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보다 한 대 적게 만드는 페라리의 희소성 경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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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률을 기록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놀랍게도 그 답은 페라리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페라리 CEO가 “우리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도 만드는 명품 회사”라고 정의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닙니다. 페라리가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경영 철학이며, 오늘날 무한 성장에 매몰된 기업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엔초 페라리의 희소성 원칙: 시장 수요보다 한 대 적게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세운 원칙은 명확합니다. “페라리는 항상 시장 수요보다 한 대 적게 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페라리의 DNA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 점유율 확대와 매출 증대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페라리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합니다. 의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여 희소성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규모 vs 수익성: 숫자로 보는 페라리의 성공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페라리 전략의 위력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페라리의 성과:

  • 판매량: 6만 대 미만
  • 평균 가격: 45만 달러 이상
  • 순이익률: 약 23%

도요타의 성과:

  • 판매량: 5,200만 대 이상
  • 평균 가격: 3만 2천 달러
  • 순이익률: 6% 미만

GM의 성과:

  • 판매량: 약 3,000만 대
  • 평균 가격: 5만 1천 달러
  • 순이익률: 6% 미만

매출 규모만 보면 도요타와 GM이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한 반면, 페라리는 300억 달러 미만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페라리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이는 주가 성과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같은 기간 페라리 주식은 경쟁사들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이익률이 중요하다.

성장의 함정: 버버리가 보여준 교훈

페라리의 성공 사례와 대조적으로,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글로벌 성장에 집착하다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인해 명품 이미지가 희석되었고, “너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새로운 CEO는 이제 가장 야심찼던 전략들을 정리하며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에 집중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축하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결국 페라리 모델로의 회귀를 선택한 셈입니다.

벤처 캐피털의 ‘위관 영양’ 현상

오늘날 벤처 캐피털 업계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벤치마크 캐피털의 빌 구를리가 지적한 “위관 영양(gavage)” 현상입니다.

위관 영양이란 프랑스에서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오리의 위에 관을 삽입해 강제로 먹이를 넣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를리는 현재 벤처 캐피털들이 기업에 자본을 강제로 투입하는 방식이 이와 유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과도한 자본 투입의 부작용

이러한 현상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 역량 범위를 벗어난 투자: 기업들이 자신의 핵심 역량과 무관한 분야에 무리하게 진출
  • 미완성 제품의 조기 출시: 시장 진입 준비가 되지 않은 제품을 서둘러 출시
  • 조직 규율의 해이: 풍부한 자본으로 인한 효율성과 책임감 저하

구를리는 이를 “모든 기업이 홈런만을 노리게 만드는” 현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작은 규모와 중간 규모의 성공이 사라지고, 오직 “그랜드 슬램”만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강제로 투입된 자본이 기업들이 자본 배분에 있어 덜 규율 있게 만들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벤처 및 사모펀드에 부정적인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사모펀드 시장의 새로운 도전

이미 풍부한 자본이 유입된 사모 시장에는 더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수동적 투자의 선두주자였던 뱅가드가 대안 투자 세계에 진출하고, KKR은 비인증 투자자들을 위한 대안 상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도 반복된 패턴입니다:

  • 1980년대: 401(k) 도입 후 뮤추얼 펀드 열풍
  •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붕괴 후 헤지펀드 열풍
  •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펀드 열풍
  • 10년간의 원자재 가격 급등기: 에너지 펀드 열풍

각 경우마다 과도한 자본 유입이 성과에 부담이 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페라리식 접근법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사모펀드 전체를 피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입니다. 버버리나 언더아머의 실패를 이유로 소매업체 투자를 포기했다면, 에르메스나 코스트코 같은 성공 사례를 놓쳤을 것입니다.

더 나은 전략은 페라리와 같은 수준의 성과를 목표로 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즉,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시장 수요보다 하나 적은 성과”에 집중하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펀드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게 만들어 더 많이 얻는 지혜

페라리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차를 만들기 때문이 아닙니다. 희소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다 우선시하는 철학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성장과 규모에만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페라리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때로는 더 적게 만들고, 더 적게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투자나 사업에서 페라리의 희소성 원칙을 적용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무조건적인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Collaborative Fund, “Ferrari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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