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지배한 인도계 CEO들의 뉴 에이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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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기술 허브,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의 혁신과 기술 발전을 이끄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곳을 이끄는 리더들의 다양성과 리더십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인도 출신의 CEO들이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 기업들을 장악하며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러한 위치에 오르고, 이런 리더십을 보이게 되었을까요?

포춘 500대 기업 중 30%가 인도계 CEO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아르빈드 크리슈나, 샨타누 나라옌 같은 CEO들은 단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업계에 자신들의 독특한 지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지는 리더십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며,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인도계 CEO들의 리더십 스타일과 그들이 기술업계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도계 CEO의 성공 비결

현대 기술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인도계 CEO들은 대표적으로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아르빈드 크리슈나, 샨타누 나라옌, 그리고 파라그 아그라왈, 라지브 수리, 아제이 방가, 인드라 누이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뒤에는 하나의 공통된 시작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도공과대학교입니다. ‘IIT 마피아’라고도 불리는 이 대학 출신들은 인도 최고의 명문 대학에서 배출되었지만, 그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지식의 깊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몇 가지 핵심 요소를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총명함, 인내심, 성장 지향적 사고방식입니다. 인도의 IIT는 입학부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 것은 기본이며, 입학생들은 컴퓨터 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정에서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졸업을 위해서는 한국의 평균 졸업 이수 학점의 3배에 달하는 400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러한 교육 과정은 학생들에게 뛰어난 총명함뿐만 아니라 인내심과 성장을 향한 강한 의지를 길러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IIT 출신들이 받는 취업 제안은 그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들은 졸업과 동시에 빅테크 기업에서 수백 개의 취업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이는 IIT 출신인 그들의 능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IIT는 글로벌 랭킹에서는 350~400위에 불과한 대학교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수의 부족, 그리고 남녀 성비의 불균형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교의 출신들은 실리콘밸리로 빠르게 진출하여 그곳의 창업자 중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교의 랭킹이 그들의 실제 능력과 지위를 대변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맨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실리콘밸리의 인내심 강한 리더들

실리콘밸리의 인도계 CEO들, 그 중에서도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아르빈드 크리슈나는 동남부 인도 출신으로, 그들의 성공 뒤에는 인내심과 성장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민족 언어를 사용하며, 전통적인 지배층이 아니었던 탓에 억척스러운 생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배경은 결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의 삶은 인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이었지만, 미국의 기준으로 보면 가난한 정도였는데, 이는 순다르 피차이의 이야기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는 집에 냉장고가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가뭄으로 인해 물이 없을 때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하며, 그는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에 지금도 침대 옆에 물병을 두어야 잠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그의 인내심과 성장에 대한 갈망을 더욱 강화시켰고, 그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책을 통해 끊임없이 지식을 쌓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강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실리콘밸리의 평균 근속 연수가 2~3년인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 인도계 CEO들은 한 회사에서 10~20년 동안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그들의 인내심과 조직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그들의 리더십은 단순히 기술적 능력이나 전략적 사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 키워진 인내심과 성장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시절의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 경쟁에서 협력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은 실리콘밸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델라의 리더십은 그의 자서전 “히트 리프레시“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의 배경과 경험이 이러한 리더십 스타일에 크게 기여했다고 합니다. 1968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나 인도공과대를 졸업한 나델라는 어린 시절부터 크리켓에 심취해 있었으며, 이는 그의 팀워크와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히트 리프레시, 쿠팡

나델라는 자신의 방에 걸린 칼 마르크스와 인도 신들의 포스터를 떼어내고 크리켓 스타 자이시마의 포스터를 걸었다고 회고했는데, 이러한 일화는 그의 독립적 사고와 개인적 열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 밀워키대에서 컴퓨터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그의 기술적 지식과 경험도 풍부해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나델라는 회사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인내와 관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나델라는 경쟁 중심의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협력과 포용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화를 이끌었는데, 이는 그가 리더로서 팀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지속적 노력은 성공의 기반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한 초기, 그의 첫 임무는 고객들을 설득해 도스에서 윈도우 NT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쉽지 않은 과제였죠. 나델라는 미국 전역을 누비며 윈도우 NT의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는데, 그는 주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시카고로 날아가 학업을 병행했다고 합니다. 이런 꾸준한 노력과 학습은 나델라가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타이거 서버’ 개발을 총괄하게 되는 기회로 이어졌는데, 이 프로젝트는 넷플릭스가 창업하기 전에 시작된 것으로, 그의 통찰력과 선견지명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팀워크의 중요성

나델라는 인도에서 크리켓을 배우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크리켓 경기에서 호주 선수들과의 경험을 통해 라이벌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호주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찰하며, 그는 팀워크의 중요성과 함께 경쟁자를 이해하는 것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나델라는 크리켓을 통해 “재능이 중요하지만, 팀과 협력하는 능력 없이는 충분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이러한 교훈은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경쟁 중심의 문화를 협력과 포용으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협력의 리더십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승자독식이 일반적이지만, 나델라는 이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경쟁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회사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그가 연례 영업 사원 행사에서 아이폰을 꺼내 보인 일이었습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에게 충격적인 순간이었지만, 나델라는 iOS를 통해 스카이프, 아웃룩, 워드, 원드라이브를 시연하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경쟁자와도 필요에 따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비전의 공유: 클라우드로의 전환

2014년, 나델라가 CEO로 취임했을 때, 세계는 PC에서 모바일로 무게축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모바일 기반의 애플과 구글이 질주하고 있었고, 아마존은 클라우드를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의 영광인 윈도우에 갇혀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델라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모바일 그 이후를 구상했는데, 그의 비전은 바로 클라우드였습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오피스 중심의 회사에서 클라우드 중심의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그의 취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구조가 윈도 30%, 오피스 30%, 서버 30%, 기타 10%였다면, 오늘날 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델라는 개방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이는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MS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리눅스와도 손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다문화적 배경과 인도계 이민자로서의 경험이 이러한 개방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 문화의 혁신

사티아 나델라는 조직 내의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별 부서가 마치 독립된 기업처럼 운영되었는데, 이는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관행이었습니다. 나델라는 이러한 사일로 현상을 깨트리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도입했습니다.

  • 첫째, 전사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부서 간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모두를 위한 윈도우10’이라는 목표는 모든 부서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구체적인 미션으로 변환되었습니다.
  • 둘째, 다양한 협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부서 간 협력을 장려했습니다. ‘원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은 모든 부서가 서로 협력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셋째, OKR을 도입해 목표 설정과 성과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방법론은 각 팀이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화로서의 리더십

나델라는 CEO의 역할이 단순히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는 CEO의 ‘C’를 문화의 약자로 해석하며,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기업은 자신만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져야 하며, 이를 신념과 역량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델라는 조직 문화가 개인의 열정과 재능을 활용하여 회사의 사명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과 문화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길로 이끌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서 문화적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며, 그의 리더십은 혁신이 단순히 기술이나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조직 문화와 리더십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1993년 온라인으로 강연하는 사티아 나델라와 CEO에 임명될 당시 사티아 나델라

인도 투자를 선도하는 글로벌 CEO들

현재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도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계기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채택하면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이미 인도에서 최신 아이폰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까지 모든 아이폰의 25%가 인도에서 생산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도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연평균 420억 달러에 달하는 등, 10년 사이에 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투자 감소와 인도로의 투자 증가를 의미하며, 이러한 변화는 인도의 거대한 시장과 노동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인도계 CEO와 예비 CEO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도인 네트워크의 역할입니다. 미국에서 발급하는 H-1B 비자의 70% 이상을 인도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성장하여 인도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2020년 인도 디지털 경제에 총 1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는 등, 인도계 리더들이 인도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추세는 인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도계 CEO들이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인도의 성장과 함께, 이들 리더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인도의 교역량 변화, USTR

마치며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고 있는 인도계 CEO들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적 능력이나 경영 전략을 넘어선 무언가를 가리킵니다. 1960년대 이민법 개정안으로 미국에 몰려든 인도인들, 그리고 그 중 뛰어난 인재들이 겪었던 카스트제도와 가족 부양의 압박은 그들을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이는 미국이민자들 중 인도인들의 비중이 멕시코, 중국에 이어 세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CEO 비중에서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한 한국인 엔지니어와의 대화에서 드러난 “한국인은 어느 정도 성공하면 더 이상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대비되는, 인도인의 “끝까지 오르려는 욕심”은 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이들의 성공은 ‘어디서 왔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죠.

인도계 CEO들은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갈망과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뿌리를 넘어선 세계적 리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들의 리더십은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술 산업에 영감을 주며, 다양한 배경에서 온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 인도계 CEO들의 이야기는 국적과 배경을 넘어서 뉴 에이지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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