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평가의 숫자를 넘어 진정한 인재를 발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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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조직은 어떻게 직원을 평가하고 계신가요? 혹시 엑셀 시트에 나열된 숫자들만 보고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오늘은 성과 평가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 왔다는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완벽한 성과표, 그러나 독이 된 직원

2021년 여름, 실리콘밸리의 한 유명 스타트업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사 최고의 성과자로 평가받던 개발자 A씨가 갑자기 사표를 냈죠. 그의 정량적 성과는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 코드 작성량: 팀 평균의 150%
  • 버그 발생률: 팀 평균의 40%
  • 프로젝트 완료 속도: 예상보다 20% 빠름
  • 기술 역량 점수: 95점 (만점 100점)

모든 숫자가 말하는 것은 “완벽한 직원”이었습니다. 하지만 A씨가 떠난 후 팀원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A씨는 자신의 성과 지표만 신경 썼어요. 동료가 어려움에 처해도 도와주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실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기도 했죠.

코드를 빨리 작성하기 위해 문서화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유지보수할 사람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정량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정성적으로는 독이 되는 직원이었던 겁니다. A씨가 떠난 후 팀의 분위기는 오히려 좋아졌고, 협업 효율성도 크게 향상되었죠.

이 사례는 정량 평가의 한계와 정성 평가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정량 평가의 달콤한 함정들

정량 평가는 매력적입니다. 객관적이고, 명확하며, 비교 가능하죠. 논란의 여지가 적고, 공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장점들이 함정이 될 수 있어요.

함정 1: 측정 가능한 것만 중요하다는 착각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잘못 해석되어 “측정할 수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로 변질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 중 많은 것이 수치로 측정하기 어려워요.

함정 2: 숫자 게임의 유혹

평가 기준이 명확하면 사람들은 그 기준에 맞춰 행동을 조정합니다. 실제 성과보다는 측정되는 성과를 최적화하려고 하죠.

함정 3: 맥락 무시

숫자는 결과만 보여줄 뿐 과정이나 상황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같은 결과라도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어요.

함정 4: 단기 최적화

대부분의 정량 지표는 단기적 결과를 측정합니다. 장기적 가치나 잠재력은 반영하지 못하죠.

구글의 “20% 시간” 평가 딜레마

구글의 유명한 “20% 시간” 제도는 정량 평가의 한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직원들은 근무시간의 20%를 자유로운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어요. 지메일, 구글 뉴스, 애드센스 등 구글의 핵심 서비스들이 이 시간에서 나왔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20% 시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정량적 평가를 시도했을 때:

  • 20% 시간에 작성한 코드 라인 수
  • 프로토타입 완성 개수
  • 아이디어 제안 횟수
  • 동료들의 평점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직원들은 숫자를 맞추기 위해 의미 없는 프로젝트를 양산했어요. 정말 혁신적이지만 위험한 아이디어보다는 안전하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했죠.

정성적 평가로 전환한 후:

  • 프로젝트의 혁신성과 잠재력
  • 실패하더라도 배운 점들
  • 다른 팀에 미친 영향
  • 장기적 가치 창출 가능성

이런 질적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하자 진짜 혁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평가는 더 어려워졌지만, 결과는 훨씬 좋아졌어요.

현재 구글은 20% 시간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구글과 세상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는가?

숫자로는 답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죠.

파타고니아의 “임팩트 중심 평가”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가치관이 직원 평가에도 반영돼요.

전통적인 소매업 평가 기준:

  • 개인별 매출 목표 달성률
  • 고객 응대 건수
  • 상품 지식 테스트 점수
  • 매장 운영 효율성

파타고니아의 평가 기준:

  • 고객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제품을 추천했는가?
  • 환경을 생각하는 구매 결정을 도왔는가?
  • 회사의 환경 미션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 지역 사회와 어떤 연결을 만들었는가?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 매장 직원은 고객이 새 제품을 사려고 할 때 “정말 필요한가요? 기존 제품을 수선해서 쓸 수는 없을까요?”라고 물을 수 있어요. 전통적 기준으로는 매출 기회를 놓치는 것이지만, 파타고니아 기준으로는 훌륭한 성과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전 CEO 로즈 마카리오는 “우리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게 팔았는지를 본다”고 말했죠.

결과적으로 파타고니아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고, 직원 만족도도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벤앤제리스의 “가치 기반 평가”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스는 “사업도 재미있게, 사회도 좋게”라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이런 가치관이 직원 평가 시스템에도 녹아있죠.

벤앤제리스의 직원 평가는 “3P 모델”을 따릅니다.

People (사람):

  • 동료들과 얼마나 잘 협력하는가?
  • 팀의 화합에 기여하는가?
  •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하는가?
  • 새로운 직원들을 잘 도와주는가?

Planet (지구):

  • 환경을 생각하는 업무 방식을 택하는가?
  •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하는가?
  • 회사의 환경 미션에 동참하는가?
  • 개인적으로도 친환경 실천을 하는가?

Profit (수익):

  • 회사의 재정적 목표에 기여하는가?
  •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는가?
  •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가?
  • 고객 만족에 기여하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영역이 동등한 비중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매출을 많이 올려도 동료와 갈등이 있거나 환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일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어요.

넷플릭스의 “360도 피드백 문화”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성과 평가를 없앴습니다. 대신 “360도 피드백”이라는 정성적 평가 시스템을 운영해요.

기존 성과 평가의 문제점들:

  • 1년에 한 번만 하는 형식적 평가
  • 상사 한 사람의 주관적 판단
  • 과거 성과에만 집중
  • 등급 매기기와 서열 정하기

넷플릭스의 360도 피드백:

  • 상시적이고 즉시적인 피드백
  • 상사, 동료, 부하직원 모두 참여
  • 미래 성장에 집중
  • 상호 학습과 발전

넷플릭스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 “이 사람이 계속해야 할 것 3가지는?”
  • “이 사람이 그만해야 할 것 3가지는?”
  • “이 사람이 시작해야 할 것 3가지는?”

이런 피드백은 연중 내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요. 공식적인 평가 시기를 정해두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죠.

넷플릭스의 전 CPO 패티 맥코드는 “숫자는 과거를 설명하지만, 대화는 미래를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정성 평가를 위한 구체적 도구들

정성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조직들이 많아요. 다음은 효과적인 정성 평가 도구들입니다.

1. 스토리텔링 평가법

숫자 대신 구체적인 사례와 스토리로 평가합니다.

  • 정량: “A씨는 분기 목표를 110% 달성했다”
  • 정성: “A씨는 고객사 담당자가 개인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업무를 넘어서 진심으로 도와주었고, 그 결과 더욱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2. 행동 관찰 평가법

일상적인 업무 상황에서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 회의에서의 경청 자세
  • 동료와의 협력 방식
  • 문제 해결 접근법
  •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대응

3. 임팩트 서술 평가법

개인의 행동이 팀, 조직, 고객에게 미친 질적 영향을 서술해요.

  • “B씨의 멘토링으로 신입사원 3명이 조기 정착할 수 있었다”
  • “C씨의 아이디어로 팀 분위기가 크게 개선되었다”
  • “D씨의 세심한 배려로 어려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4. 성장 포텐셜 평가법

현재 성과보다는 미래 가능성과 학습 능력을 평가합니다.

  •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
  •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자세
  •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
  •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

5. 가치 정렬 평가법

조직의 핵심 가치와 개인의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평가해요.

  • 회사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정도
  •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모습
  • 조직 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바

정량과 정성의 황금 비율

그렇다면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의 적절한 비율은 얼마일까요? 업종과 직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개발자/엔지니어: 정량 40% : 정성 60%
기술적 성과는 측정하되, 협업과 창의성을 더 중시
영업직: 정량 60% : 정성 40%
숫자 결과가 중요하지만, 고객 관계와 팀워크도 중시
디자이너: 정량 30% : 정성 70%
창의성과 사용자 만족도가 더 중요
관리자: 정량 50% : 정성 50%
팀 성과와 리더십 역량을 균형있게 평가
연구직: 정량 20% : 정성 80%
혁신과 잠재력이 즉시 측정되는 결과보다 중요

하지만 이런 비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량과 정성이 서로 보완하며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미래의 평가: AI와 인간의 협업

흥미롭게도 인공지능 시대에 정성 평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요. AI가 정량적 데이터 분석은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해주지만, 맥락 이해와 감정적 지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죠.

AI가 담당하는 영역:

  • 대량 데이터 분석과 패턴 발견
  • 객관적 성과 지표 자동 수집
  • 편향 없는 정량적 평가
  • 예측적 성과 분석

인간이 담당하는 영역:

  • 맥락과 상황 해석
  • 감정적 지능과 관계 평가
  • 창의성과 혁신 잠재력 판단
  • 가치관과 문화 적합성 평가

두 영역이 결합될 때 가장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거예요.

평가는 발견이지 판단이 아니다

정량 평가든 정성 평가든,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의 목적입니다. 평가는 사람을 판단하고 서열을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과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해요.

훌륭한 평가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합니다:

  • 이 사람의 진짜 강점은 무엇인가?
  •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 어떤 지원이 있으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 이 사람이 정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 조직과 개인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숫자는 현재를 보여주지만, 사람은 미래를 만듭니다. 정량과 정성의 균형 잡힌 평가를 통해 사람 안에 숨어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해보세요. 그것이 진정한 성과 평가의 목적이니까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평가 문화를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들을 듣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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