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쫓기듯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고 계시나요?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 바로 책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서 요법(Bibliotherapy)’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유의 도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독서 요법이란 무엇인가?
독서 요법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 치유와 자기 성찰을 돕는 심리치료 기법입니다. 15년간 고객들에게 독서 요법을 처방해온 에멀리 럼블 임상 사회복지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멈추고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다”며 독서가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뉴욕시 퀸스 칼리지에서 독서 요법 강의를 하고 있는 럼블은 『Bibliotherapy in the Bronx』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독서가 일과 타인을 돌보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을 제공하며, 개인적인 통찰을 얻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감정의 신호를 읽어내는 독서의 힘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감정 반응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럼블에 따르면, “책을 읽는 동안 어떤 감정이 떠오른다면, 그 안에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등장인물에게 강한 감정적 연결을 느낀다면 이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왜 그 인물에게 끌리는지,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는지 성찰해보면 자신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럼블은 독자들에게 독서 일기를 쓸 것을 권합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과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은 자기 이해를 깊게 하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독서는 또한 우리의 편견을 깨뜨리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마도 내가 어떤 것을 흑백 논리로 생각하고 있거나, 조금 과장해서 재앙화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럼블은 말합니다.
가끔 우리는 우리의 시각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읽습니다.
특히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자신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며, 모두가 비슷한 사회적 문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회적 병폐의 영향을 받지만, 그 정도나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사람들이 덜 외로움을 느끼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치료 현장에서의 독서 요법
독서 요법은 개인적인 성찰을 넘어 전문적인 치료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치료사들은 환자들에게 학습과 치유의 수단으로 책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럼블은 “전통적인 대화 치료는, 치료사가 매우 개인적인 질문이나 트라우마 경험에 대해 묻는 것이 매우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며, “그것을 허구의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때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다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책이 환자와 치료사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어려운 주제에 대해 더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입니다.
나만의 독서 스타일 찾기
효과적인 독서 요법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독서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 소설, 공상 과학, 전기, 로맨스, 청소년 소설 등 어떤 장르를 좋아하든 상관없습니다. 지역 도서관이나 Goodreads 같은 사이트가 좋은 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독서에 사용하는 기기 역시 개인의 선택입니다. 오디오북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종이책이나 전자책 리더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읽는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목표보다 중요한 것: 천천히 즐기기
2022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평균 독서량은 지난해 12.6권으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럼블은 일주일이나 한 해 동안 읽을 책의 수를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읽고 있는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느리게 읽는 것의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럼블은 최근 두 달 동안 이마니 페리의 『Black in Blues』를 읽으며, 블루스 음악을 들었고 페리가 언급한 다른 책들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때가 바로 독서가 정말 즐거워지는 순간인 것 같아요. 텍스트와의 교감뿐만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즐기면서 읽는 것이죠.
책으로 떠나는 마음의 여행
카라 알라이모 교수는 21세기 가족과 일의 의무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에이브러햄 버기즈의 『The Covenant of Water』를 통해 20세기 초 인도 남부로 도피한다고 말합니다. 따뜻하고 물로 둘러싸인 곳, 공기에 자스민 향이 가득한 그곳은 그녀가 정말 필요로 했던 휴식을 제공해주었습니다.
힘든 겨울에는 글리니스 맥니콜의 『I’m Mostly Here to Enjoy Myself』를 읽으며 싱글로서 파리를 가상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책은 물리적 이동 없이도 마음의 여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술과 삶을 연결하는 독서의 마법
독서의 진정한 힘은 책 속 내용이 실제 삶과 연결될 때 발휘됩니다.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을 때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과 조 피아자의 『The Sicilian Inheritance』를 읽거나, 도나 타트의 『The Goldfinch』를 읽고 딸들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고대 이집트 유물에 매료되는 경험처럼 말입니다.
이런 경험들은 독서가 단순한 문자의 해석을 넘어 우리의 감각과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종합예술임을 보여줍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독서,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독서 요법은 특별한 기술이나 비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관심 있는 책 한 권과 조용한 시간,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됩니다.
책을 읽으며 느끼는 모든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해보세요. 독서는 도피, 휴식, 그리고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CNN, “Why reading is a form of thera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