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스타트업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만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 스타트업에서 겪은 처절한 실패와 그 속에서 찾아낸 소중한 교훈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스타트업의 달콤한 시작, 그리고 쓰라린 현실
따끈따끈한 B2B 스타트업에 첫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합류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영어 닉네임, 애자일 프로세스, 스탠드업 미팅…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다고 하죠.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수평적인 조직이구나!’라며 스타트업 문화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B2B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회사는 성장세에 맞춰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들의 기대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모았던 고객사 중 대다수가 이탈하기 시작했고, 서비스는 완전히 망하게 되었습니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듯 권고사직과 자발적 퇴사로 반 이상의 직원을 잃었고, 회사는 처음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1년 남짓 남은 런웨이 앞에서 이 스타트업의 팀은 피봇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B2B 프로덕트가 실패한 세 가지 결정적 이유
1. 맞춤형 서비스의 함정: 제품이 아닌 컨설팅이 되어버린 비극
이 스타트업이 영업으로 확보한 고객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건 자사 비즈니스 현황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고객 특성 분석, 인기 상품 파악 등 감으로만 알던 내용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진 거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고객사가 스스로 프로덕트를 사용해서 분석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운영 매니저가 붙어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각 고객사의 개별적인 요구사항을 충족하다 보니, 회사는 어느새 자체 개발 서비스를 활용하는 컨설팅 업체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2. 근거 없는 추측의 위험성: ‘이런 기능 있으면 좋겠지?’
이 회사는 제품 고도화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쓰다보니 이런 게 불편한데?’,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아하지 않을까?’와 같은 내부 시선으로만 판단해서 기능을 추가했던 것이죠.
첫 번째 실수에 더해 그들만의 이상적인 분석 기법을 고정한 뒤 기능을 짜맞추는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고객의 실제 니즈는 뒷전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솔루션을 구현하는 데만 몰두했던 것입니다.
3. 잘못된 방향으로의 집착: 시간과 인력의 비효율적 활용
두 번째 문제에서 잘못된 방향을 설정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리소스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기능을 구현하려다 보니 개발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졌고, 복잡한 기능들로 인해 개발과 QA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대부분의 기능들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로 고객사에게 외면당했습니다. 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만든 기능이 성공할 리 없었죠.
실패에서 배운 진정한 제품 주도 성장 전략
결국 회사는 고객사도 직원들도 잃고 난 후, 남은 인원들과 함께 제대로 된 ‘제품 주도 성장’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근거 없는 추측과 엎드려 절받기 방식이 아닌,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PMF(Product Market Fit)를 찾고자 했습니다.
1단계: 진짜 사용 이유 파악하기
90%의 고객사가 이탈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사용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 서비스를 사용하세요?
놀랍게도 그들은 서비스에 보조 역할로 가볍게 넣어둔 한 가지 기능을 마케팅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발견에서 새로운 서비스 방향을 찾았습니다.
기존 컨셉이 전략을 위한 “분석”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컨셉은 “전략 실행”이었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죠.
2단계: The Mom Test로 가설 검증하기
새로운 컨셉에 대한 니즈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상적인 고객층인 비즈니스 대표와 마케터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습니다.
The Mom Test라는 방법론을 참고했는데, 이는 사랑하는 자식이 만든 서비스에 대해 무조건 칭찬하는 엄마조차도 사실만 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인터뷰 기법입니다.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했기 때문에 리워드를 약속하고 콜드 메일로 참여자를 모집했습니다.
3단계: MVP와 사용성 테스트
인터뷰를 통해 가설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한 후, 핵심 기능만 넣은 MVP를 빠르게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우리 기대대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지 UT(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주고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사용자 행동을 기반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정말 간단한 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각만으로 만든 제품은 실제 사용자가 기대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패에서 찾은 성공의 열쇠
회사의 메인 타겟이 쇼피파이 플랫폼 입점 회사들이었기 때문에 쇼피파이 앱 스토어 등록이 필요했습니다. 핵심 기능 설명과 튜토리얼 영상 등 요구 조건에 맞는 자료를 준비했고, 몇 차례 검토 과정을 거쳐 승인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컨설팅이 아닌 진짜 SaaS 서비스로 고객사를 찾기 위해 여러 영업 기회를 모색했고, 체험을 원하는 회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후 회사는 더 많은 고객사를 모으며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세 가지 핵심 교훈
첫째, 실패를 인정하고 0에서 시작할 용기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매몰 비용에 매달리지 말고 과감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지속 가능한 방향 설정의 중요성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 성과에 현혹되어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완성도보다는 빠른 실행과 개선
완성도에 집착하지 말고 우선 빠르게 진행한 후 개선해 나가는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다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
속된 말로 ‘먹힐 때까지 지치지 말고 쨉을 날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든 프로덕트 디자이너든 PM/PO든 직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서비스를 굴러가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스타트업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신가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실패 속에서 찾은 교훈이야말로 다음 성공의 가장 확실한 발판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