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이제 마케팅팀의 일이 아니라 제품팀의 책임입니다.
많은 제품 매니저들이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을 겁니다. 기능 로드맵과 개발 속도만 신경 쓰면 되던 시절이 그리울 수도 있죠. 하지만 현실은 명확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급락하면서 모든 제품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위험에 놓였습니다. 이제 사용자를 붙잡아두는 건 기능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브랜드의 정의가 바뀌었습니다
먼저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는 광고 캠페인이나 멋진 슬로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제품의 성격입니다.
사용자가 “이 제품은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느끼게 만드는 그 무언가죠. 브랜딩은 그런 느낌을 시각적, 언어적으로 강화하는 시스템이고, 브랜드 마케팅은 그것을 마케팅 채널을 통해 알리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결국 브랜드 약속을 지키는 건 제품뿐입니다. 마케팅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지만, 그들을 머물게 하는 건 제품 경험 그 자체입니다. 사용자들은 마케팅 주장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경험을 믿습니다.
제품팀이 외면해온 진실
그런데도 많은 제품팀은 여전히 기능만 제대로 작동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딩 시간 0.2초 단축을 기억에 남을 순간 만들기보다 우선시하죠. 퍼널 최적화에만 집중하면서 경험의 감정적 흐름은 무시합니다. “우리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효용성은 사용을 이끌지만, 감정은 충성도를 만듭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들의 비밀
실제로 사용자들이 단순히 쓰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제품들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 Notion은 차분하고 사려 깊은 느낌을 줍니다. 이건 홈페이지의 카피라이팅 때문이 아닙니다.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환경 자체에서 나오는 느낌입니다. 깔끔한 인터페이스, 직관적인 블록 시스템, 부드러운 전환 효과가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브랜드를 형성합니다.
- Linear는 취향 좋은 사람들이 만든 도구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것은 섬세한 타이포그래피, 매끄러운 애니메이션, 빠른 반응 속도에서 비롯됩니다. 제품 경험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 Lovable은 이름처럼 정말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마케팅 예산이나 화려한 캠페인으로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품 자체가 브랜드를 전달했습니다.
제품이 평범하면 어떤 캠페인도 소용없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더 명확합니다.
제품이 평범하게 느껴진다면 어떤 브랜드 캠페인도 그것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제품이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다면 귀여운 마스코트를 만들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제품에 뚜렷한 의견이 없다면 아무리 스토리텔링을 해도 개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국 브랜드는 제품팀의 일입니다. 사실 언제나 그래야 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PLG를 이해한다면 놀랄 일도 아닙니다
PLG(Product-Led Growth, 제품 주도 성장)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당연한 얘기입니다. 셀프 서비스 제품은 본질적으로 기억에 남고 공유 가능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AI 기반의 빠른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동시에 전통적인 유통 채널들은 점점 효과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혼잡하고, 너무 비싸며, 너무 빠르게 변해서 알아보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AI 검색 시대, 게임의 룰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검색 환경의 변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AI 모델은 이제 여러분의 사이트 광고나 마케팅 주장이 아니라, 사용자가 생성한 감성을 기준으로 브랜드 순위를 매깁니다. 레딧 글, 커뮤니티 대화, 리뷰가 순위를 결정합니다.
Semrush AI 가시성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AI 검색 트래픽이 기존 검색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제품 평판이 어떤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보다 먼저 노출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와 리뷰가 이제 전통적인 SEO보다 브랜드 가시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그러니 지금 당장 제품 브랜드에 투자해야 합니다.
제품팀이 실제로 해야 할 일들
그렇다면 제품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첫째, 효율성과 효과성만 생각하는 디자인을 멈추세요.
- 대신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자신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고민하세요. 제품이 사용자를 더 전문적으로 느끼게 만드나요? 더 창의적으로 느끼게 하나요? 더 효율적이라고 느끼게 하나요? 이것이 진짜 차별화 요소입니다.
- 둘째, 기능이 아니라 시그니처 순간을 만드세요.
- 사용자가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순간 말입니다. Slack의 첫 로딩 메시지나 Mailchimp의 하이파이브 애니메이션처럼, 작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브랜드를 만듭니다.
- 셋째, 감각에 신경 쓰세요.
- 감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제품이 신뢰를 얻는 방법입니다. 타이포그래피, 색상, 애니메이션, 마이크로 인터랙션까지, 모든 디테일이 브랜드 경험을 구성합니다. 제품이 다른 모든 제품과 똑같아 보이고 똑같이 느껴진다면, 그 제품은 다른 제품들처럼 잊혀질 것입니다.
- 넷째, 전환율 그 이상을 측정하세요.
- 즐거움에 주의를 기울이고, 좌절감을 다시 돌아보세요. 경험이 어떤 감정을 남기는지 물어보세요. NPS나 만족도 조사에 감정적 반응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세요. “이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라는 간단한 질문이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이건 단순한 디자인 철학이 아닙니다. 모든 성장 전략의 핵심 요소입니다. 다른 유통 채널이 무너질 때, 입소문과 추천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습니다. 이것이 히트 제품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사람들은 단지 유용한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르다고 느껴지는 제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느껴지는 제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브랜드는 이제 여러분의 일입니다
제품팀에 계시다면, 브랜드는 이제 여러분 업무의 일부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사람들이 여러분 제품에 대해 말하는 바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제품이 어떻게 기억되는지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을 뿐입니다.
마케팅은 크게 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품은 입소문을 탈 만한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팀만이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참고 자료: Elena Verna, “Brand… a Product job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