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면서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포트폴리오가 상승할 때는 “역시 내 안목이 뛰어나”라고 생각하다가, 하락장이 오면 “중앙은행 정책이 문제야”, “이런 악재는 누가 예상했겠어”라며 외부 탓을 하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만약 이런 패턴이 익숙하다면, 여러분은 투자 심리학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 중 하나인 ‘자기귀인 편향’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입니다. 이는 성공은 내 능력 덕분이고, 실패는 운이나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여기는 심리적 함정으로, 투자 성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기귀인 편향이란 무엇인가
일상 속 자기귀인 편향의 모습
자기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은 우리가 긍정적인 결과는 자신의 능력이나 행동 덕분이라고 여기고, 부정적인 결과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투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시험에 합격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에요”라고 말하다가, 떨어지면 “문제가 너무 어려웠어요”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기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CEO들은 높은 수익을 자신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자랑하다가, 실적이 부진하면 경기 침체를 탓합니다. 스포츠 코치는 승리 후엔 자신의 전략을 칭찬하고, 패배 후엔 심판 탓을 하기도 하죠.
투자 시장에서의 자기귀인 편향
투자 영역에서 이 편향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주식 시장에는 “강세장과 머리를 혼동하지 마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이는 상승하는 시장에서는 어떤 투자자든 천재처럼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강세장에서 투자자들은 자신의 주식 선택 능력 덕분에 큰 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시장 전체가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섹터와 주식이 함께 오른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하락장이 오면 같은 투자자가 “이건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어”라며 시장 변동성을 탓하게 됩니다.
자기귀인 편향이 생기는 심리적 메커니즘
자아 보호 본능의 작동
심리학적으로 자기귀인 편향은 우리의 자아와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유능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싶어 합니다.
성공을 자신의 재능 덕분이라고 여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자아상이 강화됩니다. 반면 실수나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위협적으로 느껴지죠.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러한 왜곡된 귀인을 통해 자존감을 보호하려 합니다.
과신과의 악순환
이 편향은 종종 과신(overconfidence)과 함께 나타나 악순환을 만듭니다. 몇 차례 성공적인 투자를 자신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자신이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자신감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다음 투자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하거나 더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하게 됩니다. 과거의 성공이 단순히 운이나 시장 전체의 호황 덕분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죠.
반면 손실은 “내 탓이 아니다”라고 치부하며 제대로 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뛰어난 투자자라고 착각하는 왜곡된 자기 인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전문가도 피할 수 없는 함정
흥미롭게도 이 편향은 전문 펀드 매니저들에게서도 관찰됩니다. 수십 년간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이들조차 자신의 능력이 모든 성공을 설명한다고 믿으며, 이는 자기 확신을 과도하게 키우게 만듭니다.
1975년 데일 밀러(Dale Miller)와 마이클 로스(Michael Ross)의 고전적인 연구에서는 이러한 “자기중심적 귀인 패턴”이 명확히 관찰되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대했던 성공을 거두었을 때는 내부 요인(자신의 판단이나 능력)을 원인으로 여기는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면 외부 요인을 탓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기귀인 편향은 때때로 “자기 강화 편향(self-enhancing bias)”이라고도 불립니다.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현실보다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위험한 함정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귀인 편향을 극복하는 실전 전략
1. 투자 의사결정 일지 작성
일지 작성은 모든 인지적 편향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독제입니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의 이유와 근거를 상세히 기록하고, 이후 결과와 함께 분석해보세요.
구체적인 기록 방법:
- 매수/매도 결정 시점과 이유
- 당시의 시장 상황과 개인적 감정 상태
-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실제 결과
- 성공/실패 요인에 대한 솔직한 분석
시간이 지나면 “내가 알았던” 주식이 실제로는 시장 호황 덕분에 오른 것인지, 아니면 손실 발생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기록은 과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해석하는 것을 방지하고, 진정한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2. 시장 벤치마크와의 체계적 비교
개인적으로는 절대적인 장기 수익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성과를 더 넓은 시장과 비교하는 것이 객관적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벤치마크 비교 방법:
- 관련 시장 지수(코스피, 나스닥 등)와 수익률 비교
- 동일 섹터 ETF와의 성과 비교
- 시장 상황(강세장/약세장)을 고려한 상대적 평가
만약 포트폴리오가 10% 상승했지만 전체 시장이 15% 상승했다면, 이는 개인의 투자 기술보다는 시장 요인이 더 컸음을 의미합니다. 기준선 설정을 통해 강세장에서의 지나친 자신감이나 약세장에서의 과도한 좌절감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3. 스스로에게 던지는 비판적 질문들
편향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려면 결과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성공 시 던져야 할 질문들:
- “이 성공에 어떤 외부 요인들이 작용했을까?”
- “같은 전략이 다른 시장 상황에서도 통했을까?”
- “운의 요소는 얼마나 컸을까?”
실패 시 던져야 할 질문들:
- “내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었나?”
- “더 잘할 수 있었던 점은 무엇인가?”
- “이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만약 성공에 대해서는 즉시 자신의 지능을 칭찬하면서, 실패에 대해서는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명백한 위험 신호입니다.
4. 운과 무작위성의 겸손한 인정
투자 결과에서 운과 무작위성이 차지하는 역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모든 승리가 순수한 기술 덕분은 아니다”라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겸손한 태도 유지 방법:
- “그 주식에서 큰 수익을 냈다” → “그 섹터가 호황이었고, 적절한 타이밍에 있었다”
-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인한 손실도 투자의 일부라는 수용
- 올바른 결정도 때로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인정
이러한 겸손한 태도는 자기 과대평가를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 마인드셋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입니다.
5. 외부 관점과 피드백 활용
자신의 투자 결정에 대해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을 듣는 것도 매우 유익합니다.
효과적인 피드백 방법:
- 신뢰하는 금융 멘토나 조언자와의 정기적 논의
- 투자 커뮤니티나 스터디 그룹 참여
- 자신의 논리를 타인에게 설명해보기
외부 관찰자들은 “그 수익이 정말 시장 랠리 덕분이 아니었나요?” 또는 “당신의 가설에 어떤 결함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라고 더 솔직하게 지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고립된 사고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장기적 관점: 성숙한 투자자로의 성장
자기귀인 편향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입니다. 우리 모두는 성공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 분야에서는 이 편향이 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들고, 무모한 자신감으로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게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소식은 이 편향을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겸손함을 유지하고, 자존심보다 진실을 추구하며,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초보자부터 경험 많은 전문가까지 모든 투자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운과 외부 요인은 항상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자기 과대평가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열쇠입니다.
시장의 상승과 하락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사려 깊고 회복력 있는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포트폴리오 수익률 개선을 넘어, 더 나은 의사결정자가 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다음 투자 결정 후에는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결과에서 내 역할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이런 작은 자기 성찰이 바로 성숙한 투자자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참고 자료: Vishal Khandelwal, “The Psychology of Investing #11: The Most Dangerous Story is the One You Tell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