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손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손실 앞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며,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투자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의 연구를 바탕으로, 투자 손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투자자들이 손실 앞에서 보이는 비합리적 행동
손실 회피 심리의 함정
투자자들은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처리하는 데 큰 심리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이 ‘패배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패턴을 살펴보면:
- 손실을 확정하는 것을 극도로 회피
- 자동 조종 모드로 투자하며 현실을 외면
- 손절매 주문을 계속해서 더 낮은 수준으로 조정
- 장부상 손실을 ‘실제 손실이 아니다’라고 합리화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손실을 인정하는 것이 주는 고통을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에서 비롯됩니다.
손절매 조정의 실체
최근 연구에서는 약 19만 명의 온라인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손절매 주문 사용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손절매 주문은 미리 정한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하면 자동으로 매도하여 손실을 제한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0달러에 매수한 주식에 15달러 손절매를 설정하면 이론적으로는 25%의 손실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연구 결과, 이미 손절매 주문을 설정한 트레이더들 중 40%가 주가 하락 시 손절매 수준을 더 낮게 조정했습니다. 15달러 → 10달러 → 7달러 50센트로 계속 낮춰가며, 결국 손실을 제한하는 대신 손실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전문 투자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펀드 매니저들의 매도 실수
일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전문 펀드 매니저들도 매도 결정에서 상당한 실수를 범합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은 잘못된 매도 결정으로 인해 연평균 0.8%의 수익률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패턴:
- 최근 상승한 승자 주식을 성급하게 매도
- 최근 하락한 패자 주식을 계속 보유
- 매도한 승자 주식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
시카고 대학의 알렉스 이마스 교수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고른 주식을 파는 대신, 포트폴리오에 다트를 던져서 다트가 꽂힌 주식을 파는 편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전문가들조차 감정적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시장 데이터로 본 투자자 행동
2022년 시장 하락기의 투자자 반응
ICI(Investment Company Institute)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3월 말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서 방향을 바꾼 이후 투자자들은 주식 뮤추얼 펀드와 ETF에서 약 800억 달러를 인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운용 자산 19.3조 달러의 단 0.4%에 불과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주가 상승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기존 포지션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 타성의 힘: 기존 투자 패턴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저항
- 자동 조종 모드: 의식적인 투자 결정 회피
- 손실 인정의 고통: 포지션 변경이 주는 심리적 부담
손실과 화해하는 실용적 방법
사전 기준 설정의 중요성
포커 챔피언 출신 인지심리학자 애니 듀크는 “손실과 친해지려면,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감정이 개입하기 전에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효과적인 사전 기준 설정 방법:
- 1. 투자 논리의 명확화: 왜 이 투자를 하는가?
- 2. 손절 조건 구체화: 어떤 상황에서 매도할 것인가?
- 3. 기준 준수 약속: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기준을 지키겠다는 다짐
비트코인 투자 사례를 통한 실전 적용
구체적인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사전 설정 기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때 비트코인이 하락한다면, 투자 논지가 틀린 것이므로 인플레이션이 5%를 넘어서면 비트코인 비중을 최소 25% 줄인다.
이 기준을 철저히 지켰다면, 이후 약 60% 하락한 비트코인 손실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핵심은 미리 정한 기준을 나중에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매도 성과 추적의 필요성
투자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보유 중인 주식뿐만 아니라 매도한 주식의 성과도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매도한 주식이 보유한 주식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인다면, 그것은 잘못된 매도 결정을 내렸다는 신호입니다.
손실 인정이 패배가 아닌 이유
장기적 관점에서의 손실 관리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매수 후 장기 보유가 올바른 전략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을 때 손실 중인 주식을 정리하는 것은 결코 패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 리스크 관리의 일환: 더 큰 손실 방지
- 자본 배분의 최적화: 더 나은 기회로의 자금 이동
- 감정적 부담 해소: 심리적 스트레스 감소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마인드셋
손실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투자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 손실을 학습의 기회로 활용
- 감정이 아닌 논리에 기반한 의사결정
- 사전에 설정한 기준의 일관된 적용
- 장기적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관리
결론: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길
투자에서 손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손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방법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 편향에서 벗어나 사전에 설정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투자 성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손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을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현명한 투자자로 성장하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시장과의 화해는 곧 자신과의 화해이며, 이것이야말로 성공적인 투자의 시작점입니다.
참고 자료: Jason Zweig, “How to Make Peace With Your Stock Market Los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