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스탠리 드러켄밀러. 그는 30년 동안 연평균 3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고, 단 한 해도 손실을 보지 않았던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그조차도 2000년 닷컴 버블 시기에 자신의 커리어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완벽했던 투자자의 치명적 실수
드러켄밀러의 성공 비결은 명확했습니다. 높은 확신이 있을 때 레버리지를 활용해 집중 투자하고, 상황이 바뀌면 즉시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성이었습니다. 그는 “목장에 베팅하고 상황이 바뀌면 나도 바뀌어야 했고, 저는 항상 그렇게 돈을 관리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 이미 10배나 치솟은 야후와 아메리카 온라인 같은 인터넷 주식들을 보며 그는 ‘공매도’라는 선택을 했습니다. 버블이 명확해 보였으니까요. 2월에 시작한 2억 달러의 공매도 포지션은 3월 중순까지 6억 달러의 손실로 불어났습니다.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15%로 추락했고, 한 번도 손실을 기록한 적 없다는 자부심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알면서도 반복한 두 번째 실수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난 22살 청년과의 대화 후, 드러켄밀러는 새로운 기술 붐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는 “진실과 실증이 필요했다”며 여섯 명의 전문 트레이더를 고용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연간 수익률을 마이너스 15%에서 플러스 35%로 회복시켰죠. 물론 나스닥이 400% 상승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었지만요.
2000년 1월, 드러켄밀러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수익률의 104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는 조지 소로스에게 모든 기술주를 매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고용한 트레이더들은 해고하지 않았고, 그들의 작은 계좌는 하루 3%씩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펀드가 7% 수익을 올리는 동안, 그 작은 계좌는 50%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감정이 이성을 집어삼킨 순간
3월이 되자 드러켄밀러는 “뭔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그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같은 주에 세 번이나 스스로에게 “하지 마, 하지 마”라고 외쳤지만, 결국 전화를 받아들었습니다. 시장 최고점을 고작 한 시간 차이로 놓치며 60억 달러어치의 기술주를 매수했습니다.
결과는? 6주 만에 30억 달러의 손실. 이 한 번의 투자 실수로 그는 소로스 펀드를 떠나게 됩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그의 고백입니다.
뭘 배웠냐고 물으셨는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미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저 감정적으로 버거워서 어쩔 줄 몰랐던 거죠.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시장이 아니다
드러켄밀러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30년간 완벽한 실적을 만든 투자 천재조차도 감정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FOMO), 탐욕, 시기심, 그리고 “뭔가 해야 한다”는 충동은 가장 현명한 투자자조차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그가 저지른 실수의 핵심은 ‘모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버블이 터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감정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무력화시켰습니다.
타인의 실수에서 배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타인의 실수를 통한 간접 경험입니다.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경험한 교훈이 더 오래 남는 건 사실이지만, 드러켄밀러처럼 30억 달러를 잃으며 배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감정이 개입하는 순간,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드러켄밀러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버거웠다”고 고백한 것처럼 말입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투자자가 살아남는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좋은 정보와 분석 능력이고, 더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드러켄밀러는 첫 번째는 완벽했지만, 특정 순간에 두 번째를 놓쳤습니다.
그의 실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습니까?
시장이 열광할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 때 옆에서 지켜볼 수 있습니까? 자신의 판단을 믿고 군중과 반대 방향으로 걸을 수 있습니까?
투자에서 진정한 적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내면의 감정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리 경험이 많고 똑똑한 투자자라도 평생 싸워야 할 대상입니다.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Stan Druckenmiller’s Worst Mistake 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