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최근 팀장이나 관리자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지금 경험하고 있는 혼란과 불안감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무자에서 리더로의 전환은 단순한 직급 상승이 아닌, 완전히 다른 게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신임 관리자 10명 중 6명이 승진 후 2년 안에 실패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은 성공한 실무자가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생각의 터닝포인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승진의 함정: 왜 뛰어난 실무자가 리더로 실패하는가
잘못된 성공 공식의 반복
대부분의 신임 리더들이 범하는 첫 번째 실수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착각입니다. 이는 마치 수영을 잘한다고 해서 다이빙도 잘할 것이라 믿는 것과 같은 오류입니다.
실무자 시절 여러분을 성공으로 이끈 요소들을 떠올려보세요. 개인의 전문성, 빠른 실행력, 혼자서도 해결하는 능력… 이 모든 것들이 리더가 되는 순간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리더의 성과는 ‘나의 능력’이 아닌 ‘팀의 능력’으로 측정되기 때문입니다.
정체성 고착의 심리학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가 언급한 ‘정체성 고착(identity foreclosure)’ 현상을 보면, 실무자 정체성에 익숙할수록 새로운 리더 역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에서 캠페인 기획을 담당하던 김 대리가 팀장으로 승진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가장 완벽한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의 기획안을 보면 자꾸 손이 가고, 결국 자신이 직접 수정하거나 다시 작성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내가 아니면 이 정도 퀄리티는 안 나온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이 팀원들의 성장을 막고, 자신을 번아웃으로 이끌게 됩니다.
리더십 전환의 핵심: ‘놓아버리기’의 기술
성과 유산에 대한 집착
신임 리더들이 가장 놓기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성과 유산’입니다. 과거 자신이 만들어낸 뛰어난 실적들이 아직도 내 손끝에 달려 있다고 믿는 것이죠.
IT 기업의 개발팀장으로 승진한 이 과장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개발자 시절 복잡한 알고리즘 문제를 누구보다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으로 유명했습니다. 팀장이 된 후에도 여전히 기술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합니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역시 팀장님”이라며 감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팀원들은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고 팀장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팀장은 관리 업무와 개발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의 함정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이어집니다. 팀원들의 모든 업무에 간섭하고,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면 직접 처리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리더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면 팀원들은 주인의식을 잃게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리더 자신도 모든 것을 떠맡으면서 가장 먼저 무너질 위험에 처한다는 점입니다.
진정성의 딜레마: 변화에 대한 저항
“이건 나답지 않다”는 불안
새로운 리더 역할을 시도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건 나답지 않다”는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갑자기 바뀐 모습이 어색하고, 주변 사람들도 어색해할까 봐 걱정됩니다.
예를 들어, 평소 온화하고 친근했던 박 차장이 팀장이 되어 처음으로 성과 회의를 진행한다고 상상해보세요. 팀원들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지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내가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Herminia Ibarra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진정성은 고정된 자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어색함은 변화의 징표일 뿐, 잘못된 방향이라는 증거가 아닙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나?”라는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어색함을 통과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껍질이 아직 덜 맞는다고 해서 그 껍질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맞춰지게 될 것입니다.
언러닝: 익숙함을 내려놓는 용기
가득 찬 찻잔의 비유
동양 철학에 “가득 찬 찻잔에는 더 이상 무엇도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들이 리더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언러닝(unlearning)이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려놓는 것’입니다. 마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짐을 들기 위해 손을 비우는 것과 같습니다.
실무 전문성에서 리더십 역량으로
영업팀 에이스였던 최 과장이 영업팀장으로 승진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개인 영업 실적으로는 항상 1등을 차지했지만, 팀장이 된 후 팀 전체 실적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개인 영업에 집중하면서 팀원들에게는 “나처럼 하면 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조언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원들은 각자 다른 강점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최 팀장의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그가 개인 영업을 완전히 다른 팀원에게 맡기고, 대신 각 팀원의 강점을 파악하고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후에 일어났습니다.
마셜 골드스미스의 통찰: 성공의 역설
성공이 만드는 함정
전 세계 CEO들이 가장 많이 찾는 리더십 코치 마셜 골드스미스는 “당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그것이, 앞으로도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거라 믿지 마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리더십의 핵심적인 역설을 보여줍니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바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고착된 습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GE, 인텔, 골드만삭스의 교훈
골드스미스가 코칭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들 모두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술적 전문성으로 승진한 한 임원은 골드스미스의 코칭을 통해 기술적 의사결정을 팀에 위임하고, 대신 전략적 비전 제시와 조직 문화 형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리더십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실전 리더십 전환 전략
1단계: 현재 상황 정확히 진단하기
먼저 여러분이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다음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해보세요:
- 아직도 예전에 하던 실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나요?
- 팀원들이 어려운 문제를 가져오면 직접 해결해주고 있나요?
- 팀원들의 업무 방식이 내 기준에 못 미치면 답답함을 느끼나요?
- 팀의 성과보다 개인의 성과가 더 눈에 들어오나요?
만약 대부분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면, 아직 리더십 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단계: 점진적 위임 시스템 구축하기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을 추천합니다:
- 1주차: 가장 간단한 업무부터 팀원에게 완전히 위임
- 2-3주차: 중요도가 중간 정도인 업무 위임 (단, 중간 점검 시스템 마련)
- 4-6주차: 핵심 업무 위임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위임)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실수할 권리’도 함께 주는 것입니다. 팀원이 실수를 했을 때 즉시 개입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도와주세요.
3단계: 새로운 리더십 정체성 개발하기
이제 여러분은 ‘문제 해결자’가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코칭형 질문하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가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접근 방법들을 생각해봤나?”
- 성장 기회 제공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팀원에게 맡기되, 충분한 지원과 가이드라인 제공
- 실패에 대한 관점 바꾸기: 실패를 문제가 아닌 학습 기회로 프레이밍
성공적인 리더십 전환 사례
사례 1: 완벽주의 개발자에서 성장 촉진자로
A사의 개발팀장 김 모 씨는 개발자 시절 완벽한 코드로 유명했습니다. 팀장이 된 후에도 팀원들의 코드를 일일이 검토하며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 팀의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고 팀원들의 사기도 저하되었습니다.
전환점은 그가 코드 리뷰 방식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직접 수정해주는 대신, “이 부분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팀 전체의 코드 품질도 이전보다 높아졌습니다.
사례 2: 스타 영업사원에서 팀 빌더로
B사의 영업팀장 박 모 씨는 개인 영업 실적으로 3년 연속 전사 1등을 차지한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된 후 1년간 팀 실적은 계속 하락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팀원들에게 전수하려 했지만, 각자 다른 성향과 강점을 가진 팀원들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 자신도 개인 영업과 팀 관리를 동시에 하느라 지쳐갔습니다.
변화는 그가 개인 영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대신 각 팀원의 강점을 파악하여 개별적인 성장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일어났습니다. 내향적인 팀원에게는 기존 고객 관리에 집중시키고, 외향적인 팀원에게는 신규 개척을 맡기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6개월 후, 팀 전체 실적은 이전 대비 40% 향상되었고, 팀원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리더십 전환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함정들
함정 1: 성급한 변화 시도
일부 신임 리더들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깨닫고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는 팀원들의 혼란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친근했던 팀장이 갑자기 권위적으로 변하거나,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위임하면 팀원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함정 2: 완전한 방임
반대로 ‘위임’의 중요성만 강조하여 팀원들을 완전히 방치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팀원들에게는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함정 3: 일관성 없는 리더십
상황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이 계속 바뀌면 팀원들이 혼란을 겪습니다. 일관된 원칙과 가치관을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실천 방법
일주일 실험: 하나씩 내려놓기
이번 주부터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보세요:
- 월요일: 평소 내가 직접 하던 일 중 가장 간단한 것 하나를 팀원에게 위임
- 화요일: 팀원이 질문을 가져왔을 때, 답을 알려주지 말고 질문으로 답하기
- 수요일: 회의에서 내가 말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팀원들이 더 많이 발언하도록 유도
- 목요일: 팀원의 업무 방식이 내 방식과 달라도 개입하지 않고 결과 지켜보기
- 금요일: 팀원들과 개별 면담하여 그들이 원하는 성장 방향 듣기
한 달 프로젝트: 나만의 리더십 정체성 찾기
다음 질문들을 통해 여러분만의 리더십 정체성을 개발해보세요:
- 내가 가장 존경하는 리더는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팀원들이 나를 어떤 리더로 기억하길 원하는가?
- 나의 고유한 강점을 리더십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 팀원들이 나로부터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분만의 독특한 리더십 스타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리더가 된다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는 것은 분명 두렵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어색함과 불안감은 변화의 신호입니다. 그것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조금씩, 하나씩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세요.
마셜 골드스미스의 말처럼,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도 열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리더십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하나씩 내려놓아 보세요. 그리고 비워진 그 자리에 새로운 가능성을 채워넣어 보세요. 진정한 리더의 여정이 지금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