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가 경고하는 호황 뒤 숨겨진 위험 신호 – ‘탄광의 바퀴벌레’

0

투자 전설 하워드 막스는 그의 최근 메모에서 흥미로운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JP모건 체이스 회장 제이미 다이먼의 말을 인용하며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아마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여기에 탄광 속 카나리아의 비유까지 더해지면서, 금융 시장의 위험 신호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합니다. 지난 16년간 거의 중단 없는 경제 성장과 시장 상승 속에서 우리는 과연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을까요? 최근 발생한 일련의 파산 사건들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더 큰 문제의 전조일까요?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균열

2024년 가을, 금융 시장에 충격적인 소식들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와 중고차 판매 및 서브프라임 대출 기관 트라이컬러(Tricolor)가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두 회사 모두 사기 혐의가 제기되었다는 점입니다.

퍼스트 브랜드는 여러 건의 대출에 동일한 미수금을 담보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았고, 트라이컬러는 신용 점수나 운전면허가 없는 구매자에게까지 대출을 제공하며 자동차 소유권 없이 차량을 판매하는 등 불법 행위로 적발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0월에는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가 차용인들의 명백한 허위 진술로 인해 5천만 달러 감가상각을 감수해야 했고,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상업용 부동산 차용자를 상대로 사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통신 회사 브로드밴드 텔레콤과 브리지보이스 역시 조작된 미수금을 근거로 자금을 차입한 뒤 파산했습니다.

한두 건이라면 예외적 사례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섯 건이 연달아 터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일부 대형 대체 자산 운용사의 주가는 10월 16일 하루에만 5~7%나 급락했습니다.

반복되는 시장 심리의 롤러코스터

하워드 막스가 강조하는 핵심은 ‘위험에 대한 태도의 사이클’입니다. 증권 가격이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크게 변동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위험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극단적으로 요동치기 때문입니다.

호황기의 위험한 낙관론

경기가 좋고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위험은 나의 친구다.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모호한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부정적인 신호는 쉽게 무시됩니다. 손실 가능성은 의식에서 사라지고, 오히려 수익 기회를 놓치는 것이 주된 걱정거리가 됩니다.

투자자들은 철저한 실사보다 공격적인 입찰에 더 집중합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가 되면서 투자 기준은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2007년 하워드 막스는 이를 “바닥을 향한 경주(The Race to the Bottom)”라고 표현했습니다.

불황기의 과도한 공포

하지만 결국 경기는 침체되고, 기업 수익은 감소하며, 시장은 폭락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위험 감수는 돈을 잃는 방법일 뿐이야. 다시는 안 할 거야.

부정적인 측면은 과장되고 긍정적인 측면은 무시됩니다. 진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위험 회피 성향이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맨체스터 은행가 존 밀스는 1865년에 이미 통찰력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공황은 자본을 파괴하지 않는다. 공황은 단지 자본이 절망적으로 비생산적인 사업으로 배신당하여 이전에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한 “잘못된 투자”는 호황기에 만들어지고 불황기에 드러납니다. 이것이 금융계의 위대한 격언 “최악의 대출은 최고의 시기에 이루어진다”가 의미하는 바입니다.

호황이 만들어내는 ‘좋은 횡령’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그의 저서 “대공황 1929″에서 소개한 개념 중 하나가 “횡령(Embezzlement)”입니다. 간단히 말해, 사기꾼이나 횡령범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부로 인해 수혜자들이 발각되기 전까지 기분 좋게 지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찰리 멍거는 호황기가 낮은 수준의 신중함을 유발하여 “좋은 횡령”에 필요한 조건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의 설명처럼, 호황기에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신뢰하며 돈이 풍부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횡령률이 증가하고 적발률은 감소합니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돈이 가물고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감시됩니다. 감사는 예리하고 꼼꼼해지며, 상업적 도덕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횡령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시장 자체가 부정직한 것은 아니지만, 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사기꾼들을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사기꾼들은 실사 활동이 위축되고 자금 조달이 쉬운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퍼스트 브랜드의 교훈

퍼스트 브랜드 파산 사건은 신용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비가계용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로, 2024년 9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사모 신용 시장에서 대출인이 연루된 최초의 대규모 파산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부외금융 구조

퍼스트 브랜드의 문제는 주로 매출 채권에 대한 차입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팩토링(Factoring)”이라고 불리는 이 관행은 제조업체가 소매업체 고객에게 신용으로 상품을 배송하고, 발생한 매출 채권을 금융기관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퍼스트 브랜드가 소매업체로부터 받은 대금을 직접 금융기관에 전달하는 대신, 자사를 경유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동일한 미수금을 여러 번 매각하고, 일부 대금을 유보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외금융의 규모였습니다. 파산 신고를 통해 총 채무가 116억 달러(93억 달러의 부채 포함)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는 7월 자금 조달 과정에서 공개된 59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였습니다. 채권자 측 변호사는 23억 달러가 “그저 사라졌다”고 표현했습니다.

놓칠 수 없었던 위험 신호들

오크트리 캐피털의 조사 팀은 파산 신청 이전에 이미 여러 위험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 운영 경력이 겨우 6년인데 연매출이 50억 달러에 달함
  • 언론 노출이 거의 없는 개인이 회사를 지배함
  • 부정 행위 혐의를 포함한 상당한 소송 이력
  •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이익률 보고
  • 다수의 M&A로 인한 복잡한 기업 구조
  •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

이러한 신호들은 개별적으로는 결정적이지 않지만, 모자이크처럼 조합하면 명확한 그림이 드러납니다. 오크트리는 소규모 포지션만 보유하고 있었고, 초기 조사를 통해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핵심 교훈

하워드 막스는 이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제시합니다.

첫째, 채무 불이행은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해에도 전체 채권의 2% 이상이 채무 불이행을 경험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훨씬 더 높아집니다. 수익을 위해 고의로 신용 위험을 감수하는 사업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둘째, 경기가 좋을 때의 대출 기준 하락이 문제입니다.
호황기의 과신과 무관심은 채무 불이행률 증가와 사기를 초래합니다. 자금 활용 의지와 신중함 사이의 균형을 항상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뛰어난 신용 분석은 2차적 사고의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고 더 나은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며, 정보와 추론의 모자이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신용 결함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큰 이점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동시에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면 이미 시장 가격이 이를 반영하여 너무 늦습니다.
넷째, 공공 부채가 사적 부채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신용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경우 더 쉽게 상환할 수 있는 공공 부채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앞으로를 대비하는 자세

지난 16년은 전반적으로 좋은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하워드 막스는 앞으로의 시기가 호황기에 저질러진 실수들이 드러나면서 더욱 “흥미로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사기 사건들이 대출 기관과 투자자들을 징계하여 경계심을 고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달, 어쩌면 몇 년 안에 더욱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기억하세요.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을 가지고 반복된다.

금융 시장의 심리 사이클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패턴을 이해하고, 철저한 조사와 신중한 태도로 위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았다면, 아마 더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한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길입니다.

참고 자료: Howard Marks, “Cockroaches in the Coal Mine” (2025. 11. 06)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