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라는 질문 말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섹시하고 화려한 비즈니스에만 눈이 가곤 합니다.
오늘은 5천억원 규모의 기업 Tiny를 일군 앤드류 윌킨슨의 경험을 통해, 정말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화려함 뒤에 숨은 현실: 가장 어려운 비즈니스들
빵집과 레스토랑: 낭만적 환상의 함정
앤드류는 고향에 있던 추억의 빵집 Ottavio를 인수하며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어렸을 때 자주 가던 그 빵집의 주인이 된다는 낭만적인 꿈은 곧 악몽으로 변했죠.
빵집 운영의 가혹한 현실은 이랬습니다. 직원들은 새벽 2시에 일어나 빵을 굽기 시작해야 했고, 누군가 아프면 전체 운영에 치명적인 차질이 생겼습니다. 값비싼 장비를 처음부터 구매해야 했고,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더 많은 직원과 원재료가 필요했죠. 즉, 매출 증가와 비용 증가가 비례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는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가진 치명적 약점입니다. 확장성(scalability)이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점이죠.
SaaS의 달콤한 유혹과 쓰라린 현실
10년 전, 앤드류는 업무 협업 툴 ‘Flow’를 출시했습니다. 디자인 에이전시로 번 돈을 투입해 SaaS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이죠. 적은 인원으로 안정적인 구독 매출을 만드는 환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창업한 Asana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수백억원의 벤처 투자를 받은 Asana는 훨씬 많은 개발자를 고용하고 대규모 마케팅을 전개했죠. 앤드류가 100억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더 큰 자본력을 가진 경쟁자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앤드류는 이 실패를 통해 중요한 교훈들을 얻었습니다:
- 자금력 격차의 현실: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VC 투자 없이 경쟁하는 것은 총싸움에 칼을 들고 나가는 격
- 틈새 시장의 중요성: 투자 없는 성장은 경쟁이 덜한 영역에서만 가능
- 마케팅의 힘: 훌륭한 마케팅을 하는 좋은 제품이 마케팅 없는 훌륭한 제품을 이김
- 데이터 기반 운영: 이탈률, LTV, CAC 등을 모르고 SaaS를 운영하는 것은 계기판 없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
- 해자의 중요성: 생산성 앱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는 피해야 함
시작하기 좋은 비즈니스: 에이전시의 매력
그렇다면 어떤 비즈니스로 시작해야 할까요? 앤드류는 21살에 시작한 디자인 에이전시 Metalab을 통해 답을 제시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연매출 500억, 영업이익 200억을 만드는 든든한 캐시카우가 되었거든요.
에이전시 비즈니스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 낮은 초기 투자: 작은 사무실과 노트북만 있으면 시작 가능
- 유연한 확장: 고객이 생기면 그때 직원 고용
- 현금 흐름: 프로젝트 완료 시점에 맞춰 매출 발생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수요가 들쭉날쭉해서 인력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죠. 하지만 이는 경험을 통해 극복 가능한 문제입니다.
운영하기 좋은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힘
세계 최대 디자이너 커뮤니티 중 하나인 Dribbble을 운영하며 앤드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잘 구축된 커뮤니티는 놀라운 특징들을 보여줍니다:
- 자연 유입: 대부분의 유저가 검색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
- 낮은 마케팅 비용: 별도의 광고비 없이도 성장 가능
- 경쟁 회피: 대기업이 진입하기엔 작고, 신규 진입자가 따라하기엔 큰 규모
하지만 커뮤니티 구축 자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죠.
환상적인 비즈니스: 잡보드의 단순함
앤드류가 가장 사랑하는 비즈니스는 ‘We Work Remotely’입니다. 리모트 채용 공고만 모아둔 단순한 웹사이트를 2명이 운영하며 연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10년 전 인수한 이 사이트를 성장시킨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했습니다:
- 구글 검색 최적화(SEO)로 트래픽 증대
- 채용 공고 포스팅 가격 인상
이 두 가지 변화만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죠. 잡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트래픽이 늘어나도 운영 인력이 늘어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완벽한 확장성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죠.
쉬운 비즈니스를 찾는 3가지 기준
앤드류가 제시하는 쉬운 비즈니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기 자본이 적게 든다
창업 초기에 큰 투자 없이도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빵집처럼 비싼 장비를 처음부터 구매해야 하는 비즈니스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매출 증가 시 인력 증가가 불필요하다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면,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집니다. 기술이나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한 비즈니스를 찾아야 합니다.
3. 지속적 투자 없이도 해자 구축이 가능하다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면, 그것은 좋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섹시하지 않지만 수익성 높은 전략
앤드류는 흥미로운 관찰을 제시합니다. 사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섹시한 비즈니스를 선호하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단순한 것에서 나온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 택배 박스 크기를 줄여 비용 절감
- 구글 검색 결과 최적화
- 10년간 동결했던 가격 인상
이런 ‘언섹시’한 개선들이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이어집니다.
언섹시 비즈니스 발굴법
앤드류가 제안하는 좋은 비즈니스 발굴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비스가 나쁘다고 평판이 난 업종 찾기: 1등 업체가 없고 작은 업체들로 파편화된 산업
- 더 나은 서비스 제공하기: 기존 업체보다 월등한 고객 경험 창조
- 프리미엄 가격 책정: 더 좋은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 요구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1-800-GOT-JUNK’입니다. 쓰레기 수거라는 언섹시한 업종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죠.
2023년 인수 사례로 보는 좋은 비즈니스
Tiny가 경기 침체기인 2023년에도 인수한 3개 회사를 살펴보면, 앤드류의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 Uptime: 쇼피파이 운영 자동화 SaaS – 특정 플랫폼에 특화된 툴
- Clean Canvas: 쇼피파이 템플릿 비즈니스 – 반복 구매 가능한 디지털 상품
- Letterboxd: 영화 커뮤니티 –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플랫폼
모두 틈새 시장에서 강력한 포지션을 가진 비즈니스들입니다.
당신의 다음 걸음은?
앤드류 윌킨슨의 20년 창업 여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화려하고 섹시한 비즈니스보다는 운영이 쉽고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로 시작하라는 것이죠.
여러분이 지금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소문난 업종이 있는가?
- 초기 투자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 매출이 늘어나도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기억하세요. 성공하는 창업가는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현명한 길을 택하는 사람입니다.