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편향: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틀렸는데도 확신하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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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내가 맞다”고 확신했다가 나중에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시나요? 최근 ‘Plos One’ 저널에 게재된 흥미로운 연구가 바로 이 현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파헤쳐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내용입니다.

과신편향의 실체: 적은 정보로도 모든 걸 안다고 착각하는 뇌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영문학 교수 앵거스 플레처의 연구팀이 약 1,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은 우리의 인지적 편향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실험의 구체적 설계와 놀라운 결과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지역의 지하수층이 말라 학교가 물 부족 위기에 처했다는 상황에서:

  • 첫 번째 그룹(500명): 학교 합병에 찬성하는 세 가지 이유와 중립 의견만 제공
  • 두 번째 그룹(500명): 학교 분리에 찬성하는 세 가지 이유와 중립 의견만 제공
  • 대조군(300명): 찬성 3개, 반대 3개, 중립 의견을 모두 포함한 균형 잡힌 정보 제공

결과는 예상 가능했지만 동시에 충격적이었습니다. 한쪽 의견만 접한 그룹들은 자신이 읽은 주장을 더 강력히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심지어 균형 잡힌 정보를 모두 본 대조군보다도 더 높은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플레처 교수는 이를 “우리 뇌는 매우 적은 정보로도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과도하게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새로운 정보 앞에서 보인 놀라운 유연성

하지만 실험의 두 번째 단계에서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각 그룹의 절반에게 반대편 정보를 추가로 제공했을 때, 참가자들은:

  • 의견을 바꿀 의향을 보였고
  • 이전보다 낮은 자신감을 표현했습니다
  • 새로운 정보가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면 완전히 마음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자신의 판단을 고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득력 있는 정보를 배우면 마음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앵거스 플레처

투자 세계에서 발견되는 과신편향의 위험한 신호들

이 연구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런 함정에 빠지고 있을까요?

실제 투자 현장에서의 과신편향 사례

첫 번째 함정: 종목 분석 시 선택적 정보 수집
  • 매수하고 싶은 종목에 대해서는 긍정적 뉴스와 분석 보고서만 찾아보는 경향
  • 반대 의견이나 리스크 요인은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과소평가
두 번째 함정: 과거 성공 경험에 대한 과도한 신뢰
  • 몇 번의 수익으로 “내가 시장을 읽는 눈이 있다”고 착각
  • 운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설명 깊이의 착각’ 현상
세 번째 함정: 확증편향과 결합된 과신
  • 자신의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임
  • 반대 증거는 “일시적 노이즈”로 치부하는 경향

정치적 신념처럼 굳어진 투자 철학의 위험성

연구진은 한 가지 중요한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오랫동안 고수해온 차이, 예를 들어 정치적 신념과 같은 것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투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특정 투자 철학이나 방법론에 대한 맹신
  • “가치투자만이 정답”이거나 “기술적 분석이 최고”라는 고정관념
  •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전략 수정을 거부하는 경직성

무주의 맹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투자자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토드 로저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투자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특정 정보에 집중하느라 명백한 위험 신호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의 무주의 맹시 극복법

  • 체크리스트 활용: 투자 결정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들을 미리 정해두기
  • 반대 시나리오 작성: “만약 이 투자가 실패한다면?” 시나리오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 제3자 관점 도입: 신뢰할 만한 동료나 전문가에게 반대 의견 요청하기

설명 깊이의 착각: 변기 원리도 모르면서 시장을 안다고?

스와스모어 칼리지의 배리 슈왈츠 교수가 제시한 “변기 작동 원리” 비유는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기 작동 원리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설명하라고 하면 “레버를 누르면 된다” 정도밖에 모른다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이나 시장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투자 지식의 깊이 점검법

  • 5단계 Why 질문: 투자 결정에 대해 5번 연속 “왜?”라고 질문해보기
  • 타인에게 설명하기: 10살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했는지 확인
  • 숫자로 증명하기: 감정적 판단이 아닌 구체적 데이터로 근거 제시

호기심과 겸손: 성공적 투자자의 필수 덕목

연구진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해결책은 “호기심과 겸손”입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특히 중요한 자세입니다.

호기심 있는 투자자의 특징

  • 지속적 학습 욕구: 시장과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탐구
  • 다양한 관점 수용: 자신과 다른 의견도 경청하고 분석
  • 실패로부터 배움: 투자 손실을 교훈의 기회로 활용

겸손한 투자자의 행동 원칙

  • ‘모른다’고 인정하기: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
  • 점진적 포지션 증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작은 규모로 시작
  • 지속적 검증: 투자 가정들이 현실과 일치하는지 주기적 점검

새로운 증거에 마음을 바꿀 용기

연구에서 가장 고무적인 발견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가 “그럴듯하게 느껴진다면” 마음을 바꿀 의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배리 슈왈츠는 이를 “작은 희망의 근거”라고 표현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가 계속 등장합니다. 과거의 판단에 고집스럽게 매달리기보다는, 새로운 증거 앞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실전 투자에 적용하는 과신편향 극복 전략

1. 정보 수집 단계에서의 객관성 확보

  • 찬반 정보 균형: 매수/매도 결정 시 반대 의견도 반드시 검토
  • 다양한 출처 활용: 단일 정보원에 의존하지 않고 복수 검증
  • 시간 간격 두기: 즉석 판단보다는 충분한 숙고 시간 확보

2. 의사결정 과정의 체계화

  • 투자 일지 작성: 결정 근거와 당시 심리 상태 기록
  • 정기적 리뷰: 과거 판단의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평가
  • 확률적 사고: 100% 확신보다는 확률적 접근법 채택

3. 지속적인 자기 점검 시스템

  • 편향 체크리스트: 의사결정 시 빠지기 쉬운 편향들 점검
  • 외부 피드백: 신뢰할 만한 조언자들과의 정기적 토론
  • 감정 상태 모니터링: 과도한 자신감이나 두려움 상태 인식

여러분의 투자 여정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바로 자신 안에 있는 과신편향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라도 “내가 정말 충분히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그 작은 의심이 여러분을 더 현명한 투자자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참고 자료: NBC News, “The science behind why people think they’re right when they’re so, so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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