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자랑스럽게 발표한 일본과의 무역 협상이 실제로는 미국 제조업과 소비자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이번 협상의 실체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역설: 누구를 위한 관세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미국을 급격한 보호무역주의로 전환시켰습니다. 수십 년간 국제 협상을 통해 유지해온 낮은 무역 장벽을 포기하고, 1930년대 스무트-할리 법안 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과의 협상 결과입니다. 현재 일본에 부과된 관세는 15%로, 트럼프 이전 평균 1.6%에 비해 무려 9배 이상 높아진 수준입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정책 변화가 아니라, 미국 경제 구조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의미입니다.
관세 부담의 진실: 외국인이 아닌 미국인이 지불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외국인들이 관세를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 결과를 보여줍니다.


노동통계국이 추적하는 수입 물가 지표를 보면,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외국 생산자들이 미국에 청구하는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외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떠안지 않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까요? 공급 관리 협회의 제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2022년 여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구매 담당자들이 보고하는 비용 상승률은 향후 몇 달간의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인데, 현재 이 수치가 급격히 치솟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딜레마: 역설적인 경쟁 구도
이번 일본 협상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에서 드러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모든 자동차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여기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도 포함됩니다.
흥미롭게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상당한 비율의 미국산 부품을 포함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합니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는 그렇지 않죠.
그런데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일본산 자동차는 15%의 관세만 부과받는 반면,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는 25%의 높은 관세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철강 관세의 추가 타격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50% 관세는 자동차 제조 비용의 핵심 요소입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반면,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원재료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중, 삼중의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원재료 비용은 상승하고, 경쟁사인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협상 과정의 아마추어리즘
이런 불합리한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협상 과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CNBC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있던 카드에는 일본의 투자 약속 금액이 적혀 있었는데, 처음에는 4,000억 달러였다가 손으로 수정되어 5,000억 달러가 되고, 최종 발표에서는 5,500억 달러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협상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서두른 협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압박과 성급한 타결
왜 이렇게 서둘렀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에 대한 큰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조롱받아 왔습니다. 8월 1일이라는 자신이 정한 마감일 전에 성과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압박이 결국 미국에게 불리한 협상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에게 전가될 최종 부담
현재까지는 주로 미국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이 관세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하고, 실제로 높은 관세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결국 이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이미 비용 인상 압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달 내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미래 협상에 대한 우려
다른 국가들이 일본의 협상 결과를 목격한 지금, 향후 협상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과 정치적 압박을 이해한 다른 국가들이 더욱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일본과의 협상은 미국의 무역 정책이 오히려 미국 제조업과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정책이 정작 보호해야 할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무역 정책의 모순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단기적인 정치적 성과를 위한 협상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참고 자료: Paul Krugman, “The Art of the Really Stupid D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