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돈과 시간을 잃는 진짜 이유

부자가 가난해지는 진짜 경로

1998년, 스타트업 매각으로 갑작스럽게 큰 재산을 얻게 된 폴 그레이엄은 예전에 해본 적 없는 고민에 직면합니다. 바로 “이 돈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부자가 몰락하는 이유를 과도한 소비로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극적으로 묘사되는 장면들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대부분의 재산은 펑펑 쓰는 데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잘못된 투자로 인해 무너집니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사치품에 돈을 쓸 때 우리는 방탕하고 사치스럽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스스로 힘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면 자기만족을 쫓다가 곤경에 처한다는 교훈을 이미 몸으로 익힌 상태입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쓴다 해도, 평범한 소비 습관을 가진 사람이 ‘와,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네’라는 생각 없이 수만 달러 이상을 날려버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투자는 이러한 경고음을 무력화시킵니다.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파생상품 같은 것에 손을 대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만 달러를 잃을 수 있습니다. 비싼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이 ‘이것은 좋은 투자입니다’라고 포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 낭비의 가장 위험한 형태

폴 그레이엄이 발견한 더 놀라운 사실은 시간을 잃는 상황이 돈을 잃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위험한 방법은 즐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가짜 업무(fake work)’를 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어느 날 아침 소파에 앉아 온종일 TV만 본다면 어떨까요? 아마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루 종일은커녕 2시간만 TV를 봐도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DNA에 깊이 새겨진 경고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가 저물고 나서 ‘오늘 무슨 일을 했지?’라고 자문했을 때 대답이 ‘사실상 아무것도’인 날들입니다. 이런 날도 기분은 좋지 않지만, TV 시청으로 하루를 보낸 것만큼 절망적이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처리를 생각해보십시오. 책상에 앉아서 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복잡한 세상 속 새로운 경고 시스템의 필요성

수렵 채집 사회와 모든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는 단순히 쾌락을 멀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본성과 교육을 통해 자기만족을 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이제 가장 위험한 함정은 겉으로는 올바른 행동을 모방하여 자기만족에 대한 우리의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행위들입니다. 더 끔찍한 것은 심지어 재미도 없다는 점입니다.

과소비를 막는 경고 시스템은 우리의 DNA에 깊이 새겨져 있을 만큼 본능적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투자를 막는 시스템은 학습해야 하며, 때로는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직관과 상반되기까지 합니다.

돈과 시간, 두 자산을 지키는 법

결국 해법은 새로운 경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까다로운 작업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합니다.

돈을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다룰 때도 단순히 쾌락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짜 일인지, 아니면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짜 업무인지 구별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투자가 진짜 자산을 늘리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옮겨놓는다는 환상 속에서 실제로는 재산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폴 그레이엄의 통찰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명백히 나쁜 행동이 아니라, 좋은 행동처럼 위장한 해로운 습관들입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본능적 경고 시스템을 교묘하게 우회하면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돈과 시간을 조용히 앗아갑니다.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했습니까? 그리고 여러분의 돈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