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 시점에선 앞날이 오리무중처럼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2023년의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악재가 혼합되고,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죠.
달러의 가치와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집니다. 즉, 금값이 급등하는 것이죠. 금은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국채 금리, 달러가치 하락 = 금값 상승
결국 경기와 금값의 관계는 약간의 공식과도 같은 관계가 되는데, 현재 이미 금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앞으로도 계속 금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금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이신 오건영 님이 에세이를 통해 인사이트 있는 관점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현 시점에서 금 투자에 대한 오건영 님의 인사이트 있는 관점을 정독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글을 읽어 보고, 나의 관점과 비교해보세요.
금은 언제 힘을 받게 될까요?
금 투자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야하느냐’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기존에 금 투자를 하셨던 분들이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시기를 예단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죠. 그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면 제가 에세이를 쓸 게 아니라 금으로 트레이딩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런 관점보다는 금이 언제 힘을 받게 되는지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금은 달러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강하면 금 가격이 눌리는 경향이 강하고, 달러가 약하면 반대로 금이 훨훨 날곤 하죠. 그럼 달러 가치를 볼 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 국가의 통화는 해당 국가의 성장과 금리에 연동하는 면이 강합니다. 미국의 성장이 강하고 금리가 높을 때 달러는 강하구요, 그 반대편에 있는 금은 눌려버리곤 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금을 갖고 있으면 이자를 받을 수 있나요? 금은 이자를 낳는 자산이 아닙니다. 실제로 현금 흐름을 통해서 금의 적정 가치를 예단하는 게 참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갑니다. 그럼 달러를 갖고 있을 때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으니 아무런 이자를 주지 않는 금보다는 달러를 갖고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수 있겠죠?
미국의 금리가 미국의 강한 성장에 기반해서 오를 때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성장이 강한 만큼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면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미국의 성장과 금리가 강하다는 것은 결국 달러를 보유했을 때 더 많은 배당과 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금은 이런 서비스를 전혀 제공해 줄 수 없으니 초라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금의 과거 흐름
이제 과거 사례로 가봅니다. 금 가격이 강했을 때가 2011년이었죠. 당시 미국은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직후였는데, 2차 양적완화 당시 미국 경제는 더블 딥 우려를 낳고 있었구요. 미국 금리는 빠르게 주저앉던 중이었습니다.
성장은 약해졌는데 달러 공급이 많아지니 금리가 낮아졌고, 이에 달러가 무너지면서 그 반대편에 있는 금이 방긋 웃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2013년에 미국의 성장세가 뚜렷이 강해진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테이퍼링에 들어가고 2015년에는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서 달러는 엄청난 강세를 보였는데요, 당시 금 가격이 온스 당 1,050 달러까지 무너지면서 저점을 기록했던 기억이 있죠.
이런 금이 다시금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던 것이 2019년 하반기입니다. 당시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성장세도 둔화된다고 하고, 연준은 2015년 이후 이어져오던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추고 보험적 금리 인하를 단행했죠. 당시 1,200 달러에서 1,300 달러 사이에서 횡보를 하던 금 가격이 크게 뛰면서 1,500 달러까지 밀려올라갔던 겁니다.
그리고 그 화룡점정은 코로나가 찍어주게 되는데, 코로나 당시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하게 되죠. 그렇게 했던 이유는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금리도 낮아지니 금에는 최적의 조건 아니었을까요? 온스 당 2,100 달러를 넘어서면서 2020년 8월에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의 행보는 쉽지 않았습니다. 2020년 11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면서 블루 웨이브를 앞세운 강한 재정 부양책을 선언했죠. 그리고 기억하시겠지만 이 때를 전후해서 코로나 백신이 발표됩니다.
미국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기대. 이게 당시 시장을 끌어올렸죠. 그리고 중국은 긴축과 함께 성장이 주춤해지는 반면 미국의 성장은 엄청나게 강해지게 되면서 금이 고점을 찍고서 눌려버리는 그림이 나타났던 겁니다.
반등의 이유와 대책
최근에 다시 금이 반등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도 중요하겠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고, 미국의 성장 둔화는 시차를 두고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임을 예상하고 있는 것 때문이겠죠. 연준 피벗에 대한 민감도로는 아마 금이 가장 높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금리가 낮아질 때 금은 다시금 눈을 뜬다는 말이죠.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글쎄요.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는다면, 그리고 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동성 공급을 다시금 늘리게 된다면, 그 때는 금 가격이 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몇 %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투자자 스스로가 생각할 때 미국의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 가능성이 10%라면, 내 포트에 10%를 담아놓고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겠죠. 대안 투자 자산으로서의 금은 이렇게 담아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적어도 금융 위기 이후 지금까지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의 독보적인 성장이 이어져온 만큼 금이 힘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만약, 미국의 성장이 주춤해진다면, 그리고 그런 세계 경제의 성장 축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금 가격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오늘 에세이에서 전해드린 관점으로 모니터링해보시죠.
오늘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