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피셔의 성장주 투자 철학과 시간이 증명한 장기 투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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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세계에서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피셔(Philip Fisher)의 투자 철학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벤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전설적인 투자자입니다.

그레이엄과 차별화된 투자 철학

필립 피셔는 벤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레이엄이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피셔는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아주 큰 폭의 성장을 이룰 만큼 좋은 주식”을 찾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피셔는 자신의 접근법이 가진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가 보유한 주식 중 상당수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중 일부는 상승을 시작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고, 실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이 정말 특이한 경우에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대부분의 움직임을 보입니다.

반면 그레이엄의 방식에 대해서는 “너무나 좋은 방법이라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그의 공식에 맞는 것들이 이미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량 성장주를 찾는 정량적 기준

피셔는 성장주를 선택할 때 명확한 정량적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그가 추구한 기업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저비용 생산 능력: 모든 투자 대상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업체여야 했습니다.
  • 세계적 경쟁력: 해당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이거나, 최소한 일본 경쟁 업체에 충분히 필적할 수 있는 수준의 기업이어야 했습니다.
  • 유망한 신제품: 모든 대상 기업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유망한 신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 뛰어난 경영진: 경영진의 역량이 평균을 크게 앞지르는 기업만을 선택했습니다.

R&D 투자에 대한 독특한 관점

흥미롭게도 피셔는 많은 투자자들이 성장의 척도로 여기는 R&D 투자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신제품을 처음 출시할 때의 마케팅 비용과 신제품 출시 초기의 고비용 생산 비용을 합친 것이 R&D 비용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신제품 주기 초기 단계에서 높은 마케팅 비용과 초기 생산 비용이 결합되어 일시적으로 수익이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서류상으로는 성장이 둔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피셔는 레이켐(Raychem)을 예로 들어 이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는 꾸준히 수익을 증가시켜 온 회사인 레이켐의 이번 사태는 단기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월스트리트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정말 성장 기업일까? 하는 큰 의심이 듭니다. 제게는 성장 기업의 전형으로 보이지만, 주가 수익 배수는 성장 기업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에 기반한 집중 투자

피셔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본질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자연과학의 발견을 활용하여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제조 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소매업이나 금융과 같은 다른 분야에도 훌륭한 기회가 있지만, 저는 이 분야에서 제가 더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투자 접근 방식의 약점은 모든 분야에 능숙하면서도 어떤 분야에도 정통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집중 포트폴리오와 장기 보유의 위력

피셔의 투자 성과는 대부분 소수의 핵심 주식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제가 원하는 바로 그 네 가지 핵심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주식들이 제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매 10년마다 저는 14개 주식, 총 몇 년 동안 제가 투자한 금액의 최소 7배, 최대 수천 배의 수익을 낸 주식을 찾아냈습니다. 이 14개 주식을 그는 최소 8~9년에서 최대 30년까지 보유했습니다.

물론 손실도 있었습니다.

손실도 있었는데, 두 번은 50%에 달했습니다. 10%의 수익이나 손실을 본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대성공 주식이 이러한 손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진정한 장기 투자의 의미

피셔는 단기 매매에 대해 강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무언가를 사서 내일 팔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작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죠.

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대한 경험을 통해 장기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주당 14달러에 매입한 이 주식이 15번의 분할을 거치면서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었지만, 주가가 28달러, 35달러로 오를 때마다 주변에서는 일부를 매도하라는 압박이 있었습니다.

피셔는 이런 논리를 “완전히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투자가 다른 것보다 나은지, 아니면 더 나쁜지 둘 중 하나입니다.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건 단지 심리적 안정을 위한 문제일 뿐입니다. 그것이 올바른 결정인지 여부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1987년 블랙 먼데이의 예언

흥미롭게도 피셔는 1987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고평가되었고 큰 조정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인터뷰가 실린 날이 바로 1987년 10월 19일, 다우 지수가 사상 최대인 일간 22.61% 하락을 기록한 ‘블랙 먼데이’였습니다.

현재에도 유효한 투자 철학

필립 피셔의 투자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비용으로 높은 품질을 생산할 수 있는 경쟁 우위,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능력, 뛰어난 경영진의 역량, 그리고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내심 있는 투자 접근법은 현대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피셔는 “적은 수익을 많이 내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다릴 준비가 된 아주, 아주 큰 수익을 원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진정한 장기 투자자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명언입니다.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Philip Fisher Explains His Growth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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