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돈만 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 텐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이자 작가인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이 제시하는 흥미로운 통찰은 우리의 이런 믿음에 의문을 던집니다.
쾌락적 러닝머신: 끝없는 욕망의 덫
모건 하우절은 부(富)에 숨겨진 저주를 “쾌락적 러닝머신(hedonic treadmill)”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더 많은 돈을 벌어도 만족감은 계속해서 멀어져 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현재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급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랐을 때의 기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죠. 곧 500만 원이 당연한 것이 되고, 이번에는 700만 원, 1000만 원을 꿈꾸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적응 능력이 만들어내는 함정입니다.
저축의 아이러니: 자유를 위해 시작했지만 집착으로 끝나는 여정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유와 통제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걱정을 덜고, “만약에”라는 시나리오로부터 정신적 여유를 얻고 싶어 하죠.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돈에서 진짜로 원하는 것은 돈에 대한 생각을 멈추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돈을 벌고 저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는 상당한 노력과 희생, 그리고 인내를 요구합니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할수록 더 열심히 일했고, 더 많은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자신이 모은 재산에 더 깊은 애착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돈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저축을 시작했지만, 정작 저축이 늘어날수록 그 돈을 잃을까 봐 더 많이 걱정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마치 강철 이빨이 박힌 덫과 같습니다.
부자들의 진짜 고민: “내가 가진 것을 잃는 것이 두렵다”
설문조사에서 부자들에게 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가장 흔히 나오는 답변이 바로 “내가 가진 것을 잃는 것이 두렵다”입니다. 이는 겸손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자들의 많은 재산은 그들이 직접 일해서 번 것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얻은 것에 대한 결과입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희생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반면 로또 당첨자들이 종종 파산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은행 계좌에는 “땀 흘린 대가(sweat equity)”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는 말이 여기서 증명되는 것이죠.
행복 예측의 함정: 꿈은 현실보다 달콤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가 행복을 예측하는 데 얼마나 서투른지를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상황을 상상할 때 긍정적인 요소들에만 집중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상을 할 때는 파도 소리와 따뜻한 햇살만을 떠올리지, 모기에 물리거나 점심으로 인한 속 쓰림 같은 현실의 불편함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꿈속에서는 언제나 완벽하죠.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돈이 가져다줄 기쁨을 꿈꾸는 것은 쉽지만, 그 돈을 벌고 저축하는 데 필요한 희생과 스트레스는 무시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꿈은 항상 현실보다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의 실망: 가난도 부도 만족스럽지 않다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합니다.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조차 많은 돈을 저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쪽 모두에서 실망이 생깁니다:
- 열심히 일했지만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여전히 돈이 부족할까?”
- 부자가 된 사람들: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는데 왜 여전히 불안할까?”
결국 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행복의 해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진정한 해결책: 감사하는 마음가짐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모건 하우절은 특히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한 후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이것이 저축이나 노력을 멈추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결과가 반드시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한다면 그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천 방법들
- 현재 가진 것에 대한 감사: 매일 자신이 가진 것들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과정 중심의 사고: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 적정선 설정: 자신에게 충분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정해두세요.
- 비교 멈추기: 다른 사람과의 비교보다는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세요.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 용기
이 모든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직관에 반하는 일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쾌락적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더 많은 것을 갖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는 마음가짐에서 온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러닝머신에서 내려올 용기를 가지고 있나요?
참고 자료: Morgan Housel, “Saving Money and Running Backw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