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지의 기자 출신인 올리버 버크먼은 삶에 도움이 되는 글을 주로 쓰는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그가 그동안 쓴 칼럼들 중에서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4000주“라는 책인데, 이 책에는 시간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옛 소련의 실패한 효율성 실험
옛 소련은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대규모의 사회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적 관리법으로 유명한 미국의 윈즐로 테일러에게서 영감을 얻어, ‘과학 경영’을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스탈린의 수석 경제학자였던 유리 라린은 1929년에 공장들을 1년 내내 쉬지 않고 매일 가동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1주일을 주7일에서 주5일로 바꾸고, 노동자에게는 매주 하루의 휴식을 제공했는데, 국가 전체가 5개 조로 돌아가면서 쉬는 것을 구상한 것이었습니다.
유리 라린은 이 방법이 사회시설의 혼잡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사회가 엉망이 되었고 결국 1940년에 폐지되어 버렸습니다.
이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요? 이 정책으로 인해 부부와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같은 날 모여 앉아 휴식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할 일을 효과적으로 포기하는 방법
이메일 답장 빨리하지 않기
만약 이메일을 받았을 때 빠르게 회신한다면 더 많은 이메일을 받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겁니다. 이는 이메일을 보낸 사람이 처음 답장을 보낸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효과를 효율성의 함정 또는 골대 이동 효과라고 합니다.
여기서 골대 이동 효과란 목표가 끝없이 변경되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공평해지는 것을 뜻하는데, 2009년 덴마크의 한 골키퍼가 상대방 보다 유리하기 위해 골대를 몰래 이동시킨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속이지 않기
많은 사람들이 “아 이번 주만 끝나면 월급이 들어와.”, “아 이 발표만 하면 휴가를 갈 수 있어”, “아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승진할 수 있을꺼야.”, “아이 등교 시키고 커피 한잔 해야지.”와 같은 생각과 함께,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주어진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인생의 4000주라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특정한 결과에 대해 보상을 기대하면서 삶을 흘려 보내는 것을 ‘도구주의적 삶’이란 말로 표현하는데,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를 ‘퇴락’이란 말로 꼬집기도 했습니다. 즉 중요하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분주함 때문에 다가오는 죽음을 외면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모습에 일침을 날린 것입니다.
남들은 잊고, 나에게 집중하기
포모는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그 사람들이 하는 일에 끼지 못하면,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하고, 남들이 여행을 가니까 나도 가야하고, 남들이 자녀를 좋은 학원에 보내니까 우리 아이도 보내야 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포모라는 용어는 1996년에 마케팅 전략가인 댄 허먼이 정립했다고 하는데, 이와 반대되는 말로 조모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조모는 남들과는 무관하게, 현재를 즐기고 순간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뜻하는 말입니다.
나를 만날 시간 확보하기
나에게 주어진 4000주를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내느냐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모아지는데, 주어진 선택지에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버크먼은 다음과 같이 조언합니다.
- 나에게 먼저 투자해라.
- 남들을 만나는 것처럼 나를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라. 열심히 일하고 자녀를 잘 키우면 언젠가 어느 먼 미래에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찾아온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오늘의 일정표에도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적어보라.
- 할 일을 제한해라.
-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할 일 목록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포기하지도 않은채 미루고 미루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미루는 것이 포기하는 것 보다 못하다. 딱 세 가지 일만 선택해서 그 중 하나를 끝까지 끝낼 때까지 다른 일을 하지 말아라.
선택과 집중에 대한 버핏의 교훈
다음은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관련된 우화입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10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를 보유한 버핏에게 비행기 조종사가 한 질문과 그 대답으로,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조종사:
-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셔서 부자가 되셨나요?
- 버핏:
- 인생에 있어 가장 원하고 희망하는 것 25개를 먼저 정해보세요.
- 조종사:
- 25개를 동시에 바로 실천하면 되나요?
- 버핏:
- 절대 아닙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20개를 당장 버리세요!
물론, 워런 버핏이 정말로 이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중간 우선순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성공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이 단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하는 자세이고, 이를 위해 그냥 하고 싶은 수많은 일들을 용감하게 잘라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주어진 일들을 모두 다 처리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일을 매우 신중하게,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치지 않는 습관 만들기
우리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지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이를 위해 체력을 키우고, 공부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또 이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다음의 몇 가지 원칙이 도움이 될겁니다.
- 제1원칙
- 아침 시간을 확보할 것
- 제2원칙
- ‘Be Present’. 지금 하는 일에 100% 몰두할 것
- 제3원칙
- 해야 할 일 리스트(To Do List)를 만드는 대신 캘린더(날짜)에 기록할 것
- 제4원칙
- 하루 단위가 아니라 연 단 위로 길게 생각할 것
- 제5원칙
- 인생을 길게 보고 라이프타임 주기로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할 것
예를 들어 지금 당장은 힘들고 졸립지만, 그냥 누워서 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운동을 시작하면 일단 기분이 뿌듯해 집니다. 나 자신을 이겼다는 사실과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것이죠. 무엇보다도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과,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지만, 내 몸만큼은 내 맘대로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팁
버크먼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팁을 제시했습니다.
1. 할 일 목록을 두 개로 만들기
목록을 ‘열린 목록’과 ‘닫힌 목록’으로 만들어 보세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쭉 나열한 ‘열린 목록’을 만든 후, 이중에서 꼭 해야 할 중요한 10가지의 일만 ‘닫힌 목록’에 넣는 방법입니다. 즉 내가 해야 할 일은 ‘닫힌 목록’에 있는 것들이고, 따라서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을 딱 10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닫힌 목록’에 있는 일 하나를 해치웠다면, ‘열린 목록’에 있는 일 한 가지를 다시 ‘닫힌 목록’으로 이동시키면 됩니다.
2. 업무 시간 미리 정해두기
업무를 할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정한 일을 어떻게 해서든 2시~6시에 끝내겠다고 결심을 하면, 그 시간에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이렇게 시간을 정해두고 일을 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3. 완료한 일은 다시 메모하기
끝낸 일을 다시 적는 것은 일종의 보상과도 같습니다. 성취한 일들을 적다보면 하루를 얼마나 건설적으로 보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는 나 스스로에게 “나는 정말 오늘 열심히 했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4. 스마트폰 흑백으로 바꾸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버크먼은 소셜미디어를 삭제하고, 스마트폰을 흑백 모드로 전환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 스마트폰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5. 일상에서 새로움 찾기
무언가 새로운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자녀가 있거나, 직업이 있거나, 학교에 가야하는 경우라면 새로움을 찾는 것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방법을 쓸 수 있는데, 평소와는 다른 길로 출근을 해 본다든지, 길가의 꽃이나 새를 관찰하고,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6.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거나, 스마트폰과 같은 ‘사물’을 만지지 않는 방법 만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