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주식 계좌를 확인하는 것을 며칠째 미루고 계신가요? 아니면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지 않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이런 행동에는 과학적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타조 효과(Ostrich Effect)’입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최신 연구가 밝혀낸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정보 회피 행동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발견은 투자자와 비즈니스 의사결정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어린 시절 호기심에서 성인의 회피까지
5-6세: 끝없는 호기심의 시대
어린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작은 탐험가처럼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쏟아냅니다. “왜 하늘은 파란색이야?”, “비는 어디서 와?” 같은 질문들 말이죠.
연구에 따르면 5-6세 아동들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정보를 추구합니다. 심지어 그 정보가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이 치아에 해롭다는 영상을 보여주겠다고 하면, 이 나이의 아이들은 대부분 “보고 싶어요!”라고 답합니다.
7-10세: 전략적 회피의 등장
하지만 7-10세가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전략적으로 회피하기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사탕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지만, 싫어하는 사탕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인간의 인지적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아이들이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불편한 현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죠.
정보 회피의 다섯 가지 동기
시카고 대학교 연구팀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무지를 선택하는 다섯 가지 주요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1. 감정적 보호막: 불안과 실망의 회피
가장 직관적인 이유입니다. 나쁜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니까, 아예 듣지 않겠다는 심리죠.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주식 앱을 삭제하는 행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 자아상 보호: 능력과 호감도에 대한 부정적 정보 차단
자신의 능력이나 타인에게 받는 평가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피하려는 경향입니다. 직장에서 상사의 평가를 미루거나, SNS 좋아요 수를 확인하지 않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3. 신념 체계 보호: 기존 믿음에 대한 도전 회피
자신이 오랫동안 믿어온 것들에 대한 반박 증거를 접하기 싫어하는 심리입니다. 정치적 성향이나 투자 철학에 반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4. 선호 보호: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부정적 정보 차단
좋아하는 브랜드나 인물에 대한 스캔들을 외면하는 행동입니다. 애플 팬이 애플의 노동 착취 논란을 외면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구설수를 무시하는 것이 예시입니다.
5. 도덕적 결정권: 이기적 행동의 정당화
가장 복잡하면서도 교묘한 동기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도덕적으로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위해 정보를 회피하는 것입니다.
도덕적 결정권의 위험성
연구진이 실시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두 개의 양동이를 주고, 각각에서 자신과 파트너가 받을 스티커 개수를 알려줍니다. 양동이 A는 자신에게 더 많은 스티커를 주지만, 파트너가 받을 양은 숨겨져 있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일수록 파트너가 받을 스티커 개수를 미리 알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모르면 죄가 없다”는 심리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정하다는 환상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도덕적 결정권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됩니다. 투자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무시하거나, 기업 경영진이 노동자의 복지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투자자에게 주는 핵심 시사점
손실 회피의 함정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타조 효과는 바로 손실 회피입니다. 주식이 하락할 때 포트폴리오를 확인하지 않거나, 나쁜 뉴스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동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손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쳐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확증 편향의 강화
자신의 투자 철학이나 선택에 반하는 정보를 피하다 보면, 확증 편향이 더욱 강화됩니다. 이는 다양한 관점을 차단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방해합니다.
성공적인 투자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의 판단에 반하는 정보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것입니다.
리스크 관리의 맹점
위험 신호를 일찍 포착하려면 불편한 정보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경제 지표의 악화, 산업 트렌드의 변화, 기업의 펀더멘털 악화 등을 외면하면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타조 효과 극복을 위한 실전 전략
1. 정보 다이어트와 규칙적 체크
감정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보 확인 시간을 정해두세요. 매일 주식을 확인하는 대신 주 1회, 월 1회로 줄이되 반드시 확인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2. 객관적 지표 활용
감정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 미리 정한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세요. 손절선, 목표가, 리밸런싱 기준 등을 미리 설정하고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이 도움됩니다.
3. 다양한 관점 수집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의 분석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세요.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것이 더 나은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4. 실패 사례 학습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더 많이 연구하세요. 다른 투자자들이 어떤 정보를 외면했다가 실패했는지 학습하면,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과 공존하는 지혜
연구진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조언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따라 하라. 바로 호기심을 따르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투자의 본질입니다. 모든 정보를 알 수도,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정보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호기심을 유지하는 자세가야말로 장기적 성공의 열쇠입니다.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순간,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을 놓치게 됩니다. 투자에서든 인생에서든,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가 진정한 성장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불편한 정보를 외면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그 정보와 마주할 시간입니다.
참고 자료: Medical Xpress, “Origins of the ‘Ostrich Effect’: Researchers pinpoint the age we start avoiding information—even when it’s help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