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친구가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투자 전략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신 적 말입니다. 혹은 반대로, 신중하게 계획한 투자가 손실을 보자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신 적은요?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살펴볼 ‘결과 편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위험한 습관
결과 편향(Outcome Bias)은 우리가 어떤 결정의 질을 평가할 때, 그 과정이나 논리보다는 오직 결과에만 의존하는 심리적 편향을 의미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이죠.
이런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인도 구르가온의 한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2018년 무렵, 그는 매주 금요일 밤 술집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으로 집에 돌아가는 것을 일상으로 여겼습니다.
몇 년간 그는 단 한 번도 사고를 당하지 않았고, 경찰에 붙잡힌 적도 없었습니다. 이런 ‘성공적인’ 결과들이 그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안전하다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해도 “몇 년간 이렇게 해왔는데 아무 일 없었어”라며 손을 흔들었죠.
하지만 결국 그날이 왔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차선 분리대를 들이받고 몇 주간 병상에 누워야 했습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논리가 아닌 운에 의존했는지를 말이죠.
투자에서 나타나는 결과 편향의 실체
투자의 세계에서 결과 편향은 더욱 교묘하게 작동합니다. 우리는 종종 좋은 투자를 ‘돈을 버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착각입니다. 수익을 냈다고 해서 반드시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은 아니며, 손실을 봤다고 해서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투자에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진실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올바르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잘못했는데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시장은 항상 노력이나 올바른 과정에 대해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포커 챔피언이자 인지행동 결정과학 분야의 전문가인 애니 듀크(Annie Duke)는 이를 “결과로 판단하기(resulting)”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녀는 저서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결과의 질을 의사결정의 완벽한 지표로 사용할 수는 없다. 표본 크기가 작다면 더더욱 그렇다. 체스에서는 게임을 지면 분명 어딘가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포커에서는 완벽하게 플레이했는데도 운의 영향으로 질 수 있다.”*

결과 편향이 만드는 악순환
결과 편향의 진짜 문제는 과거에 대한 왜곡된 시각뿐만 아니라 미래의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잘못된 결정이 우연히 좋은 결과를 낳으면, 우리는 그 패턴을 강화하고 반복합니다. 더 나아가 위험을 확대하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종목에 모든 자금을 집중 투자했는데 그 주식이 크게 올랐다고 생각해보세요. 결과만 보면 ‘성공적인’ 투자입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위험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고위험 전략을 계속 사용한다면? 언젠가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건전한 자산배분 원칙을 고수하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실시했지만 투기적 투자가 성공했던 해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세요. 올바른 과정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어리석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결과 편향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지혜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의미 있는 신호와 무의미한 잡음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결과 편향은 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일회성 수익은 마치 통찰력의 결과처럼 느껴지고, 일시적인 손실은 어리석음의 증거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단기적인 결과는 대부분 여러분의 사고 과정의 질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시장은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무작위성은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려 깊은 투자자들이 의사결정 일지를 작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무엇을 사고 팔았는지뿐만 아니라, 각 결정을 내린 이유, 고려했던 가정과 위험 요소, 예상 가능한 결과의 범위까지 상세히 기록합니다. 나중에 결과와 무관하게 그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 검토함으로써, 돈의 손익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배움을 얻습니다.
결과 편향에서 벗어나는 실용적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결과 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1. 인식의 힘
첫 번째 단계는 이런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결과가 달랐다면 나는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 “이 투자가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 전략을 현명하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질문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투자 과정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2. 시스템 구축
두 번째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투자 일지를 작성하든, 체크리스트를 만들든, 시스템은 여러분이 감정이 아닌 논리에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내가 계획한 대로 했는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가?”라고 자문해보세요. 일이 잘못될 때는 “나는 당시 최선이라고 생각한 대로 했고, 그 판단으로 계속 살아가겠다”라고 생각해보세요.
3. 겸손함 기르기
세 번째는 겸손을 기르는 것입니다. 운이 도움이 되었을 때는 솔직히 인정하세요. 올바른 이유로 틀렸을 때도 인정하세요. 시장은 여러분의 선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줄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명한 결정들은 누적되고, 비록 그중 일부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죠.
4. 올바른 질문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더 나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세요. 무언가가 잘 풀릴 때 단순히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또는 “무엇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나요?”라고 묻는 사람들 말입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명료함을 유지하는 법
애니 듀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그것이 스스로 운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며, 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도 없다. 다만 일이 잘 될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국 결과 편향은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또 다른 방식일 뿐입니다. 일이 잘 될 때는 자존감을 높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투자는 자존감을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명료함을 유지하며 살아남는 것이고, 특히 결과가 불분명할 때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친구의 음주운전 사례처럼, 우리 모두는 논리보다 결과를 믿는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우리는 깨어나기 위해 충돌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과정에 집중하고, 겸손함을 기르며, 올바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면 더 현명한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어떤 투자 결정을 결과만으로 평가했나요? 오늘부터는 그 과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참고 자료: Vishal Khandewal, “The Psychology of Investing #13: The Deception of a Good Out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