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서 선수가 30미터 밖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리는 순간, 관중석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릅니다. 공이 골대 구석으로 꽂히면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죠. 하지만 이런 극적인 장면이 실제로는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요? 행동 금융 전문가 조 위긴스는 최근 분석을 통해 단기 투자가 바로 이 장거리 슛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숫자가 말하는 진실: 장거리 슛의 냉혹한 현실
축구 분석가 이안 그레이엄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직관과 상당히 다른 현실을 보여줍니다. 골대에서 6야드(약 5.5미터) 박스 안에서 시도한 슛의 성공률은 약 33%입니다. 3번 중 1번은 골로 연결되는 셈이죠. 하지만 페널티 지역(약 16.5미터) 밖에서 시도하는 장거리 슛의 성공률은 단 4%에 불과합니다. 25번을 시도해야 겨우 1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입니다.
이 압도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의 관중들은 여전히 장거리 슛을 외칩니다. TV 화면 앞의 팬들도 마찬가지죠. 왜 그럴까요? 바로 우리 뇌가 드라마틱한 성공의 순간을 과대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 선수의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하지만, 골대를 벗어난 수십 번의 시도는 금방 잊어버립니다.

단기 투자와 장거리 슛이 공유하는 4가지 함정
조 위긴스는 단기 투자와 장거리 슛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공유한다고 분석합니다.
1. 극단적으로 낮은 성공 확률
단기 투자에서 시장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장거리 슛을 성공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시장은 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단기적으로는 비합리적인 움직임이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투자 전문가조차 단기 시장 예측에서는 동전 던지기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4%의 장거리 슛 성공률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죠.
2. 행동 금융학의 함정: 가용성 편향
우리는 드문 성공 사례를 과대평가합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청용 선수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넣었던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기억하시나요? 그런 극적인 순간이 우리 기억에 강렬하게 각인되면서, 실제 성공 확률보다 훨씬 쉽게 달성 가능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으로 단기간에 10배 수익을 낸 지인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실을 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동 금융학에서 말하는 ‘가용성 편향’입니다.
3. 즉각적 보상에 대한 인간의 본능
축구 팬들이 장거리 슛에 환호하는 이유는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패스를 주고받으며 천천히 기회를 만드는 과정은 지루하게 느껴지죠.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 투자로 연평균 10%의 수익을 쌓아가는 것보다, 단기 매매로 한 달 만에 20% 수익을 내는 것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가 증명하듯, 인간은 즉각적 보상을 과대평가하고 장기적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편향이 단기 투자의 함정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4. 군중 심리의 위험성
경기장에 가득 찬 수만 명의 관중이 동시에 “슈팅! 슈팅!”을 외치면,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투자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특정 종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 단기 수익 인증이 넘쳐날 때,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공포)가 발동합니다.
2021년 밈 주식 광풍이나 2017년 암호화폐 버블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군중 심리에 휩쓸려 단기 투자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결국 큰 손실을 경험했습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현명한 전략: 골문 가까이, 장기 투자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축구계에서는 데이터 분석이 경기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리버풀의 성공을 이끈 이안 그레이엄 같은 데이터 분석가들은 선수들에게 장거리 슛 대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높은 확률의 슛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전략이죠.
투자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JP모건의 연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8년까지 S&P500 지수의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상위 10일을 놓친 투자자는 연평균 수익률이 5.6%에서 2.0%로 급감했습니다. 단기 매매로 시장을 예측하려다가 결정적인 상승 시점을 놓치면, 장기 투자 수익률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워렌 버핏이 “주식 시장은 조급한 사람에게서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로 돈을 이동시키는 장치”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기업에 수십 년간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버핏의 전략은 ‘골문 가까이에서 확실한 슛을 노리는’ 축구와 닮아 있습니다.
예외는 있다: 전략적 장거리 슛의 순간
물론 모든 장거리 슛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약체 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상대의 철통 수비를 뚫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장거리 슛이 전술적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산의 극히 일부를 활용한 고위험 고수익 투자는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 ‘예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체 자산의 5-10%를 넘어서는 안 되며, 잃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금액이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은 여전히 장기 투자 전략에 기반해야 합니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흥분이 아닌 인내로
조 위긴스의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단기 투자는 감정과 흥분에 의존하는 불확실한 전략입니다. 장거리 슛이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강렬하지만, 그 드문 성공에 취해 계속 무모한 시도를 반복한다면 결국 경기에서 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 수익에 집착하면 오히려 전체적인 투자 목표 달성이 어려워집니다.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그 과정에서 거래 비용과 세금만 늘어납니다.
대신 우리는 데이터와 분석에 기반한 장기 투자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량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 오랜 기간 보유하고, 복리의 마법이 작동하도록 인내심을 가지는 것.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부를 축적하는 검증된 방법입니다.
결국 투자는 경기장의 관중이 아니라 감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한 경기의 화려한 골보다 시즌 전체의 우승이 목표라면, 당신의 선택은 분명해집니다. 장거리 슛의 유혹을 뿌리치고, 골문 앞까지 꾸준히 전진하는 인내심. 그것이 투자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참고 자료: Joe Wiggins, “Short Term Investing is a Long 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