니다.
이어서 그는 더욱 겸손한 자세를 보입니다:
나는 내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했고, 내 머리는 과대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제 책임임 것이 사실입니다.
투자 실패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3가지 전략
사회심리학자 캐럴 태브리스는 인지 부조화가 “정상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를 해두면 자기 합리화와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전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명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1. 투자 아이디어 과다 홍보 중단하기
여러분이 어떤 투자 아이디어를 사람들 앞에서 자꾸 이야기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세요. 남들에게 내 투자 논리를 설파할수록 그에 대한 집념만 깊어질 뿐입니다. 결국 틀렸을 때 마음을 바꾸기가 더욱 어려워지죠.
투자는 혼자 하는 게임입니다. 남들의 인정을 받으려 하지 말고, 조용히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지켜나가세요.
2. 야구처럼 실책도 기록하기
야구의 득점판에는 안타와 득점뿐 아니라 실책도 함께 기록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성공한 투자만 기억하고 실패는 잊으려 하지 마세요. 실수를 숨기는 대신 정확히 기록해두는 겁니다.
“어떤 증거나 사건으로도 내가 틀렸음을 증명할 수 없다”고 믿을 정도로 확신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내가 실수하고 있을 확률을 항상 추정해야 합니다. 그 확률이 0%여서는 절대 안 되죠.
3. D-데이 노트 작성법: 실패에 미리 대비하기
1944년 D-데이 침공 전날, 아이젠하워 장군은 만약 연합군이 패배할 경우를 대비해 간결한 보도 자료를 미리 써두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이랬습니다:
어떤 비난이나 잘못이라도 그것은 오로지 제 몫입니다.
여러분도 큰 투자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메모를 미리 작성해두세요:
내 투자는 실패했고, 지금은 팔고 있다. 타당하다고 믿을만한 정보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렸지만, ( )라는 점에서 내가 틀렸다. 잘못된 투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쁜 투자자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런 D-데이 노트를 미리 써두면, 실패했을 때 자신을 바보 같거나 무능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틀렸음을 쉽게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 실패는 성장의 디딤돌
결국 투자에서의 손실이나 실패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중요한 건 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죠.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대신 차분히 현실을 직시하고, 배움의 기회로 삼으세요. 허스만처럼 “누구 탓도 아닙니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세요.
손실이 났다고 해서 투자를 중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수로 판명되면, 미리 써둔 D-데이 노트의 빈칸을 즉시 채우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투자 실패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 경험에서 어떤 교훈을 얻으셨나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어보세요.
참고 자료: Jason Zweig, “Stock Market Got You Worried? Write a D-Day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