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시작: 냉전 시대의 기술적 도전
1960년대 초반, 방 하나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컴퓨터들이 과학 연구소에서 홀로 작업하던 시절을 상상해보세요. 당시 컴퓨터는 100만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가격에 특별한 용도로만 사용되는 귀중한 자원이었습니다.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연구자들이 미리 약속을 잡고 전화선을 통해 일일이 연결해야 했죠.
미국 정부는 냉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만약 핵공격으로 일부 통신선이 끊어져도 계속 작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했던 것입니다.
세 가지 네트워크 구조의 비교 분석
엔지니어들은 세 가지 네트워크 구조를 검토했습니다.
- 중앙집중형 방사형 네트워크는 하나의 중앙 컴퓨터가 모든 다른 컴퓨터와 연결된 구조입니다. 효율적이지만 중앙 컴퓨터가 손상되면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 분산형 허브 네트워크는 여러 개의 허브가 각각 방사형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서로 연결된 구조입니다. 중앙집중형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허브가 손상되면 해당 구역의 통신이 끊어지는 문제가 있었죠.
- 메시(Mesh) 네트워크는 모든 컴퓨터가 여러 다른 컴퓨터와 직접 연결된 구조입니다. 일부 컴퓨터나 연결선이 손상되어도 대안 경로를 통해 통신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구조였습니다.
폴 바란의 혁명적 아이디어: 뜨거운 감자 네트워킹
1962년, 랜드 코퍼레이션의 엔지니어 폴 바란은 혁신적인 “뜨거운 감자 네트워킹”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메시지를 작은 조각들로 나누어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란의 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컴퓨터 A가 B에게 긴 메시지를 보낼 때, 전체 메시지를 여러 개의 작은 “감자”로 나눕니다. 각 감자에는 순서 번호와 목적지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죠. 중간 컴퓨터들은 이 감자들을 뜨거운 감자를 다루듯 빠르게 다음 컴퓨터로 전달했습니다.
이 방식의 천재성은 유연성에 있었습니다. 일부 경로가 막혀도 감자들은 다른 경로를 통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고, 도착한 후에는 순서 번호에 따라 원래 메시지로 재조립되었습니다.
빈튼 서프의 기여: 안정성을 높인 TCP 프로토콜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튼 서프는 바란의 아이디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패킷이 손실될 경우 수신 컴퓨터가 발신 컴퓨터에게 재전송을 요청할 수 있는 “전송 제어 프로토콜(TCP)”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마치 편지를 보낸 후 받는 사람이 “3번째 편지를 못 받았어요”라고 알려주면 발신자가 해당 편지만 다시 보내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이 프로토콜 덕분에 인터넷은 신뢰성 있는 통신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팀 버너스-리와 월드 와이드 웹의 탄생
1990년경, 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는 동료들과 연구 결과를 더 쉽게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버너스-리는 컴퓨터가 “페이지”라는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고, 이 페이지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텍스트, 이미지, 그리고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이 시스템을 그는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URL(Uniform Resource Locator) 개념이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컴퓨터든 쉽게 지정할 수 있는 주소 체계였죠. 오늘날 우리가 웹사이트 주소에서 보는 “www”는 바로 이 원래 이름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 5달러 컴퓨터가 만든 혁명
지난 20년간 일어난 변화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예전에 100만 달러가 넘었던 방 크기의 컴퓨터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 칩이 이제 5달러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이죠.
이러한 가격 혁명 덕분에 수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렸습니다. 스마트 온도조절기는 온도 센서로 집안을 감시하고 난방 시스템을 제어하며, 보안 카메라는 현관을 지키고, 심지어 냉장고도 내부 카메라로 우유가 떨어진 것을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보냅니다.
연결된 세상의 미래
폴 바란이 1962년에 “뜨거운 감자”라고 부른 작은 아이디어가 오늘날 전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성장했습니다. 유튜브의 동영상부터 인스타그램의 사진, 틱톡의 짧은 클립까지, 모든 것이 바란과 서프, 버너스-리가 개발한 동일한 프로토콜을 사용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어떻게 발전할까요?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새로운 기술들이 이 견고한 기반 위에서 꽃피우고 있습니다. 1960년대 연구자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연결된 세상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동안 몇 개의 인터넷 연결 기기를 사용하셨나요?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 TV부터 시작해서, 어쩌면 스마트 워치, 무선 이어폰, 심지어 스마트 전구까지. 우리는 이미 폴 바란이 꿈꾼 완전히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The Conversation, “What exactly is the internet? A computer scientist explains what it is and how it came to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