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기억 편향이 시장 모멘텀을 좌우하는 숨겨진 메커니즘

0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시장이 아닌 우리 자신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성공한 투자는 생생하게 기억하면서도 실패한 투자는 쉽게 잊어버리는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선택적 기억이 만드는 투자자의 착각

우리 뇌는 놀라운 선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했던 모든 투자 결정을 떠올려보면, 성공한 투자는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실패한 투자는 흐릿하게 남아있거나 아예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단순한 건망증이 아닌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방어기제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식 시장 전문가가 되는 비결 중 하나는 지난 10년간의 수십 번 틀린 예측은 조용히 묻어두고, 단 하나의 정확한 예측만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런 선택적 기억상실증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실제 돈이 걸릴 때 더욱 강해지는 편향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이러한 기억 편향의 실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연구진이 실시한 실험실 실험에서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와 위험한 투자 중 선택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위험한 투자는 단순화된 주식 투자로 설계되었으며, 수익 확률 60%와 손실 확률 40%, 또는 그 반대의 결과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긍정적 결과를 부정적 결과보다 훨씬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더욱 중요한 발견은 이러한 기억 편향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가 더 나은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음의 왜도를 가진 위험한 주식 투자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적인 차이점이 드러났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이 실제 돈을 투자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가상의 투자를 진행했을 때는 이러한 기억 편향이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즉, 실제 돈이 걸려 있을 때만 우리의 기억이 편향되며, 이는 투자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로 이어져 미래의 더 나쁜 투자 성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강세장과 약세장에서 다르게 작용하는 모멘텀 효과

이러한 기억 편향은 주식 시장의 모멘텀 효과에도 흥미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200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모멘텀 효과는 강세장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약세장에서는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연구진은 3년간의 강세장과 약세장 이후의 주식 수익률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강세장 3년차에는 전형적인 모멘텀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주식들은 처음 12개월 동안 월간 수익률이 상승하다가 그 이후 몇 달 동안 평균 회귀 현상을 보이며 수익률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3년간의 약세장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모멘텀 효과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고, 모멘텀 전략으로 얻은 수익률은 시간 범위와 관계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강세장과 약세장에서 모멘텀 상승

기억 편향이 시장을 움직이는 메커니즘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기억 편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승자를 더 쉽게 기억하기 때문에 이전에 좋은 성과를 보였던 주식에 지속적으로 투자합니다. 이는 특히 강세장에서 좋은 실적을 보였던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수 압력을 만들어냅니다.

강세장에서 기억 편향은 주가를 점점 더 높게 밀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투자자들이 성공 경험을 더 잘 기억하면서 같은 종류의 투자를 반복하게 되고, 이는 상승 모멘텀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반면 약세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과거의 부정적인 실적을 망각하려는 편향 때문에 투자자들은 과거에 손실을 입혔던 주식을 재빨리 매수하게 됩니다. 이는 하락했던 주식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여 약세장의 모멘텀 효과를 반전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현재 시장에서의 시사점

글로벌 주식 시장이 오랜 기간 강세를 보인 후 시장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모멘텀 투자는 강세장에서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인기 있는 투자 기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많은 모멘텀 투자 옹호자들이 이 전략이 약세장에서도 계속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멘텀 투자가 약세장에서도 초과 수익률을 창출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초과 수익률은 강세장에서 얻었던 것보다 훨씬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가 취해야 할 대응 전략

이러한 기억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모든 투자 결정과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동등하게 기록하고 분석함으로써 선택적 기억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강세장에서 효과적이었던 모멘텀 전략이 약세장에서도 같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장 사이클에 맞는 다양한 투자 접근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심리적 편향을 인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억 편향이 만드는 착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때만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Klement on Investing, “Investor memory and the momentum effect”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