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무왕의 아버지 문왕은 벼슬이 서백, 이름이 희창이었기 때문에 서백창이라고 불렸는데, 주나라의 서백창과 함께 항상 떠올려지는 인물이 바로, 주나라 건국의 기초를 놓은 강태공입니다.
서백창이 강태공을 처음 만날 당시에는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주왕이 달기란 여자에게 빠져 나라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고, 간신들의 말만 들으며 온갖 폭정을 일삼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시절에 서백창이 강태공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노인의 대화 속에 담긴 지혜에 감탄한 끝에, 그의 가치를 알아본 결과 주나라를 건국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주나라의 문왕과 강태공이 처음 만나 나눈 대화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처세에 관한 큰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강태공을 만나다.
서백창은 어느 날 사냥을 나갔는데, 그날따라 한 마리의 짐승도 못 잡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잔뜩 실망한 서백창은 강가를 지나가다 한 노인이 혼자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노인이 바로 강태공이었습니다. 서백창은 노인이 잡은 생선이 궁금하여 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낚시를 즐겨하시나 봅니다.
Seo
강태공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물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먹이로 물고기를 낚는 것은 녹봉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Kang
군자는 자신의 이상이 실현됨을 즐거워하고, 소인은 눈앞의 일이 이루어짐을 기뻐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낚시질하는 것은 그와 매우 비슷합니다.
Kang
서백창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낚시질하는 것이 정치의 무엇과 비슷한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Seo
강태공이 다시 대답했습니다.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Kang
첫째, 미끼로써 고기를 낚는 것은 녹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Kang
둘째, 좋은 미끼라야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듯이, 인재에게 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나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Kang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크기와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른데, 이는 인재의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 맡기는 게 낚시의 이치와 같습니다.
Kang
서백창은 강태공의 말에 다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천하 만백성의 민심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Seo
강태공은 서백창을 보며 말했습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만민의 천하입니다.
Kang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 있고,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익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Kang
하늘에는 춘하추동 네 계절이 있어 음과 양이 순환하고, 그로 말미암아 대지에는 생산이 이루어져 재물과 보화가 있게 됩니다.
Kang
이 하늘의 시와 땅의 재를 백성들과 함께 누리는 것을 인이라고 합니다.
Kang
사람들은 인이 있는 곳에 모이게 마련인지라 어진 사람이 정치를 하면 그 덕이 저절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천하의 민심도 얻을 것입니다.
Kang
죽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건져주고, 재난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며, 사람을 환난에서 구제해 주고, 위급한 사람을 구원해 주는 것은 덕입니다.
Kang
천하 인심은 덕이 있는 곳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Kang
많은 사람들과 시름을 같이 하고, 많은 백성들과 즐거움을 같이 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면 이것은 의입니다.
Kang
천하의 인심은 의가 있는 곳으로 쏠리게 됩니다.
Kang
본래 사람은 죽는 것을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득을 따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살리며 그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것을 도라고 합니다.
Kang
천하의 인심은 도가 있는 곳으로 귀의하는 것입니다.
Kang
강태공은 나이 72세에 이르러 서백창과의 이 짧은 만남과 대화로,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내었는데, 현 시대에서도 유용한 지혜와 철학이 흘러넘치는 이 짧은 대화로 인해, 주나라를 건국한 서백창은 그를 태공망이라 칭하며 국사로 봉하게 됩니다.
Epilogue
하나의 사물도 지나침 없이 관찰하고, 한 명의 인재도 빠짐없이 골고루 등용하며, 한 가지의 충고도 그냥 넘기지 않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혜를 얻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서백창이 주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 처럼 말이죠.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요점은 사람을 씀에 있을 따름이다.
정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