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비용의 함정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0

식료품점에서 느리게 줄어드는 줄을 묵묵히 기다린 경험,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밀고 나간 적은요? 이런 행동 뒤에는 ‘매몰 비용 오류’라는 심리적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빠지는 선택의 미로

미네소타 대학교 의과대학이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쥐, 마우스, 그리고 인간 모두가 동일한 경제적 오류를 범한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인간 고유의 인지 결함으로 여겨졌던 매몰 비용 오류가 사실은 진화적 배경을 가진 보편적 현상이라는 뜻이죠.

매몰 비용 오류란 이미 투자한 시간, 돈, 노력 때문에 더 나은 선택지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선택을 고수하는 행동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경제학자와 심리학자들을 오랫동안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이 현상이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받고 있습니다.

세 종의 동일한 게임, 놀라운 결과

연구진은 마우스, 래트, 인간에게 각각 맞춤형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핵심은 세 종 모두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선호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우스와 래트는 네 곳의 “식당”이 있는 미로를 탐험했습니다. 각 식당에 들어서면 청각 신호를 통해 맛있는 음식이 배달되기까지의 대기 시간을 알게 됩니다. 체리 맛 사료를 위해 20초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식당을 찾아갈 것인가? 한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이들은 매 순간 선택을 내려야 했습니다.

인간 참가자들은 웹 갤러리를 탐색하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다운로드 바가 대기 시간을 알려주고, 귀여운 고양이 영상을 보기 위해 얼마나 기다릴 것인지 결정해야 했죠. 대기 시간은 1초에서 30초까지 다양했고, 이를 통해 각 참가자의 주관적 선호도가 드러났습니다.

두 번의 결정, 한 가지 패턴

모든 참여자는 두 번의 결정 기회를 가졌습니다.

첫 번째는 대기 시간이 공개되었을 때 수락할지 거부할지 결정하는 단계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세 종 모두 이 단계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확신이 서지 않으면 줄을 서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죠.

두 번째 결정은 이미 기다리기 시작한 후 마음을 바꿔 포기할 수 있는 단계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우스, 래트, 인간 모두 기다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포기를 더 꺼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몰 비용 오류의 증거였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발견은 초기 결정 단계에서 숙고하는 동안에는 이미 소비된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신중하게 판단할 때와 이미 투자한 후 마음을 바꾸는 과정이 서로 다른 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진화가 남긴 의사결정의 결함

연구의 주저자 브라이언 스웨이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과제들은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더 잘 아는 것 사이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감정적 욕구와 이성적 판단이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입니다.

수석 저자 데이비드 레디시 교수는 더 나아가 “이것은 서로 다른 신경 의사결정 시스템 간의 갈등”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우리 뇌 안에서 서로 다른 회로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때로는 서로 상충되는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들에서 코카인, 모르핀 같은 약물과 신경 회로 변화가 각 의사결정 시스템에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중독 치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특정 뇌 회로의 기능 장애에 맞춰 개별화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인간다움의 기원을 찾아서

래트는 먹이를 찾는데, 학부생들은 무엇을 찾을까?

연구자 사만다 에이브럼의 이 질문에서 시작된 인간 실험은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세 종 모두가 동일한 경제 게임을 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연구팀은 뇌의 각 부분이 어떻게 다른 유형의 결정을 내리는지 밝혀냈습니다.

결국 매몰 비용 오류는 인간만의 결함이 아니라 진화적 역사를 가진 보편적 현상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이 결함은 사실 훨씬 더 오래된 신경학적 유산인 셈이죠.

우리는 어떻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이미 투자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각인된 본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선택을 포기해야 할까요?

신경 회로를 조작할 수 있다는 발견은 희망적입니다.

의사 결정은 신경 회로에 따라 결정되므로, 이러한 회로를 조작하면 의사결정 과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크 토마스 교수가 말했듯이, 우리의 선택은 운명이 아니라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최근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나요? 혹시 이미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주저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망설임은 진화가 남긴 흔적이지만,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참고 자료: University of Minnesota Medical School, “Sticking with the Wrong Choice”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