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역사가 증명하는 거품의 필연성

0

여러분은 혹시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반복되는 이 말은 사실 금융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신호 중 하나입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A Short History of Financial Euphoria”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모든 금융 거품은 놀랍도록 일관된 패턴을 보이며, 이는 인간의 본성 그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거품 형성의 3대 필수 요소

1. 새로운 혁신의 등장

모든 투기적 열풍의 시작에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습니다. 18세기 미시시피 거품의 존 로는 루이지애나의 무한한 금광을 약속했고, 1720년 사우스 씨 거품은 아메리카 대륙과의 독점 무역권으로 투자자들을 매혹시켰습니다. 1990년대 닷컴 열풍에서는 인터넷이라는 혁신 기술이, 2000년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는 ‘주택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새로운 믿음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혁신은 반드시 기술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금융 혁신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죠. 1929년 대공황 직전 등장한 투자신탁, 1980년대 정크본드, 2000년대 각종 파생상품들이 그 예입니다. 문제는 이런 혁신들이 실제로는 ‘생각보다 혁신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2. 부채라는 가속 페달

모든 거품에는 레버리지가 뒤따릅니다. 1920년대 플로리다 부동산 거품에서는 단 10%의 계약금만으로 땅을 살 수 있었고, 1929년 주식시장에서는 7-15%의 증거금만으로 주식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미시시피 거품에서 존 로는 지폐를 무제한 발행하며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했죠.

부채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시켜 주지만, 동시에 하락장에서 파괴력을 배가시키는 양날의 검입니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작은 가격 변동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3. 불가피한 붕괴

역사상 모든 거품은 예외 없이 붕괴로 끝났습니다. 미시시피 거품은 예금 인출 사태로, 사우스 씨 거품은 주가가 1,000파운드에서 128파운드로 급락하며, 1929년 대공황은 주식시장 대폭락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한때 천재로 불리던 설계자들은 하루아침에 사기꾼이 되었고, 새로운 규제와 규칙이 쏟아져 나왔죠.

인간 심리의 치명적 약점

금융 기억상실증

갤브레이스가 지적한 가장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금융 기억상실증’입니다. 금융 분야만큼 역사를 경시하는 영역도 드물다는 것이죠. 새로운 세대는 항상 자신들이 부를 가져다줄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며 등장합니다.

과거의 경험은 단순히 “구식 사고”로 치부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1990년대 닷컴 열풍 당시 “수익성 같은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말이 횡행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2000년대 부동산 거품 때도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돈과 지능의 착각

더욱 위험한 것은 우리가 돈을 지능과 연결시키는 경향입니다. 거품 형성기에 큰 돈을 번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그들의 말은 진리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이런 “천재”들이 거품 붕괴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거품의 진화

초기 거품들: 1700-1800년대

미시시피 거품(1716년)과 사우스 씨 거품(1720년)은 현대적 금융 거품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존 로의 미시시피 컴퍼니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루이지애나의 금광을 담보로 주식을 발행했고, 그 수익금으로 정부 부채를 갚으며 더 많은 지폐를 발행하는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아이작 뉴턴조차 사우스 씨 거품에 휘말려 큰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은 인간의 탐욕과 군중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죠.

미국의 반복되는 패턴

미국 역사상 1751년, 1810년, 1819년, 1857년, 1907년 등 주기적으로 거품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교통 혁신과 관련된 거품들이 인상적입니다. 1837년 운하 주식 거품과 1873년 철도 주식 거품은 모두 새로운 교통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20년대 플로리다 부동산 거품은 현대 부동산 거품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해변에서 10마일 떨어진 습지도 “해변가 부동산”으로 둔갑했고, 가격이 몇 주 만에 두 배로 뛰자 아무도 실제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의 거품들: 기술과 금융의 만남

1960년대 성장 뮤추얼 펀드, 니프티-피프티(당시 우량주 50개), 1970년대 리츠(REITs), 1980년대 정크본드와 S&L 위기, 1990년대 일본 주식시장과 닷컴 열풍, 2000년대 주택시장 거품까지… 거품의 소재는 시대에 따라 변했지만 본질적 패턴은 동일했습니다.

현재에도 반복되는 패턴

오늘날 우리는 어떤 거품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암호화폐, AI 주식, 밈 주식, 각종 테크 스타트업… 새로운 기술과 금융 혁신을 둘러싼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혁신들이 모두 가짜라는 게 아니라, 그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갤브레이스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자산이든 열광할 이유를 쉽게 찾아내고,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가격 상승 그 자체가 이유가 됩니다. “가격이 오르니까 좋은 투자”라는 순환논리 말이죠.

투자자로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패턴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거품의 징후를 인식하고 그에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다음번에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을 들으시면, 갤브레이스의 말을 떠올려 보세요. 도취감에 빠진 시장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역사의 교훈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The Common Traits in Every Bubble”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