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최근 주식시장을 보며 ‘도대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100년 만의 최악의 팬데믹, 40년 만의 최고 인플레이션, 20년 만의 최고 금리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미국 주식시장은 멈출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S&P 500은 연평균 거의 20%씩 올랐고, 이는 역사적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더 놀라운 건 2025년에도 이미 8%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불안정한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데 정작 이 상승을 설명하려던 모든 경제 이론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기묘한 현상의 이면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무너진 이론: 펀더멘털의 배신
교과서가 말하는 시장의 논리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주식시장의 가치가 ‘펀더멘털’을 반영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개별 기업의 주가는 해당 기업의 미래 수익 잠재력에서 비롯되고, 이는 이익과 시장 점유율 같은 확실한 지표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죠.
이 이론에 따르면, 시장은 때로 투기적 거품을 경험할 수 있지만, 결국 현실이 이를 바로잡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의 과대평가를 깨닫고 매도하여 주가를 펀더멘털 가치에 맞게 조정한다는 ‘시장 조정’ 개념이 핵심이었습니다.
2008년, 마지막으로 작동한 이론
이 펀더멘털 이론은 2008년 금융위기까지는 잘 작동했습니다. 미국 은행 시스템이 붕괴된 지 6개월 만에 시장은 46%나 하락했죠. 하지만 그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거의 제로로 낮추고 수조 달러를 경제에 풀었지만, 기대만큼 경제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대부분 동안 기업 수익은 크지 않았고, GDP와 생산성 성장도 낮았으며, 노동시장 역시 위기 이전보다 약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어떠했을까요? 펀더멘털 지표들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세 배로 불어났습니다. 펀더멘털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두 번째 무너진 이론: 유동성의 함정
돈이 답이라고 믿었던 시절
펀더멘털 이론이 설명력을 잃자, ‘유동성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간단했습니다.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금융 시스템에 돈을 쏟아붓는 한, 그 돈은 결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밸류에이션을 상승시킨다는 것이죠.
2020년, 유동성 이론의 전성시대
유동성 이론의 정점은 2020년 초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자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연준은 다시 돈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7월까지 실업률이 여전히 10% 이상이었지만, 주식시장은 이미 팬데믹 이전의 최고치를 넘어 반등한 것입니다.
이론의 몰락: 2022년의 역설
하지만 유동성 이론의 유행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22년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하자, 중앙은행은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증권을 매도하기 시작한 것이죠.
유동성 이론이 예측하듯이 주식시장은 급락하여 약 20% 하락했습니다. ‘역시 유동성이 답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연준이 2023년 내내 금리를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계속 인상하고, 2024년에도 유지했으며, 금융 시스템에서 약 2조 달러의 유동성을 흡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었습니다. S&P 500 지수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거의 25% 상승하여, 21세기 들어 가장 좋은 2년 연속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PIMCO의 전 CEO 경제학자 모하메드 엘에리안의 말이 이 상황을 잘 요약합니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는 월스트리트에서 유동성 주도 시장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이론: 매그니피센트 7과 AI 혁명
일곱 기업이 이끈 시장 상승
2023년과 2024년 주식시장 성과가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S&P 500의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이 소위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일곱 개 기업 덕분이었다는 점입니다.
애플,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그리고 엔비디아. 이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경이로운 수준이었습니다. 2023-2024년 동안 테슬라가 286%, 메타는 355%, 엔비디아는 무려 861%나 상승했습니다.
AI 기대감의 힘
이들의 급등은 2023년 초 챗GPT 출시 직후 시작되었습니다. AI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 것이죠. 이 기업들은 각각 AI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GPU 제공
-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자체 AI 모델 개발에 막대한 투자
- 아마존, 테슬라, 애플: 자동화로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들
과대평가 논란의 시작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 상승은 단순히 뛰어난 사업 성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수익을 초과하기 시작한 것이죠.
역사적으로 미국 기업의 평균 PER 배수는 약 18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4조 달러 가치 평가를 달성한 엔비디아의 현재 PER 배수는 57배입니다. 자산운용사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오늘날 S&P 500 상위 10개 기업이 1990년대 닷컴 거품 당시보다 더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네 번째 이론: 투기적 거품론
닷컴 거품의 재현인가?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모두 투기적 거품의 징후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 분석가 짐 비앙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과거에 반복된 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붕괴가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혁신적인 기술이 있다고 해서 주가가 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TACO 이론의 등장과 한계
흥미롭게도 트럼프 재임 이후 ‘TACO 거래’라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도망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의미로, 트럼프가 주가 하락을 싫어해서 시장을 위협하는 어떤 제안도 결국 철회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여전히 1세기 넘게 최고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대체로 영향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다섯 번째 이론: 수동적 투자의 구조적 변화
30년간의 패러다임 전환
이제 마지막 이론이 남았는데, 이것은 트럼프, AI, 연준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바로 투자 구조의 근본적 변화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미국 뮤추얼펀드 시장의 거의 모든 자금이 적극적으로 운용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펀드 자산의 약 절반이 ‘수동적 펀드’에 보유되어 있습니다.
수동적 투자자들의 특징
수동적 투자자들은 보통 은퇴 계좌를 개설할 때 한두 개의 펀드를 선택하고 그 이후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는 곧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 거의 팔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뱅가드의 놀라운 통계를 보면, 2020년 6월 자사 401(k) 고객의 1% 미만만이 1월부터 4월 말까지 주식을 팔려고 시도했습니다. 그 당시 경제는 붕괴 직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평균 회귀에서 평균 확장으로
심플리파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 마이크 그린은 이 변화의 의미를 명확히 설명합니다:
수동적 펀드로의 전환은 금융시장 구조에 있어 급진적인 변화입니다. 이것이 시장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적극적 투자자가 지배하는 시장은 ‘평균 회귀’로 특징지어집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이 뒤따라 조정을 겪는 현상이죠. 반면 수동적 투자자가 지배하는 시장은 ‘평균 확장’으로 특징지어집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집중화의 가속
또한 수동적 투자자가 지배하는 시장은 자연스럽게 더 집중화됩니다. 적극적 투자자들은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큰 주식을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동적 투자자들은 반대입니다.
기업의 기존 크기에 따라 자금을 배분하기 때문에, 가장 큰 주식을 비례적으로 더 많이 사게 되고, 그로 인해 해당 주식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시장이 알고 있는 것
지난 15년간 수동적 펀드의 폭발적 증가가 다음과 같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시장이 실물 경제의 하락에 덜 민감해진 현상
-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 상승하는 경향
-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이 이론마저 틀렸음이 증명될 수도 있죠. 그게 처음이 아니니까요.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것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이것입니다. 현재 주식시장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어, 언제 어떻게 멈출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구조의 변화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시장이 정말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새로운 구조적 변화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시장 상승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취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참고 자료: The Atlantic, “Does the Stock Market Know Something We D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