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돈이 시장을 움직이는 광기와 공황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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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정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열광과 몰락, 광기와 공황의 사이클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이죠. 오늘은 이러한 금융 시장의 순환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멍청한 돈(stupid money)’의 개념과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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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돈의 탄생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월터 베이지핫(Walter Bagehot)은 1856년, 약 136년 전에 발생했던 사우스시 거품 사건을 분석하며 명쾌한 통찰을 남겼습니다.

아주 많은 멍청한 사람들이 아주 많은 멍청한 돈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때가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은 금융 역사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현상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이지핫이 말한 ‘멍청한 돈’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멍청한 돈의 본질: 지식 없는 자본의 위험성

멍청한 돈은 단순히 어리석게 투자되는 자금이 아닙니다. 이는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지식 없이 움직이는 자본을 의미합니다. 베이지핫은 이러한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저축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저축하는 능력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능숙하게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심사숙고하지만, 그 방법을 모릅니다.

여기서 핵심은 돈을 모으는 능력과 그 돈을 현명하게 운용하는 능력이 완전히 별개라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 자본을 축적하지만, 그 자본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부족합니다.

눈먼 자본의 현대적 예시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주가 폭등 사태는 현대판 ‘멍청한 돈’ 현상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액 투자자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하면서, 기본적인 재무 분석이나 사업 전망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이 사태 중 22세 대학생 마이클은 학자금 대출금 5,000달러를 게임스톱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그는 주식 투자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손실은 일시적이고 수익은 영원하다”라는 밈(meme)에 영향을 받아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주가가 잠시 20배 이상 폭등했을 때 그는 “나도 이제 금융을 이해했어!”라며 더 많은 투자를 고려했지만, 결국 주가가 급락하며 대부분의 투자금을 잃었습니다.

이 사례는 베이지핫이 150년 전에 경고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투자 지식 없이 움직이는 자본이 시장에 유입될 때 위험한 거품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똑똑한 돈이 멍청해지는가: 인간 본성의 역할

흥미로운 점은 심지어 투자 지식이 있는 사람들도 특정 상황에서는 ‘멍청한 돈’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이지핫은 이런 현상이 인간 본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설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의 경험입니다. 그는 닷컴 주식으로 큰 수익을 본 후, 자신의 원칙을 어기고 거품의 정점에서 다시 닷컴 종목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나중에 이 실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벌어 빠르게 부자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엄청난 자극이 됩니다. 나는 이 자극에 굴복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 특히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는 심지어 가장 숙련된 투자자도 일시적으로 ‘멍청한 돈’으로 변모시킬 수 있습니다.

멍청한 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광기와 공황의 순환

멍청한 돈이 많아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베이지핫은 그 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이 돈은 집어삼킬 누군가를 찾고 있으며, 그곳에 ‘과잉’이 생깁니다. 이 돈은 누군가를 찾고 있고, 그곳에 ‘투기’가 발생합니다. 이 돈이 집어삼켜지면, 그곳에 ‘공황’이 생깁니다.

이는 금융 시장의 순환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과잉(Excess): 투자할 곳을 갈망하는 돈이 쌓이면서 시장에 과잉 유동성이 형성됩니다.
  • 투기(Speculation): 이 자금이 기본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투기로 이어집니다.
  • 공황(Panic): 결국 거품이 터지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대량 매도를 시작합니다.

역사적 사례: 300년의 교훈

사우스시 거품은 정확히 300년 전인 1720년에 터졌습니다. 당시 영국의 사우스시 회사(South Sea Company)는 남미 무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받았고, 투자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며 회사 주식에 열광했습니다.

아이작 뉴턴조차 이 거품에 휩쓸려 오늘날 가치로 약 3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버블, 2008년 금융 위기, 최근의 암호화폐 열풍까지 – 멍청한 돈이 주도하는 광기와 공황의 사이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황 속의 멍청한 돈: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는 위험

멍청한 돈은 거품이 형성될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공황 상태에서도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주가가 80% 하락했다가 이전 고점을 회복한다는 희망적인 상승으로 시작됩니다. 이러한 희망이나 절박함이 멍청한 돈을 낳습니다.

이는 ‘떨어지는 칼날 잡기(catching a falling knife)’라고 불리는 위험한 투자 행위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 바닥이니 매수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더 큰 하락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2022년 테크 주식의 하락

2022년 초, 테슬라와 메타(전 페이스북) 같은 대형 테크 주식들이 급락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소매 투자자들이 “좋은 매수 기회”라며 서둘러 투자했습니다. 35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제임스는 메타 주식이 30% 하락했을 때 “이제 바닥이다”라고 판단하고 퇴직 연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메타 주식은 그 후로도 계속 하락해 결국 초기 가격의 70% 이상을 잃었습니다. 제임스의 사례는 베이지핫이 경고했던 공황 상태에서의 멍청한 돈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 종종 절박함이나 과도한 낙관으로 인해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멍청한 돈의 함정을 피하는 방법

베이지핫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해결책은 명확했습니다:

진정한 방법은 100파운드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음을 대법관이 만족할 만큼 증명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100파운드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엄격한 규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멍청한 돈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요?

  • 투자 교육에 투자하라: 주식을 로또처럼 취급하지 마세요. 투자하기 전에 기본적인 재무 지식과 투자 원칙을 배우세요.
  • FOMO를 인식하고 통제하라: 다른 사람들이 빠르게 부자가 되는 것처럼 보일 때 느끼는 감정을 인식하고, 이것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세요.
  • 계획을 세우고 고수하라: 시장의 광기와 공황에 휩쓸리지 않도록 투자 계획과 원칙을 세우고 이를 고수하세요.
  • 과거의 거품을 연구하라: 역사적인 거품과 붕괴 사례를 학습하면 현재의 패턴을 더 잘 인식할 수 있습니다.

결론: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개인은 달라질 수 있다

300년 전 사우스시 거품부터 최근의 금융 위기까지, 멍청한 돈이 주도하는 광기와 공황의 사이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베이지핫이 통찰했듯이, 이는 인간 본성의 근본적인 측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로서 여러분은 이 사이클을 인식하고, 멍청한 돈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투표 기계처럼 작동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저울처럼 작동한다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돈이 되고 싶으신가요? 시장의 광기와 공황에 휩쓸리는 ‘멍청한 돈’일까요, 아니면 장기적인 가치와 원칙을 좇는 ‘똑똑한 돈’일까요?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Stupid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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